[단상] 더 많이 소비하면서 더 적게 내뿜어야 하는 이유
[단상] 더 많이 소비하면서 더 적게 내뿜어야 하는 이유
  • 김재현<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8> 씨
  • 승인 2023.01.02
  • 호수 1559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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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8 씨
                                   김재현<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8> 씨

월드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잡고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한 대표팀은 찬사를 받았고, 리오넬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오르며 완벽한 서사를 완성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시의 뒤로 아름답게 축포가 터지는 루사일 스타디움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 한 번 하면 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될까?’

겨울인데도 카타르는 뜨거웠다.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위해선 조금 더 낮은 온도가 필요했는데, 카타르는 축구 경기장을 냉방하겠단 발칙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모든 좌석 밑에서 찬바람이 나왔고, 그라운드를 향해 찬 공기를 힘차게 내뿜는 에어컨 앞에 서 있으면 흡사 태풍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강한 바람이었다. 경기장 안은 오히려 춥단 후기가 나올 정도로 카타르의 에어컨 운용은 야외공간마저 차갑게 만드는, 믿기 힘든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비된 전력의 양과 배출되었을 온실가스를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월드컵 기간 카타르에 방문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월드컵이 없었다면 타지 않았을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비행해 왔을 것이다. 그들이 탄 비행기가 남긴 탄소의 발자취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경기장과 주변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라인으로 경기를 시청하고 반응을 SNS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대회 종료와 동시에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메시의 유니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월드컵은 딸려 오는 경제적 효과 만큼이나 많은 탄소 배출을 동반한다.

물론 월드컵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소비와 탄소배출은 쌍둥이처럼 같이 움직인다. 우리가 쓰는 모든 돈은 일정 수준의 탄소배출을 수반한다. 돈에는 탄소가 묻어 있다. 어찌 보면 숨 쉬듯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들의 1인당 탄소배출량이 높게 측정된다.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높은 1인당 국민소득으로 유명하다. 당당하게 지난 2021년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 통계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카타르인 한 명은 지난해 35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사람의 1200배에 근접한다. 흔히 중국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통계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2021년 중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8.05톤으로, 각각 14.86톤, 11.89톤을 뿜어낸 미국인, 한국인보다 현저히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살고 있다. 역시 각국의 1인당 GDP에 비례하는 결과다. 세계 GDP 성장의 곡선과 탄소배출량의 증가세는 쌍둥이 곡선을 그린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 2020년, 탄소배출량 또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이듬해 경기 회복과 함께 반등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아니 적어도 더 늘어나지 않게 묶어 두기 위해선 경제 성장을 멈춰야 하는가? 성장에 의존해야 하는 자본주의는 결국 인류를 공멸의 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같은 재화를 생산해 내면서 더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기 위한 노력이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 1달러의 재화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탄소의 양을 측정하는 ‘GDP 대비 탄소집약도’ 통계는 그래서 중요하다. 탄소집약도를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비율로 개선할 수 있다면 양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음수의 탄소배출량 증가를 보일 수 있단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실제로 유럽의 일부 선진국들은 이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점점 줄이는 탄소 정점에 도달했다.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자들이 온전히 짊어져야 할 과제는 아니다. 소비자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같은 5,000원짜리 커피를 소비한다고 해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사람과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은 탄소배출에 기여한 바가 다르다. 똑같이 7,000원짜리 샴푸를 사서 쓴다고 해도 플라스틱 포장된 펌프형 샴푸를 쓰는 사람과 종이 포장된 비누 형태의 비건 샴푸바를 쓰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만 더 불편을 감수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들여 정보를 찾을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력이다. 모든 소비의 순간에 조금씩 더 고민하는 것으로 변화는 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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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8:37:32
월드컵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지만, 카타르에서 개최된 월드컵의 탄소 배출과 환경적 영향에 대한 문제가 의식되었습니다. 경기장을 냉방하는 데 사용된 에어컨과 월드컵 관련 여행으로 발생한 탄소 배출이 걱정되며, 경제성장과 탄소배출 증가의 쌍둥이 곡선 현상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경제 성장과 탄소 배출을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친환경 기술과 개인의 소비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소비 순간에 고민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