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t, A부터 Z까지
‘A’nalyst, A부터 Z까지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11.28
  • 호수 1558
  • 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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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김현수<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현재 여의도 증권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이다. 특히 국내 주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2차 전지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그의 무대다. 그를 따라 애널리스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그를 세상 밖으로 이끈 경험들
김현수<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학교를 다니면서 늘 사람들이 졸업하고 어떤 생각으로 사나 궁금했다”며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캠퍼스 밖을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를 외부로 잇는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은 학생 기자 활동이었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 기자를 희망했기에 학보사에 들어갔지만, 이 경험은 그에게 단순히 기자 생활을 먼저 체험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줬다. 교수님을 만나고 다양한 직군에 있는 졸업생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이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됐기 때문이다.

학보사 활동을 마치고, 학교 본부의 대외홍보팀에서 기자 활동을 이어갈 때도 김 동문을 움직인 동력은 삶에 대한 고민과 인생 선배들로부터 듣는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지금도 그는 이때의 활동들이 졸업 이후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의 삶에 자산이 돼 준 것은 기자 활동만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고됐던 그의 삶 전체가 그에게 자양분이 돼 줬다. 학비와 생활비 등 생계를 위해 고된 일과 쉬운 일을 가리지 않고 해야 했던 상황 속에서도 그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포착했다.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면 다른 것보다도 일을 정말 많이 했던 게 떠올라요. 과외는 기본이고, 남들이 선망하는 기업체에서 인턴을 할 때도 있었고,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갔던 적도 있어요. 처음엔 돈을 벌려고 시작했지만 그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가 트이게 된 것 같아요. 멀리서 보면 대단하고 멋지고, 두렵고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 사실 직접 경험해보면 그렇게 대단하지도, 어렵지도 않단 걸 알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대학을 다니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볼 것을 조언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나 혹은 이후 삶의 여러 단계를 마주할 때 경험의 폭이 깊고 넓다면 더 편안한 길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당시엔 몰랐지만 이전에 경험한 일들이 언제든 꺼내서 쓸 수 있는 자원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의 진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의 적성을 고민하며 성격상 “관찰자 역할인 기자보단 직접 나서서 활동할 수 있는 일이 더 맞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의 이목을 끈 것은 행정고시였다. 막연히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 그중에서도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본인의 적성에 맞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순간의 선택이 천직이었다
김 동문이 애널리스트가 된 계기는 뜻밖이었다. 졸업 후 공군 학사장교로 복무하며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전역과 함께 구직 활동을 하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 곧장 취직한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긴 했으나 리서치 어시턴트(이하 RA)로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부족함을 느꼈던 그는 취직 이후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리서치 센터는 산업을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를 볼 수 있는 회계적인 지식을 반드시 갖춰야 했어요. 증권계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 학교에서 공부를 했어도 너무 오래전 일이었죠. 공부가 필요하다 느끼곤 부족했던 회계 자격증을 바로 땄죠.”

현재 김 연구위원이 담당하고 있는 2차 전지와 디스플레이 섹터도 그의 전공은 아니지만, 섹터에 관한 그의 전문 지식은 전공자 버금간다. 김 동문은 공학 서적을 사서 읽는 등 자신에 섹터에 있어선 전공자 못지않은 수준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별 기대 없이 시작한 일이지만 하다 보니 제가 잘할 수 있는 직업으로 보였어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죠. RA로 시니어 애널리스트를 보조하는데, 처음엔 사수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담당하고 있는 섹터를 모르니 관련 용어도 어색하고 사용하기도 어려웠죠. 혼자서 공학 및 섹터에 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RA를 거치면 해당 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배경지식이 자연스레 쌓이는데도 그의 집요함은 멈추지 않았다. “읽던 공학 서적을 집필한 학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던 적도 있어요. 모두 답변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몰랐던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죠.” 그 결과 그의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공자와 대화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그의 자기 분석은 여기서도 적중했다. 김 연구위원은 능동적으로 나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플레이어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의 적성이 직업으로 녹아들었다.
 

고민하고 질문하는 습관이 이 자리로 이끌어
지난 2017년 애널리스트로 승격하며 리서치계에 떠오르는 샛별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김 연구위원은 본질적인 것과 아닌 것을 분별하는 능력에 대해서 강조했다. “물론 많이 공부한다고 해서 제가 2차 전지나 반도체에 대해서 100% 다 이해할 순 없어요. 그렇지만 모두 다 알 필요도 없죠. 분석에 있어서 사람들의 동기나 사회적 요구처럼 핵심이나 본질적인 것을 찾고 이를 기준으로 수치나 자료를 취사선택하는 것도 능력이에요. 당장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기술에만 주목하면 되죠. 부차적인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서도 안 돼요.”

그 배경에서 애널리스트에겐 근원에 대해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명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현상들로부터 근원적인 것을 통찰하는 과정 중 분석의 답을 찾을 수 있단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현상들이 존재해요. 그 와중에서도 한 기업의 주가가 내려간다면 이걸 결정하는 원인 변수가 있을 테고 또 그걸 결정하는 원인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원인의 원인을 쫓다 보면 가장 근원적인 게 있겠죠. 현상의 가장 기저에 있는 것들은 보통 고정적이에요. 그점을 염두에 두며 분석하면 오답으로 흐를 경우는 줄겠죠.”

이런 질문하는 자세는 꼭 주식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그는 고민하고 질문하는 자세를 가졌었기 때문이다. 의구심을 갖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섰던 학생 기자 시절부터 이런 태도는 늘 그와 함께였다. 뜻밖에도 애널리스트란 직업은 그에게 더 밀접했던 천직이었다. “2차 전지 산업의 규모가 나날이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시대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럼 그 요구로부터 사람들의 욕구가 펼쳐지겠죠. 더 긴 배터리 용량, 그럼에도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은 적어야 하고요. 그 위에서 △경제 △사회 △정치적인 사안 모두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거에요. 이런 근원을 토대로 자료를 해석하고 있죠.”

본질에 집중하는 능력은 삶의 전반에 이어졌다. 자료를 해석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데도 이런 분별이 적용됐다. 김 동문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려는 강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달마다 보고되는 통계자료를 꾸준히 정리하는 작업은 기본이고 매일 갱신되는 기관·기업자료를 쉴 새 없이 분석하는 작업이 애널리스트의 일이다. 이중 유의미한 통찰은 리포트로 만들어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건 업무의 기본이다. 김 동문은 “하루 평균적으로 3개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정말 많을 때는 8개까지 맡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기업탐방도 나가야 하므로 쉴 새 없이 전국을 돌아다닌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개인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김 동문은 잠깐 짬이라도 나면 주변 카페에서 자료를 살피고 빠를 때는 리포트를 하나 완성하는 효율이 몸에 뱄다.
 

애널리스트의 삶 그 이면엔
8년 차 애널리스트인 그는 “한창 성장세의 2차 전지 섹터를 맡아 보람찬 순간도 있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신생 산업인 만큼 많은 투자자에게 도움이 된 건 물론 김 동문은 기업에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정부기관에 협력할 기회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무역협회, 코트라 같은 곳에서 산업에 대해 그 누구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그에게 자문을 청하는 것이다. 그는 “국가에 기여하고 싶단 바람이 조금이라도 이뤄져 보람찬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그에게도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RA를 끝내고 본인의 첫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 제출 후에도 스스로 설득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세미나를 하러 다녀야 하는데 스스로 봐도 그리 좋은 투자 포인트라고 동의하지 못한 거죠. 새내기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걸고 일을 시작했을 땐 안 사도 될 것 같은 주식을 안 사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단 걸 몰랐어요. 그땐 어떻게든 투자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당연히 발표해도 자신감이 없으니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죠. 어설픈 경험 뒤론 빠르게 태도를 바꿨어요. 안 될 땐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내가 진짜 사고 싶은 매력적인 걸 밀자.”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어서 김 연구위원은 “후배들에게 애널리스트란 직업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이 이 직군에 부담 없이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권유했다. 산업 동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란 직업은 단순히 기업의 재무제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살피기 때문이다. 흔히들 증권사를 떠올리면 상경 계열 출신이 포진돼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엔 오히려 다양한 전공의 애널리스트가 많다고 한다. “어떤 산업을 분석한다는 것은 재무제표 분석으로만 끝나지 않아요. 산업을 두루 살필 줄 알아야 하죠. 예를 들어 제약·바이오 산업을 본다고 하면 약에 대한 지식이 회계 지식에 비견될 정도로 중요해요. 회계 지식이 기본이라면 추가적인 지식도 요구돼요. 그만큼 애널리스트는 다른 전공이더라도 기본을 준비한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요.”

그의 설명대로 애널리스트란 직업은 산업을 넘어 사회 깊숙이 내재한 근원을 살피려는 통찰과 질문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해 보인다. 단지 이런 태도는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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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9:37:08
애널리스트로서 근원을 파악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능력, 질문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분석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애널리스트 직군에 대한 관심과 도전을 권유하는 그의 이야기는 자극적이고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