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벤치가 도시에 주는 커다란 선물
작은 벤치가 도시에 주는 커다란 선물
  • 박선윤 기자
  • 승인 2022.11.21
  • 호수 1557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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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 밤새 공부하다 지쳐 백남학술정보관 바로 앞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고된 시험 기간을 잠시 잊고 힐링을 얻게 된다.

코로나19를 거쳐 일상이 점차 회복되며 사람들은 밖에서 쉴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구글이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요 시설 이용률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공원 이용률은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시민들의 건강 및 휴식에 관한 수요를 반영한 수치다.

그중 벤치는 도시의 휴식 공간으로서 도시 공공 환경의 중요한 부분이다. 벤치가 필 요한 이유는 단순히 앉는 공간을 제공하는 원론적 역할만이 아닌 휴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벤치 설치 및 휴식 공간 마련 정책을 시행한 경기도 도시 정책과 관계자는 “벤치는 실외에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며,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 하는 공간”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쉴 공간을 제공해주는 벤치는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평소 공부하고 집에 가기 전에 벤치에 앉아 쉬다가 간다. 벤치에 앉아있으면 공간이 개방돼 있어 실내 공간보다 더 편안해지고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특히 벤치에선 한숨을 크게 내쉬어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신경쓰지 않아 더 좋다. 벤치에 앉아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벤치는 나에게 휴식을 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편준호<광운대 건축학과 22> 씨
 

우리 캠퍼스엔 특이하게도 누울 수 있는 일명 ‘눕는 벤치’가 있다. 날씨가 좋으면 이 벤치에 누워 친구들과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곤 한다. 단과대 건물 앞에 위치한 덕분에 설계하다 지친 학생들은 밤에 이곳에서 별구경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돌아가기도 한다. 필자는 특히 친구들이 놀러 오면 이곳으로 데려와 소소한 시간을 보낸다.

김지민<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18> 씨
 

백남학술정보관 앞 벤치에 자주 앉는다. 나무 사이에 위치한 벤치는 아지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가을 시험기간에 가면 벤치 옆으로 노란 낙엽이 떨어지면 정말 예쁘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나와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겼던 시간, 친구들과 함께 앉아 맛있는 것을 즐겼던 기억들 모두 캠퍼스에서 소중한 추억이다.

홍수민<생과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1> 씨
 

인문대 앞 벤치가 기억에 남는다. 고공캠퍼스에 위치해 가긴 힘들지만 그 장소에 도착해서 앞이 탁 트인 공간을 봤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있다. 그 장소에 벤치가 없었다면 오래 그 장소에 머물면서 그 풍경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곳에 앉아 학교 친구들과 별의별 고민과 걱정을 이야기하다보니 힘들 때마다 그 벤치가 떠오르곤 한다.

김노을<공대 건축환경공학과 21> 씨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엔 많은 사람에게 추억과 쉼을 제공하는 벤치가 부족하다.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950m 구간엔 170개의 벤치가 있다. 반면 같은 길이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엔 단 3개뿐이다. 점점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드는 것에 비해 도심 속 쉼터는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들은 휴식 공간을 위해 카페와 실내로 들어간다. 우리 주변의 쉼 공간은 민간이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음식점 등의 유료 공간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생 A씨는 “길을 걷다보면 친구와 이야기할 벤치나 공원이 없어 카페로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벤치를 통한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도시의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휴식 시설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여러 문제점들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용기<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는 “불충분한 휴식 공간은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야기해 사회 분열과 갈등을 일으킨다”며 “공간적 분석을 통해 도심 속에서 사람들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 말했다. 

모두에게 추억이 되고 쉬는 장소를 제공하는 벤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거리 곳곳마다 사람들에게 쉼을 제공하는 벤치를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도움: 양용기<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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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9:46:58
공원 이용률의 증가와 함께 벤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눈에 띄며, 학생들도 벤치를 통해 캠퍼스에서 소중한 추억과 휴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는 쉼을 즐길 수 있는 벤치가 부족한 실정인데, 도시의 휴식 시설을 확충하여 사람들의 편안한 시간과 휴식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