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권리보장법, 창작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다
예술인 권리보장법, 창작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2.11.21
  • 호수 1557
  • 5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월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시행됐다. 이는 「헌법」 제22조에 명시된 예술가의 권리 보호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동안 특정 장르의 지원체계 마련에 집중했던 기존 예술 관련 법령과 달리 예술가의 권리를 보다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단 의미가 있다.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와 예술 활동으로 인한 정당한 대가가 보장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법은 예술대학생 및 예비 예술인까지 모두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했다. 현직 종사자만을 예술인으로 인정했던 「예술인 복지법」 등 그간 예술 관련 법령들에 비해 보호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 A씨는 “사각지대에 놓인 모든 예술계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상자를 늘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예대를 졸업한 B씨는 “워낙 문화예술업계가 좁다 보니 자칫 윗사람한테 밉보이면 진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인식이 있어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긴 것은 반가운 일”이라 전했다.

또한 이번 시행을 계기로 예술 활동 간 서면 계약 의무화가 강화돼 문화 예술계 종사자들이 정당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서면 계약 자체는 지난 2016년 「예술인 복지법」을 통해 의무화하긴 했으나, 이를 어겼을 경우 제재가 명시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문체부에 따르면 예술인 중 서면계약을 체결한 이는 47.6%에 불과했다. 음악계에 종사하고 있는 C씨는 “과거 업무 과정에서 ‘무슨 계약서까지 써야 하냐’는 반응을 접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과거 공연 예술계에 종사했던 이동훈<안양시의회> 의원 역시 “활동 대부분이 프리랜서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 계약 규모를 모.른 채 그저 에이전시가 주는 금액을 전부라 믿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말했다. 

이에 해당 법률에선 예술인들의 정당한 급여를 보장하기 위해 계약 내용 불이행 시의 제재 사항을 명시하고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 △예술인 보호관 △예술인 신문고 등의 감시 기구를 설치했다. 황승흠<국민대 법과대> 교수는 “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가 보호 받을 수 있는 기틀이 생긴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에 대한 지적 또한 잇따르고 있다. 시행 두 달여가 지난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단 것이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에 따르면 권리 구제를 위해선 반드시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황 교수는 “위원회가 없으면 문체부에 신고가 들어와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현재 약 10여 건의 신고가 들어와 있으며, 12월 중으로 위원회 구성을 마칠 것”이라 전했다. 이씬정석<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는 “문체부에선 예산 문제, 인력 구성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어 위원회 설립을 미루고 있다”며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위원회 구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 대상에 대한 정의 역시 모호하단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법률에서 지정한 예비 예술인은 예술 전문 학교나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교육받은 이들만을 의미해, 다른 경로로 예술계에 진입한 이들은 또다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음악계에서 종사하는 조태현<인문대 영어영문학과 20> 씨는 “다른 예술인만큼 많이 활동하는 데도 예비 예술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크게 도움이 안 될 제도”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황 교수는 “아직 이 법률만으론 예술인들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어려워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해주는 예술인. 이들의 권리가 보다 확실히 보장돼 더욱 활발한 창작활동이 이뤄지길 바란다.


도움: 이동훈<안양시의회> 의원
이씬정석<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
황승흠<국민대 법과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9:49:26
예술대학생과 예비 예술인도 법적 보호 대상으로 포함되어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일입니다. 서면 계약 의무화 강화와 관련된 제재 사항과 감시 기구 설치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미흡한 부분도 있어 논의와 발전이 필요하며, 위원회 구성과 보호 대상 정의 등의 모호함을 개선하여 예술인들의 권리를 더욱 확실히 보장해야 합니다. 예술인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의 발전을 지지하며 사회적으로 보답하는 제도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