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아미, 그림 그리는 친구들
그리아미, 그림 그리는 친구들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11.21
  • 호수 1557
  • 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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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서울캠퍼스의 중앙 동아리 ‘그리아미’는 근 40년의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미술 동아리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깊은 내공을 가진 그리아미. 회장 이신현<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0> 씨, 부회장 박미리내<공대 전기생체공학부 21> 씨, 그리고 실기부장인 김나은<공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21> 씨를 만나 그리아미에 대해 들어봤다.

 

| 그리아미, 네 정체가 궁금하다

그리아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신현<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0> 씨: 지난 1984년에 순수 미술동아리로 설립된 그리아미는 ‘그리다’의 어간 ‘그리’와 프랑스어로 친구인 ‘ami’를 합성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실력을 따지지 않고 미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모인 친구들의 동아리예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하나?
박미리내<공대 전기생체공학부 21> 씨: 가장 주되게 운영하고 있는 건 미술 기법을 실습하는 ‘AT(Art Training)’란 정기 모임이고요, 이 밖에도 학기별로 부원들끼리 조를 짜서 외부 전시회도 관람합니다. 그리고 매년 한 시각장애복지관과 함께 시각장애인의 미술 작품 감상을 돕는 걸 목표로 ‘촉각명화’를 제작해 전시하는 봉사를 하고 있어요. 최근엔 서울숲같이 근처 공원에서 야외 스케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 행사론 전시회를 꾸준히 열고 있는데, 매 학기 정기 전시회가 있고 봄가을 축제마다 전시회나 부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난 애한제에도 10점 정도의 그림을 국제관 앞 주차장에 전시했어요. 덧붙여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일 때 동아리 활동을 이어 나갈 방법을 모색하다 사생대회를 시작했는데요, 이후로도 부원들이 출품한 작품 투표를 통해 시상하는 사생실기대회의 형식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현: 오는 연말, 12월 초쯤 정기 전시회가 계획돼 있어요. 원래 정기 전시회는 백남학술정보관 1층 로비에서 줄곧 진행했는데, 지난 학기부터 한양플라자에 새로 생긴 홈즈로 자리를 옮겼어요. 백남학술정보관은 왠지 엄숙한 느낌이라 그림을 감상하긴 어려운데, 홈즈의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선 학우들이 자유롭게 가까이서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단 이유에서요.
 

 

| 그리아미 그들의 세계 속으로

미술 동아리라 정기 전시회 관람 활동도 독특할 거란 생각이 든다. 관람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미리내: 전시회 관람은 보통 학기 초에 하는 편이에요. 기존 부원과 새 부원 간의 교류를 쌓고 친분을 다지기에도 좋은 활동이라 가장 첫 활동으로 기획해요.
김나은<공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21> 씨: 취향이 비슷한 부원들과 보고 싶던 전시도 다녀오고 관람 후에 감상도 나눌 수 있어서 알차고 만족스런 활동이에요. 특히 이 활동이 유익하다 생각하는데, 지난 학기에 다녀온 알렉스 프레거 사진전에선 일행 중 한 명이 마음에 든 사진을 바로 본인 노트에 간단히 그리더라고요. 사진 바로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이런 식으로도 전시를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술동아리이기에 가능한 점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촉각 명화’ 봉사 활동은 무엇인가?
신현: 보통 미술 작품은 평면에다, 만질 수 없게 거리를 둔 상태로 전시돼 있어 시각장애인이 감상하거나 즐기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들도 촉각을 이용해 명화를 즐길 수 있게 하잔 취지로 지난 2017년부터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이 봉사를 시작했어요. 촉각명화는 최대한 원작과 동일하게 입체적으로 그림 속 모습을 재현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시각이 아닌 촉각만으로도 그림을 느낄 수 있게요.
 

미리내: 그중에서 전 빈센트 반 고흐의 ‘조셉 룰랭의 초상’을 만들었는데요. 색감이나 구성을 원작과 비교해 가며 최대한 똑같이 하고, 얼굴 조각을 만들고, 옷도 입히고, 수염엔 털실을 붙이는 등 하나씩 일일이 제작했어요. 평면에 그려진 것들을 입체로 옮기는 동안 그림 상의 표현이 실제론 어떤 표현이었을지 고민하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과정이 뜻깊었던 것 같아요. 그림의 배경엔 이파리 말고도 꽃 같은 것들이 있는데 완작을 보면 조금 튀어나와 있어요. 이 꽃이 있단 걸 시각장애인분들이 알 수 있게 만들었어요. 유의미한 작업이죠. 미술적 표현도 표현이지만 손으로 직접 만지며 관람하는 작품이잖아요. 뾰족한 것에 손이 다칠 수 있어서 손이 다치지 않게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나은: 그리고 안정성. 떨어지면 안 돼요. 내구성이 튼튼해야 해야 만져도 작품이 유지되거든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신현: 제 경험상 출품 지원을 하고 나면 한동안 태평하게 지내고 부지런히 스케치 작업을 하진 않더라고요. 그저 하염없이 구상만 하고 있다가 ‘마감이 다음 주네’ 싶으면 ‘아직 이 정도면 여유롭다’고 생각하다 막상 전시 당일에 완성하는 식이죠. 미리미리 할 걸 후회했던 경험들이 떠오르네요(웃음).
나은: 제가 이번 애한제 전시에 지원자가 없어서 운영진의 책임감으로 자원했거든요.
신현: 맞아, 지원자 모으기가 쉽지 않아요.
나은: 문제는 전시 마감 전날에 제가 여행을 갔다 돌아와서 하룻밤 만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쯤 되면 마감을 못 한 사람들이 동방에 많아서 같이 밤을 새거든요. 자기 그림도 그리고, 서로 그림을 봐주기도 하면서 여기에 이게 여기 무슨 색이 더 좋을 것 같단 의견을 주고받곤 해요.
신현: 맞아요. “이거 좀 더 완성도 있어 보이려면 뭐 해야 될 것 같아”하면 관련 지식 있는 사람이 “여기에 무슨 색 올려보면 좀 괜찮을 것 같은데”하고 의견을 건네기도 하고 서로 밤을 새며 완성해가는 것 같아요.

그럼 부원의 완성된 작품을 보고 인상 깊었던 적은 없나?
미리내: 지난해 연말 정기 전시회가 시간을 주제로 했는데, 시간이란 주제 접근이 신선했던 그림이 있었어요. 노인과 청년이 눈을 마주 보고 있는 구도였어요. 전 사실 공대생이라 시간 하면 직관적인 상상밖에 못하는데, 직관적이지만 비유적으로 주제를 표현한 점이 그 작품이 아직도 기억이 날 만큼 인상 깊었어요. 시간의 흐름을 청년과 노인의 대비를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한 점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요즘 부원들은 어떤 장르의 그림을 그리고 있나?
신현: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번 학기 들어선 디지털 드로잉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간 사생대회에 출품된 그림을 보면 부원들이 태블릿PC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간혹 생소한 장르에 푹 빠진 부원도 있기도 한데, 지난 학기엔 펜 드로잉을 열심히 하는 친구가 들어와서 그 친구를 중심으로 AT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그 이후로 많은 부원들이 펜 드로잉에 관심을 갖고 실사를 진행하더라고요. 그만큼 부원들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할 순 없고,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 장르가 각기각색이어서, 그리아미에서도 ‘즐겁게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면 됐다’를 우선하는 것 같아요.
 

 

| 한양PRIDE

그리아미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신현: 그리아미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미술이라는 팔레트 위, 다채로운 색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학생들이 이 동아리에 맞을 것 같나?
신현: 현재 그리아미 부원들도 스타일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닐 뿐더러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 장르가 각기각색이라 그리아미의 분위기도 ‘즐겁게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 그리면 됐다’를 우선하는 것 같아요. 그림을 확실히 그려보고 싶다거나 아니면 전시를 많이 보러 다녀보고 싶다거나 그런 식으로 미술에 관심이 많다면 동아리 사람들과도 많이 친하게 지낼 수 있고 동아리 활동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은: 예를 들면 저는 혼자서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게 어려웠는데 동아리에서 다 같이 전시회를 다니다 보니까 이제 가끔은 혼자서도 전시회를 가고 다른 친구들한테 우리 전시회 갈래라고 제안할 수도 있게 된 것 같아요. 약간 전시회에 대한 제 마음속 진입 장벽이 좀 낮아진 것 같아서, 이렇게 미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싶은 학우분들이 들어오신다면 좋을 것 같네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성장이 있다면?
미리내: 저 같은 경우엔 그림을 즐기긴 하지만 아직 그리는 건 어려워하고 있는 단계거든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 망설이게 되는 점을 극복하고 싶어요.
나은: 전공이 미술이랑 다른 분야고, 돈벌이를 하는 데 있어 그림을 안 그려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그렇지만 취미로 미술을 하고 있고 계발을 위해 연습 외에 따로 강의도 찾아 듣는 만큼 다른 개발자와 구분이 되는 나만의 특색, 장점으로 작용하면 좋겠어요. 예전엔 그림을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도 부끄러워 했는데 앞으론 피드백도 두려워하지 않고 부원들과 실력 성장을 할 수 있길 바라요.

사진 제공: 그리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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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0:03:09
'그리아미'는 오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미술 동아리로, 미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미술 기법을 실습하고 전시회를 준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촉각명화' 봉사 또한 눈길입니다. 그리아미의 분위기는 즐겁고 자유롭으며, 자기만의 스타일과 표현을 우선하는 것 같아요. 미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인상적이고 성장할 수 있는 활동의 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