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는 2024년, 아이들은 ‘성소수자’도 ‘성평등’도 배우지 못한다
[사설] 오는 2024년, 아이들은 ‘성소수자’도 ‘성평등’도 배우지 못한다
  • 한대신문
  • 승인 2022.11.21
  • 호수 1557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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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교육부는 공청회를 통해 ‘2022 초·중등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이하 예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고안이 ‘성소수자’와 ‘성평등’ 같이 사회적 소수자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 사라지는 등 시대 역행적인 개정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다. 이에 더해 교육부 관계자의 무지하고 차별적인 발언도 지적되며 실망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란 개념을 삭제함으로써 학생들로부터 그 존재를 지우려 해선 안 된다. 기존 고등학교 통합사회 성취기준엔 사회적 소수자의 예시로 △국적 △인종 △장애 등을 비롯해 성소수자를 포함했으나 이번 개정은 이를 정책연구진 동의 없이 배제했다. 이로써 성소수자는 모든 교육과정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다양성 교육을 증진해도 모자란 시점에 교육부는 배타적 교육 문화를 앞장서 유도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와 성소수자에 대해 심도 있게 가르치는 세계적 흐름에 전면으로 반하는 우리 교육 현실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교육부가 불필요한 정치 담론에 휘둘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번 개정엔 성평등을 설명하기 위해 ‘성에 대한 편견’이란 표현이 대신 등장한다. 그러나 성평등은 사회·구조를 포괄하는 입체적인 개념이지, 단순히 성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상태로만 축소해 이해될 개념이 아니다. 한데 교육부는 성소수자인 ‘제3의 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 표기를 주장해온 일부 기독교 단체와의 마찰을 회피하기 위해 성평등을 모호한 말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교육부는 자신들의 본업이 정치가 아님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여태 별다른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으니 앞으로도 교육정책 수립에 있어 정치 담론에 휘둘리겠단 뜻인지 의심스럽다.

교육부 관계자의 실언 또한 논란을 키웠다. 한 교육부 고위공직자는 성소수자 개념 삭제를 두고 “청소년기에 성소수자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성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어불성설로 교육과정 내 다양성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성평등 개념 대체를 두곤 “가장 상식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담은 것”이라 밝혔다. 이는 성소수자 혐오 단체를 의식해 성평등을 성평등이라고도 부르지 못하면서 늘어놓는 변명일 뿐이다. 교육부는 자신들의 무지로 학생들이 더 평등한 세상을 살 가능성을 막고 있다. 이런 행태가 정녕 부끄럽지 않단 말인가.

이번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편견에 때 묻지 않은 어린 학생들은 오는 2024년부터 차별적 교육과정을 적용받게 된다. 지금으로선 예고안이 법적 효력을 지니지 않고 다음 달 확정 및 고시 절차를 앞두고 있기에 개정안을 수정할 기회는 충분하다. 따라서 이 과정을 날카롭게 살피는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며, 교육부는 반드시 이번 개정을 숙고해 대한민국 교육에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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