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웅 이제는 '대한국인'
독립영웅 이제는 '대한국인'
  • 윤재은 기자
  • 승인 2022.11.21
  • 호수 1557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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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못했던 독립유공자들
지난 17일은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독립투사들의 애국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인임이 분명한데도 직계 후손이 없어 이를 증명할 수 없단 이유로 우리나라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지난 8월 국가보훈처에서 무호적 독립유공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하면서 정부 직권 하에 156명이 공식적인 대한민국인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신규식 선생 △장인환 의사 △홍범도 장군 등이 77년 만에 국적을 취득했다.

기존 법률의 문제는?
그동안 광복 이전에 후손 없이 해외에서 사망한 독립 유공자들은 법률적 한계로 국적이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이태룡<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적용됐던 민사법 「조선민사령」이 제정된 1912년 이전에 국외로 이주하거나, 광복 이전에 사망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공적 서류상 호적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특히 직계 후손이 없는 독립유공자의 경우엔 국적을 취득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독립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손이 직접 독립유공자의 국적을 신청하지 않는 이상 취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젠 명확해진 국적 
그러나 이번 가족관계등록부 창설로 후손이 없어 우리나라 국적을 인정받지 못한 독립유공자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박민식<국가보훈처> 처장은 “단 한 분의 독립유공자도 무적(無籍)으로 남지 않도록 무호적 독립유공자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호적에 등재해 독립유공자임을 명확히 하는 것은 그분들의 얼을 기리는 일 중 하나”라 말했다.

국가에서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문화공정에 명확히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공식적인 국적이 없어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우리나라의 시인과 독립운동가들이 역사적으로 왜곡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엔 중국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 윤동주 시인이 중국인으로 기재돼 있었지만 우리나라 사람임을 증명할 문서가 없어 수정되지 않은 바 있다. 연세대학교 윤동주기념관 관계자 A씨는 “이번 가족관계부 창설로 나라에서 순국열사의 국적을 만들어 이분들의 업적이 변질되는 일 없이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어 왜곡됐던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단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 소장은 “과거 많은 독립운동가가 만주나 연해주 등지에서 태어나 국적 논란에 휘말릴 여지가 있었지만, 이 제도를 통해 논란의 여지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명분이 생기다
또한 해외에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유해를 한국에 봉환하는 명분이 마련됐단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반병률<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유해 봉환이 어려운 많은 이유가 있지만 국적에 대한 문제가 특히 여럿 있었다”며 “유해 봉환에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더라도 이번 가족관계부 창설로 국적을 명확히 한단 점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유족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유해 찾기와 봉환 문제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독립유공자는 일찌감치 한국을 떠나 국적이나 호적이 없단 이유로 재산을 돌려받지 못한 문제 등 여러 행정, 법률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호적이 문서상으로 명확해져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 교수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보훈이나, 그 후손들이 받는 복지·사업 문제의 행정적인 측면에서 불편했던 부분들이 이번 호적이 만들어지면서 채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더욱 활발해질 국가유공자 조사
무호적 독립유공자 가족관계등록부 창설로 인해 우리나라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조사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소장은 “이들 외에도 아직 국내에 돌아오지 못한 독립유공자가 많이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가족관계등록부 창설로 호적에 본적지가 우리나라로 명기돼 있으니, 그 뿌리를 알 수 있고, 상당수의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답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독립유공자의 행적이 국내외 기록 속에 담겨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발굴되진 못했기에 연구소에서 이를 발굴해 국가보훈처에 포상 신청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독립운동가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전했다.

더 널리 더 많이
광복 후 약 80년이 다 되어가도록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이 무호적 상태였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 교수는 “몇몇 잘 알려진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모르는 무명의 분들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도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독립을 염원했던 순국열사들이 이제야  조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우리나라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은 무수히 남아있다. 이들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보훈이 이뤄지길 바란다.


도움: 반병률<한국외대 사학과> 교수
이태룡<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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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9:48:34
. 이를 통해 역사적으로 왜곡된 독립운동가들의 국적 문제가 해소되고, 중국의 문화공정에서도 명확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유족의 힘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유해 찾기와 봉환 문제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개입이 강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조사와 발굴 노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며,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올바른 위치에 놓여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