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④_허울뿐인 교육, 청년 성인지 감수성은 누가 책임지나
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④_허울뿐인 교육, 청년 성인지 감수성은 누가 책임지나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연합취재팀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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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성인지 감수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폭력 예방 교육 수강자 약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사람과 성관계하는 건 성범죄다’란 항목에 13.2%에 달하는 20대 남성이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이는 성별과 무관하게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대학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도 증가 추세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대학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내 성범죄는 조사일 기준 3년간 매해 늘었다. 이에 대학에선 학생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와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효과엔 의문이 제기된다.

반드시 필요한 ‘성인지 감수성’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성인지 교육이란 ‘모든 사회영역에서 각종 제도들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을 증진하는 교육’이다. 이는 성평등한 시각에서 일상의 성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능력인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허수연<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인지 교육은 일상에 숨어있는 성차별과 불평등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며 “나아가 여성과 남성을 구조적으로 다르게 범주화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율 운영과 미비한 인식
이처럼 성인지 교육이 지닌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대학생이 학내 성인지 교육의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의 성인지 교육이 성인지 감수성 증진과 일상에 도움이 되는지 물은 결과,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이 ‘효과적’이라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단 28%에 불과했다.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은 사실상 대학 자율에 맡겨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성평등정책에 따라 성평등, 성폭력 및 성매매 예방, 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포괄한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은 △2차 피해 방지 △디지털 성범죄 예방 △스토킹・데이트폭력 예방에 관한 교육도 자율적으로 포함할 수 있단 점에서 포괄적인 성인지 교육에 해당한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 20곳 중 세 가지 교육을 의무화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한양대를 비롯한 8곳은 자체 제작한 대체 교육을 시행하거나 이수 의무가 없었다. 그 결과 지난 10월엔 △경희대 국제캠퍼스 △세종대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체육대를 비롯한 전국 46개 대학이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 부진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인지 교육의 필요성을 향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정영은<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 전문 강사는 “우리 사회는 교육열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성인지 교육과 같은 인권 교육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성차별이나 불평등 같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인지 교육에 책정된 예산 또한 부족하다. 교육부의 ‘2021년 대학 성희롱·성폭력 전담 기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인건비를 제외한 성희롱·성폭력 전담 기구의 연간 예산은 ‘1천만 원 미만’인 경우가 77.3%로 가장 많았다. 김진이<학생처 인권센터> 상담전문교수는 “성인지 사업 관련 예산이 부족해 학내 성인지 교육이 필요하단 인식이 미비한 실정”이라 말했다.

성인지 교육, 선택 아닌 필수
성인지 교육은 성인지 개념이 확립되는 청년기에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시기에 올바른 성인식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홍규<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대학에서의 경험은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성인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성인지 교육은 학내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성인지 감수성을 함양한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발표된 ‘대학생의 성인지 감수성이 위력 성폭력 인식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선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피해자의 고통에 더 많이 공감한단 것이 밝혀졌다.

성인지 감수성 높이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이 효력을 갖기 위해선 교육 대상자의 참여를 증진하고 타 학문과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위원은 “강사와 참여자 간 소통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은영<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는 “성인지 감수성은 교양인으로서 꼭 갖춰야 할 자질”이라며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과 관련지어 학제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부와 여가부는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을 의무화하고 교육 지침을 제작해 공포해야 한다. 현재 대학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등을 위한 성인지 교육 교재’,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공익활동가 젠더교육 매뉴얼’ 등 특정 집단에 특화된 교육자료가 마련돼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대학 내 성인지 교육 지침엔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목표와 실행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도움: 김진이<학생처 인권센터> 상담전문교수
박홍규<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정영은<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 전문 강사
허수연<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
허은영<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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