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③_청년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디쯤
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③_청년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디쯤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연합취재팀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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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연구 결과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역량이 부족하단 결과가 나왔다. 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역량’이 현저히 낮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의 미디어 사용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90.8%에 달하는 대학생이 SNS를 이용하고 있다.

미디어 교육, 여전히 걸음마 단계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서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에서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된 디지털 교육이 포함된 것이다. 이때 미디어 리터러시란 ‘정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미디어를 활용해 정보를 생산 및 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윤리적인 이용 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내실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이끌 협의체가 부재한 상황이라 지적한다. 이성철<부산어린이창의교육관> 교육연구사는 한 매체에서 “교육과정 개정은 학문적 지식과 교육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대상자의 수준과 관심, 시대적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국내에선 언론진흥재단이나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센터와 같은 기관 단위의 교육이 존재하지만, 체계성이 부족하단 문제가 있다. 기관별 교육 내용이 일부 중복되거나 기관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지원<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교육 연구엔 학제적 협력이 부족하다”며 “미디어학과 교육학의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학습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학에서도 실질적인 미디어 교육은 교육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숙명여대와 한양대의 경우 각각 컴퓨터 및 스마트폰 관련 디지털 교육이 존재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는 거리가 있다. 단국대의 경우엔 필수 및 선택 교양에 관련 과목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체대는 선택 교양에 관련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이 또한 필수가 아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미디어 속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분별하고, 알고리즘에 따른 미디어 편식을 예방하기 위해선 미디어 교육이 선행돼야 한단 것이다. 심재웅<숙명여대 저널리즘전공> 교수는 “청소년들이 미디어 속에서 자신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됐지만 미숙한 판단력으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유형의 미디어만을 소비하는 미디어 편식이 지속되면 콘텐츠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없다”고 전했다. 

사회 의제에 활발히 참여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미디어 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단 입장도 있다. 김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편향적으로 습득하면 편향된 지각이 만들어질 위험이 크다”며 “이는 잘못된 선택과 행동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효과성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 2017년 한국방송학보가 발표한 ‘뉴스 리터러시가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에 미치는 영향’에서 뉴스 활용 교육을 받은 집단이 뉴스를 더 비판적으로 해석한단 결과가 나왔다. 심 교수는 “미디어에서 정치나 시사 정보를 얻은 경험이 많은 청소년일수록 사회 참여가 활발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미디어 교육에 노출돼야 미디어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도 미디어 교육 필요성에 공감
학생들도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짜 뉴스와 같은 부정확한 정보들을 학습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냔 질문에 54%가 ‘매우 그렇다’, 3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무분별한 미디어 모방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이 얼마나 필요하냔 질문에 57%가 ‘매우 그렇다’, 2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유하늘<서울시립대 영어영문학과 21> 씨는 “4차 산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지속해서 미디어를 접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 교양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혁<홍익대 경영학부 19> 씨도 “수용자가 비판적인 사고를 견지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설문 답변자는 대학보다도 초·중등에서의 교육을 보다 강조했으나 교육의 부재에 대한 문제점과 교육의 필요성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미디어 교육이 청소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각 세대와 계층에 적합하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 연령의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미디어 교육을 위한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가 만들어져, 국가와 학교와 가정이 효과적인 교육 방안을 함께 개발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시대에 발맞춘 교육을 수행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도움: 김지원<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심재웅<숙명여대 저널리즘전공> 교수


"허울뿐인 교육, 청년 성인지 감수성은 누가 책임지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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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0:12:20
전문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협의체의 부재와 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 내 미디어 교육의 실질화와 더불어 대학 이전의 초·중등 교육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갖추고 더욱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