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픔으로 남은 이태원 참사, 상처 덧내는 일 멈춰야
[사설] 아픔으로 남은 이태원 참사, 상처 덧내는 일 멈춰야
  • 한대신문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7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9일 밤, 이태원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사고는 3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았다. 갑작스러운 참사에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한편, 사고 발생 이후 일부 시민들의 미성숙한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현장 영상을 포함한 각종 2차 가해성 게시물의 양산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유튜브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공유됐던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의 유포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포됐단 사실에 유족들은 아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또 다른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무심코 맞닥뜨린 게시물을 통해 아수라장의 상황을 목격한 이들 역시 간접경험에 따른 트라우마로 힘겨워하고 있다. 조회 수와 대중의 관심 유도를 위해 사고 사진과 영상을 퍼 나르는 행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집단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2차 가해다.

이제 더는 각종 사건 사고 이후 관행처럼 따라다니는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지켜만 볼 수 없다. 이번 참사 직후 특정인을 사고 발생 원인으로 지목하는 가짜뉴스는 범인 찾기에 혈안이 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사회 혼란을 가중하고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유명인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 “토끼 머리띠를 쓴 사람이 범인이다” 등 특정인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해 마녀사냥 하는 글들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기도 전에 타당한 근거 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 낙인찍기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해낼 뿐이다. 이에 더해 사고 발생 후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해야 할 시점에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슬픔에 빠진 유족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일부 대중들의 미성숙한 태도에 상처받아야만 하는가.

이뿐만 아니라 사고의 책임을 희생자와 생존자들에게 돌리는 각종 악성 댓글과 2차 가해성 게시물들을 막을 대책도 필요하다. 이러한 행태는 고인을 모독하고 생존자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기사 댓글 창에선 “왜 이태원엘 갔냐”, “정신없이 놀다가 그렇게 된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심지어는 사고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을 조롱하는 글들도 다수 발견됐다. 이번 참사는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으며 당사자들이 막을 수도 없었던 속수무책의 사고였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을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이처럼 악인들의 몰상식한 언행은 기적처럼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로 하여금 2차 가해성 발언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숨기고 홀로 더 큰 고통을 감당하게 만들고 있다.

사고 현장을 담은 미디어의 무분별한 유포행태와 반복되는 2차 가해는 이번 참사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희생에 함께 가슴 아파하는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더 이상은 사고 이후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성숙한 시민의식과 태도가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20:14:34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의 비극적 사망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태도와 2차 가해성 게시물의 유포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극도로 비상한 상황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이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책임을 물어내는 일은 무책임하고 무쓸모한 일입니다. 이와 함께 미디어와 SNS를 통한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의 무분별한 유포는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며, 사건 사고에 대해 조심스럽고 배려하며 댓글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더 이상의 트라우마와 상처가 없도록 신중하게 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