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내 평생을 잘 부탁해
[아고라] 내 평생을 잘 부탁해
  • 윤재은 기자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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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은<문화부> 정기자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단 것은 어쩌면 쉽게 주어지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반려동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동물을 키울지, 어느 종을 고를지, 어떤 생김새를 고를지.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우리는 쉽게 반려동물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

필자의 마음속엔 깊이 새겨진 한 문구가 있다. ‘우리에겐 일생의 순간이 반려동물에겐 평생’이란 문장이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은 삶의 일부분일지 몰라도 그들에게 우리는 평생의 동반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평생을 반려인만 바라보는 동물을 돌보는 것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데려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엔 한 동물을 책임진단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선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시간과 외출의 제약을 받는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입양을 결정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쉽게 이들을 버린다.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은 채 말이다.

필자는 햄스터를 키웠었다. 햄스터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키울 수 있단 잘못된 인식이 심어져 있는 동물이다. 작고, 입양 비용이 저렴하며 수명이 짧아 생긴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필자가 이 동물을 키우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은 햄스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햄스터를 충분한 학습 없이 입양해 열악한 환경에서 키운다. 작은 동물도 감정을 느끼고 선호가 있다. 하지만 넓은 단일 케이지와 큰 쳇바퀴, 충분한 톱밥의 양과 여러 은신처 등 햄스터가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환경에 대한 정보는 미처 모르고 키우는 사람이 대다수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햄스터를 키우는 환경은 매우 열악할뿐더러 햄스터의 행복까지 생각하고 키우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사람들이 ‘생명 유지’가 목적이 아닌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것’이란 걸 알고 키우면 좋겠단 생각을 하곤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가치 있는 사람인 것처럼 한 마리의 동물도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리의 행복만을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닌 그들의 행복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작은 동물은 한 번뿐인 인생을 반려인과 함께한단 점에서 우리에게 그 크기보다 훨씬 큰 존재가 돼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도 모를 작은 햄스터를 키우는 것은 필자의 인생에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반려인들만 반려동물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반려인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며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얻는 행복이며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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