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漢上)차림: 한양의 비상을 차리다
한상(漢上)차림: 한양의 비상을 차리다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10.10
  • 호수 1555
  • 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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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차림은 우리 학교 출신 중 부상하고 있는 루키들을 만나 보는 코너입니다>

 

이승우<창원 LG세이커스> 선수

 

 

“신장도 큰데, 잘 달린다. 가드보다 빠르고, 힘도 좋다.” 프로리그에서 선수 생활 중인 오재현<서울 SK 나이츠> 선수가 작년 프로리그에 데뷔한 신인 선수를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바로 오 선수의 대학 후배인 이승우<창원 LG 세이커스> 선수다. 지난해 얼리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농구 진출에 성공한 그는 현재 본교 스포츠산업학과에 재학 중이다. 대학 선수 시절 한양대 농구부 일명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던 그는 대학리그에서 주전으로 출전했던 기간, 그에게 맡겨진 임무 중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완벽히 수행해낸 선수였다. 현재 프로농구팀 「창원 LG 세이커스」(이하 세이커스)의 미래로 촉망받는 이승우 선수, 그의 힘찬 도약을 엿보고 왔다.


| 코트 위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이승우

대학 선수 시절 한양대 농구부의 4번이었다. *파워포워드로 경기를 소화하며 팀 내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일명 ‘올라운드 플레이어’란 수식어를 달기도 했는데 이 명칭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고 싶다.
이런 수식어가 붙었단 것 자체로도 뿌듯한데요, 그만큼 제가 다재다능하다고 인정해주신 것 같아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게 장점일 수도 있지만 하나에 전문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보니 단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줄곧 해왔어요. 대학에 입학하곤 경기에 출전하는 게 중요해진 만큼 감독님께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렇게 구단에 입단하고 나선 제가 잘할 수 있는 특별한 하나를 찾으려고 시간을 많이 투자했던 것 같아요.

세이커스에 드래프트 5순위로 지명됐다. 벌써 한 해가 지났지만 이때의 소감을 물어보아도 되나?
제 이름이 지명됐을 때 긴장이 순간 싹 풀리더라고요. 통상적으로 드래프트를 신청하는 시기보다 이르게 나가다 보니 지명 순위에 신경 쓰기보단 오히려 ‘꼭 살아남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죠. 그만큼 간절하기도 했고 지명 순위가 중요한 드래프트가 아니었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다만 참여 의사를 밝힌 후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많은 응원을 받은 만큼 나름 좋은 결과가 있어서 감사했고 또 뿌듯했어요. 잘하고 싶단 욕심이 생겨 다음 단계를 향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했고요.


| 그가 보여줄 세이커스의 미래

신인드래프트 당시 전체 5순위로 지명받을 정도로 프로농구팀들의 주목을 받던 유망주였다. 이때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평가와 기대가 상당했는데 심정이 어땠는가?
좋게 봐주신 분들도 많았고 반신반의하신 분들도 많았어요. 가령, 프로리그는 대학리그와 다른데 ‘대학에서 보여준 기량을 프로에 와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와 같은 의구심이었죠. 그땐 어서 경기에 나가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선수란 직업이 결과로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어쩌면 기록과 성과로 보여주는 것이 선수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더 많이 훈련했던 것 같아요.

물론 프로 데뷔 직후 바로 정규리그(1군)에 투입된 것은 아니다. D리그(2군)에서 활동하며 정규 리그 투입을 위한 기량을 끌어올렸다. 데뷔 직후라 프로리그에 대한 열망도 컸을 텐데, 이때 스스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는지 궁금하다.
데뷔하고 나서도 하던 대로 잘 할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어요. 직접 실전을 맞닥뜨리니 프로의 벽은 높더라고요. 거의 좌절할 뻔했죠. 저를 둘러싼 기대가 많기도 했고, 그 기대가 되려 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D리그에 갔을 때 잘하려는 생각을 하기보단 모든 잡념을 버리고 매 경기마다 ‘이 한 경기에만 집중하자’란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마침내 지난 1월 정규리그에 본격적으로 투입됐다. 처음 정규리그를 소화한 경기를 기억하는가?
아마 오리온전이었을 거예요. 지난 1월 6일 처음으로 정규리그에 투입돼 경기를 제대로 소화했어요. 경기가 종료되고 나서 수훈 선수 대신 제가 첫 인터뷰를 했고요. 이날 오히려 마음은 편했어요. 선수의 기량에 따라 투입되는 경기가 다른 거니까 홀연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죠. 다만 ‘오늘 이 경기가 끝나고 나왔을 때 후회하는 일만 없도록 모든 걸 쏟고 오자’란 마음이었어요. 그때가 어쩌면 제 전환점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성원<창원 LG 세이커스> 감독도 ‘팀의 활력소’라며 수비까지 잘하는 활동의 폭이 넓은 선수라 본인을 평했다. 감독과 팀의 지지 속에서 마무리한 지난 시즌은 어떤 시간이었나?
데뷔 첫 시즌부터 많은 출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단 게 너무나도 감사한 것은 물론 기회를 부여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감사드려요. 제가 특출나게 잘했다기보단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제게 그만큼 기회를 많이 주셔서 이런 평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탈락해 봄 농구 무대를 밟지 못했단 게 아쉽긴 하지만 프로무대를 맛볼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이었어요. 슈팅과 같은 취약점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고, 프로무대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잡고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생각입니다.

세이커스의 기대주이다. 오는 시즌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오는 시즌엔 열심히 활약해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면 해요. 봄 농구를 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고, 개인적으론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데뷔했던 지난해 유독 시즌 아웃된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이번 시즌에 54경기가 예정돼 있는데, 총 54경기란 그 긴 여정에 전부 출전하고 싶어요. 그 와중에 지난해보다 더 좋은 기량을 보여드리겠단 목표도 있고요.

오는 15일 개막하는 2022-2023 KBL 정규리그에 이승우 선수의 세이커스는 서울 삼성 썬더스와 16일 시즌 첫 경기를 갖는다.

* 파워 포워드: 농구 포지션 중 하나로 강력한 포워드 선수란 뜻을 가지고 있다. 농구 경기의 리바운드에서 센터를 뒷받침하는 포지션이다.

 

 

양희준<의정부 KB스타즈> 선수

 

 

지난해 프로리그 데뷔 이후 소속팀의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인 리그 준우승을 뒷받침한 양희준<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선수. 그는 현재 체육학과에 재학 중으로, 지난해까지도 본교 배구부의 주장이었다. 후인정<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이 올 시즌의 수확이 무엇이냔 기자의 질문에 ‘양희준의 발견’이라 답변할 만큼 팀과 감독의 단단한 지지 아래 날로 성장하고 있는 양 선수는 올해 신인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앞으로 배구선수로서 고공행진을 선보일 양희준 선수, 코트 위의 그의 비상을 포착했다.


| 코트에 입성하다

중학교 3학년 때 배구부에 들어가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 배구를 시작하며 느낀 배구의 매력이 있다면? 
축구나 농구는 동네에서 친구들끼리 자주 하는 운동이잖아요. 특별히 훈련받지 않아도 잘하는 사람들을 줄곧 보는데, 배구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배구가 까다롭고 섬세한 운동이다 보니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시작이 늦어 상대적으로 기본기를 익힐 시간이 없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쳐지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배구를 할 때마다 스파이크를 때리며 느낀 타격감이 매력적이었어요.

한양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고교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한양대 배구부와 연습경기를 하며 팀 분위기나 훈련방식을 유심히 볼 기회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느껴지는 한양대 배구부만의 색깔이 좋았어요. 닮고 싶을 만큼 실력 있는 형들도 많았고, 그런 형들과 시합에 나가면 어떨까 상상도 해봤고요. 신춘삼 감독님부터 양진웅 감독님까지 좋은 지도진이 계신단 이야기를 주변에서 누차 들었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레 한양대에 가야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후 배구부 주장을 거쳐 3학년 때 얼리드래프트를 신청해 프로리그에 데뷔했다. 지명을 받았을 당시를 기억한다면?
되게 얼떨떨했어요. 이미 친구들, 동생들의 이름이 불린 상황에서 ‘내 이름은 언제쯤 불릴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름이 불리니까, 언감생심이었죠. 딱 호명되고 ‘뽑혔구나’ 인지한 순간엔, 그간 배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것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코로나19 시기라 드래프트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바로 앞에 부모님이 계셨는데, 그간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셨던 가족들에게 감사했어요.


| 네트 위를 뛰어넘는 비상

프로배구팀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의 유니폼을 입고 가장 처음 나선 훈련과 대학 시절 참여했던 훈련은 무엇이 달랐나?

운동 분위기가 완전 달랐어요. 대학에선 주로 감독님이나 코치님의 지도를 토대로 선수가 스스로 습득하는 식으로 연습했는데, 프로에선 누가 잡아두고 알려주는 건 적었어요. 또 저희 팀은 선수들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중요시하다 보니 스스로 해야 하는 자율이 많이 강조된 측면이 있죠. 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과 더불어 본인에게 필요한 연습을 찾아서 해야 했어요. 실전에서 이런 점이 유독 더 다가오는데, 대학에선 실수해도 형들이 ‘괜찮다’하면 괜찮았는데 프로에선 선배들이 실수해도 ‘괜찮다’하셔도 책임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정규리그에 투입된 이후 주전 자리를 꿰차며 시즌 언저리엔 후인정 감독에게 ‘올 시즌의 수확은 양희준의 발견’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후 감독의 코멘트를 듣고 어땠는지 궁금하다.
기분은 당연히 좋았죠. 좋게 봐주신 만큼 한편으론 이런 감정이 부담으로 작용했어요. 다음 시즌이나 경기에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겠단 생각을 했었죠. 그래도 이런 부담을 느끼며 좌절하거나 겁을 먹기보단 오히려 다음 시즌에도 더 잘해야겠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단 자극으로 소화했던 것 같아요.

소속 팀이 지난 시즌 창단 첫 준우승이란 역대급 성적을 냈다. 팀의 승승장구에 이어 본인도 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신인상 후보에 올랐을 때 ‘앞으로 더 좋아질 선수, 팀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며 후 감독의 전격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때의 소감을 묻고 싶다.
일단 모두가 빠짐없이 잘했기 때문에 준우승이란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신인상은 데뷔 후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보니 후보에 올랐을 땐 솔직히 욕심이 나더라고요. 또 신인상 후보로 제 고교 시절부터 지금도 대학 후배인 박승수<안산 OK금융그룹 읏맨> 선수도 있었어요. 오래 알고 지낸 후배가 경쟁 후보로 올라도 상에 대한 열망은 뚜렷했던 것 같아요. 승수가 지난 시즌 좋은 기량을 보여줬고, 제 경우도 시즌 느지막이 경기에 투입되긴 했지만 저를 주목한 분들도 많으셔서 더 욕심이 났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후 감독님의 지지에 감사했지만 약간의 책임감을 느꼈죠. 정말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돼야겠단 압박이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다가오는 시즌의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목표론 다음 시합에서 지난해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시즌엔 기본기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보완됐단 평을 듣고 싶습니다. 2단 연결이나 수비 블로킹 손모양 같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개선됐단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한 가지 더, 저희 팀에 ‘니콜라’라고 외국인 선수가 새로 입단했어요. 동갑내기라 같이 훈련하니 말을 많이 섞게 됐는데, 투지가 강한 친구란 걸 알게 됐어요. 팀의 라인업이 새로 보강된 상태에서 모두가 합심해, 오는 시즌에 저희 팀이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프로 데뷔 2년차 갈 길이 멀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잠깐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모두에게 오래 인정받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제 포지션 안에서 그래도 ‘얘가 센터 중엔 잘했지’ 이런 평을 듣고 싶어요.

배구선수 양희준이 아닌 사람 양희준으로선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배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품이나 행동이 뒷받침돼야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는 22일 남자 프로 배구는 인천 계양에서 양희준 선수의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경기로 막을 올린다.

사진 제공: 창원 LG 세이커스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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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3:22:21
그의 노력과 열정이 눈에 띄며, 팀과 감독의 지지를 받아 신인상 후보로도 떠올랐습니다. 또한, 팀의 성과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더 좋아질 선수로 성장하며 오래 인정받고 싶어하는 솔직하고 겸손한 성품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양희준 선수는 배구 선수로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팀과 함께 우승에 도전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