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은 연애에 빠져있다
요즘 예능은 연애에 빠져있다
  • 윤재은 기자
  • 승인 2022.10.10
  • 호수 1555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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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A씨는 요즘 연애 리얼리티에 푹 빠져있다. 함께 보자는 친구의 권유로 처음 보기 시작한 그는 틈만 나면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여가 시간을 보낸다. A씨는 “출연진에게 몰입해서 함께 울고 웃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된다”고 말했다. 연애 리얼리티의 매력에 빠진 건 A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6일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압도적인 비율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TV·OTT 예능 화제성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이는 현재 가장 많은 사람을 매료시킨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연애 리얼리티란
연애 리얼리티란 타인의 연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말한다. 주로 일반인이 출연해 서로 간 매력을 어필해 연인이 되거나 이미 연인인 이들의 연애 방식을 관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연예 프로그램 PD B씨는 “연애 리얼리티는 연애할 때의 설레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한다”며 “특히, 최근 연애 리얼리티는 일반인을 섭외해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 익숙한 학습 형태의 예능이아닌 처음 경험하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려한다”고 설명했다.

설렘 이면의 감정을 보여주다
연애 리얼리티의 콘셉트는 최근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소개팅 혹은 가상 결혼 형식을 통해 연애의 아름다운 모습만 조명됐지만 최근엔 이별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이혼한 이들의 모습을 담는 등 연애 이면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엔 핑크빛 연애나 설레는 감정을 위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엔 연애의 다양한 양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B씨는 “심의 규제가 적은 OTT 플랫폼의 등장도 이전엔 시도하지 못했던 콘셉트를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데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진솔한 감정, 높아지는 몰입감
이런 연애 리얼리티가 인기인 이유는 연애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감정을 진솔하게 보여줘 공감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기리에 방영 중인 한 연애 프로그램에선 전 연인이 새로운 상대를 선택하자 이를 바라보는 출연자의 질투심이 그대로 드러나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차희연 심리학자는 “연애 리얼리티는 일반인 출연자가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몰입하기 쉽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만족할 뿐 아니라 자신의 연애를 되돌아보기 때문에 공감하기 수월한 것”이라 설명했다. 연애 리얼리티를 즐겨보는 한민아<국문대 영미언어문화학과 21> 씨는 “꾸밈없이 현실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며 “처음엔 남이 연애하는 걸 왜 보나 싶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니 몰입도는 배로 높아지고, 다음화에서 생길 일들이 궁금해져 매주 새로운 화가 나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팬들은 가장 공감되는 출연자를 응원하고 다음 화 내용을 예측해보는 등의 방식으로 연애 리얼리티를 즐기기도 한다. 장현준<공학대 기계공학과 22> 씨는 “내가 좋아하는 출연자들이 이어지길 바라며, 다음은 어떤 내용일지를 친구들과 예측하고 맞춰보는 재미에 시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극적인 소재는 지양해야…
하지만 오락성이란 목적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재미를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콘셉트을 찾게 될 우려가 있다. △거짓말 △바람 △환승과 같은 비도덕적인 소재를 예능에 녹여 이를 가벼운 문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너무 선정적인 내용도 나와서 도덕·윤리적으로 보기 불편한 부분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학생 C씨는 “현실에 있었다면 화났을 일들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라고 생각하니 큰 문제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영복 차림으로 첫만남을 가지는 연애 리얼리티 ‘에덴: 본능의 후예들’이다.
▲ 수영복 차림으로 첫만남을 가지는 연애 리얼리티 ‘에덴: 본능의 후예들’이다.

연애 리얼리티, 더 발전하려면
또 방송에 등장하는 출연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센 비방도 문제다. 출연진들이 모두 일반인임을 고려했을 때 일부 출연진들을 향한 심한 비난과 인신공격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출연진의 보호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B씨는 “연예인은 학습한 것을 토대로 보이는 매 순간을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이 어떻게 공격받을지도 인지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 순간 몰입하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날것을 보여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시청자들은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인격모독이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제작자들은 출연자의 보호 방안에 대해 더 진지하게 접근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주며 공감하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 연애 리얼리티는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애 세포를 깨우고 싶은 독자라면 오늘 나의 마음을 움직일 연애 리얼리티를 시청해보는 건 어떨까.


도움: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차희연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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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1:00:50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거나 출연진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은 심각한 문제이며, 출연자의 보호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연애 리얼리티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면서도 출연자의 사생활과 명예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더 발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