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자의 모습을 엿보다
현대 물리학자의 모습을 엿보다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09.19
  • 호수 155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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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는 지난 1955년 한양공과대학의 수물학과가 신설된 이후 67년간 실사구시에 기반해 기초과학을 선도하는 중추적 인재를 배출해오고 있다. 자연과 세계에 대해 탐구하는 물리학과는 빛과 물질 같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다. 교수진 중 약 40%는 이론 연구를, 60% 가량은 실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교류와 협력이 바탕이 된 물리학
최근 물리학 연구 동향은 연구 및 실험에 따라 협력이 필요할 경우 공동 연구팀을 꾸린다. 특히 현대물리학은 극한의 환경을 가정하고 탐구하는 만큼, 실험만을 위한 대규모 연구소를 건설하기도 한다. 때문에 초국가적인 공동 연구팀을 조직해 협력한다. 대표적으로 입자천체분야 김태정<자연대 물리학과> 교수와 천병구<자연대 물리학과> 교수는 각각 유럽입자물리연구소와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의 국제공동연구팀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 학교 물리학과가 공동 연구팀을 통해 얻은 연구성과도 적지 않다. 응집물질분야의 김은규<자연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석상일<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22.1%의 광전효율을 가진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 기술 개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내용을 싣기도 했다. 이는 세계최고효율을 인정 받은 바 있다.
 

가장 최근의 가시적 연구성과는?
응집물질분야의 천상모<자연대 물리학과> 교수는 김태환<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김현중<독일 율리히연구소> 박사와의 공동 연구팀(이하 천 연구팀)에서 ‘솔리톤’ 소자 개발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1차원 전하밀도파 나선상 적층배열의 원편광 이색성’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지난 2월 물리학계 권위지 「피지컬리뷰레터스」에 등재될 정도로 뛰어난 연구결과였다.

솔리톤이란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강화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파동을 말한다. 보통 파동이 주변과의 마찰이나 저항에 의해 진폭이 감쇄되는 반면 솔리톤은 진폭을 일정하게 유지한 채 이동한다. 이는 에너지 이동 시 발생하는 열에너지 손실이 없단 의미로 반도체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솔리톤이 소자 내에서 광통신에 이용되면 발열과 에너지과 정보 손실 또한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리톤은 아직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 실용화되지 않았다. 한동안 이의 실현은 물리학계의 난제로 남아있었다.

그중 천 연구팀이 이를 해소할 단서를 찾은 것이다. 편광을 이용해 딱정벌레의 등껍질을 구별하는 원리에 착안해 솔리톤을 실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다. 솔리톤은 나선구조로 켜켜이 쌓인 딱정벌레의 외피와 원을 그리면서 진동하는 편광파인 원편광 모두 *손대칭성을 갖고 있다. 이 딱정벌레 외피에 원편광을 쏘면 일반 가시광선에선 보이지 않던 외피 무늬가 보이게 된다. 나아가 원편광의 이색성에 따라 외피에 왼쪽으로 회전하는 왼-원편광과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오른-원편광을 쏘면 각각 다른 딱정벌레 등껍질 무늬가 보이게 된다. 각 적층배열마다 원편광의 방향에 따라 두 가지 무늬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가 바로 나선상 적층배열의 원편광 이색성이다. 천 연구팀은 이 원편광 이색성이 전하밀도파의 나선상 적층배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 (a) 천 연구팀이 발견한 준1차원 전하밀도파 나선상 적층배열의 구조다.

 

천 연구팀에 따르면 이 원리를 차용해 솔리톤을 발생시킬 수 있다. 솔리톤이 손대칭성을 가진 물체에서 쉽게 발생하기에 나선상 적층배열과 특정 원편광을 사용하면 솔리톤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 솔리톤을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다. 천 연구팀의 연구로 솔리톤 소자 기술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다.

또 다른 최근의 연구는?
광학분야의 송석호<자연대 물리학과> 교수 또한 지난해 나경선<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와 이창수<수원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과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 중 다초점 렌즈가 발생시키는 부작용을 개선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백내장 수술은 기존의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수정체를 각막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중 노안 백내장이 가장 흔하기에 단초점이 아닌 다초점 렌즈의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문제는 다초점 렌즈로 수술 시 얼마 지나지 않아 홈에 생체노폐물이 쌓이는 등 장기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단 점이었다.

이처럼 백내장 수술시 부작용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초점 렌즈의 구조에 있다. 다초점 렌즈는 표면에 동심원 모양의 홈을 파 다초점의 기능을 하도록 제작되기 때문이다. 노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백내장 수술이 증가하는 가운데 송석호 교수는 이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인공수정체 배열 구조를 발명했다.

연구팀이 찾아낸 이 방법은 바로 기존의 렌즈에 낸 홈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무늬를 만들어 렌즈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대신 이 무늬 구조가 렌즈의 겉면이 아닌 렌즈의 중간에 위치하게 했다. 이를 통해 수정체의 표면을 매끄럽게 유지한 것이다.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렌즈 중간에 삽입된 무늬는 직선이 새겨진 한 변의 길이가 10nm인 정사각형을 배열했다. 

▲ 송 교수가 고안한 다초점 렌즈의 무늬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이다.

 


송 교수가 개발한 이 인공수정체는 바로 실제 의료현장에 투입돼 사용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유형의 다초점 렌즈로 기존 렌즈의 백내장 환자의 수술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서 주목되고 있다.
 

앞으로의 물리학과는
휼륭한 학자들을 바탕으로 본교 물리학과는 대내외적으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된 ‘양자물질 극한물성 교육연구팀’은 지난 2020년 ‘BK-21 Four’ 사업 중 하나로 선발돼 차세대 물리학 연구 인력을 양성한다. 또한 지난 4월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에 선발돼 오는 연말 하버드대 및 전 세계 유수의 대학과의 국제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자와 실용적인 연구주제로 꾸려진 물리학과에서 앞으로도 실사구시의 물리학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손대칭성: 두 손이 손바닥을 맞대지 않고선 회전하거나 어떤 방향으로 포개도 겹쳐지지 않는 것처럼 서로 겹쳐질 수 없는 분자구조를 설명하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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