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과 케이팝 같이 갈 수 있을까?
친환경과 케이팝 같이 갈 수 있을까?
  • 윤재은 기자, 이예빈 기자
  • 승인 2022.09.19
  • 호수 1553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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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고?
최근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좋아하는 가수에게 팬심을 표현하는 이른바, ‘덕질’ 또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 분석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케이팝 팬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덕질의 방법은 총 14가지가 있으며 크게 △실물 콘텐츠 구매 △콘텐츠 감상 및 청취 △팬덤 활동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앨범 구매와 음원 스트리밍을 지나치게 소비하는 경향이 팬들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이런 ‘과소비적 덕질’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쁜 쓰레기가 되고 마는 굿즈들
실제로 팬들이 대량으로 구매한 앨범과 응원봉 같은 실물 콘텐츠는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음원 차트 가온차트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케이팝 음반 수는 약 5천7백만 장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음반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실물 음반을 통해 음악을 감상한 사람의 비율은 단 12.7%에 불과했다. 이는 곧 6천만 장에 달하는 음반이 대중의 품에 들어갔지만, 정작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단 뜻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최근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앨범은 그 안에 든 포토 카드나 팬 사인회 응모권 등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한 사람이 수십, 수백 장의 앨범을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케이팝 팬들의 앨범 등 실물 콘텐츠 과소비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필요한 음반과 그 속의 구성품들은 지속 불가능한 물건인데다 폐기 과정이 까다로워 재활용 가능성 또한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이에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앨범의 주요 구성 요소인 △염색 용지 △코팅 용지 △합성 포장재 △CD 등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소각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발생해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 소모되는 환경 비용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덕질 시장 구조가 문제
이런 팬들의 과소비적 덕질은 케이팝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기획사와 음반 제작사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팬들을 이용해 일회성인 과소비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단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업이 팬들을 수익을 위한 도구 삼아 케이팝 시장의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구조가 덕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라 지적했다. 실제로 케이팝 팬 김다현<인천시 서구 22> 씨는 “팬 사인회 당첨을 목적으로 약 200장의 앨범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며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해선 일정 수량 이상의 앨범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내뿜는 음원 스트리밍
과도한 스트리밍 역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해 문제가 되고 있다. 스트리밍이란 파일을 다운받지 않고 음악이나 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것으로, 팬들은 가수의 음원 실적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다. 지난 6월 케이팝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8%가 하루 최소 5시간 이상 스트리밍을 한다고 답했다. 음원이나 뮤직비디오의 감상 횟수가 향후 시상식 등에서 가수의 점수로 매겨지기 때문에 팬들은 가능한 많이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이 시대별 음악 소비를 환경 비용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음악을 스트리밍할 때 소비되는 자원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할 경우, 1년에 승용차 4만3천 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강희정<중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 또한 “스트리밍을 가능케 하는 데이터 센터의 기계를 돌리는 것 자체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대기업의 경우 이런 기계가 축구장 몇 배 크기로 존재해 그 수준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젠 친환경 덕질 하고 싶어요
덕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인식한 케이팝 팬들은 최근 친환경적인 덕질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멜론은 탄소맛’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음원 스트리밍 기업을 상대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이 캠페인엔 현재 약 8천여 명의 청원을 받으며 1만 명 목표 달성을 앞두고 있다. 이다연<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음악 재생 시 스트리밍 회사의 데이터센터에서 휴대 기기로 음악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력과 화석연료가 소비된단 것을 알게 됐다”며 “이를 알리고 개선하고자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국내 기획사에 △그린 앨범 옵션 추가 △저탄소 콘서트 기획 △친환경 앨범 제작 등을 요구하는 등 기업에 적극적으로 친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 활동가는 “처음엔 기획사들이 우리 활동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지금은 환경을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변해야 대중들이 죄책감 없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런 캠페인뿐만 아니라 팬들 스스로도 친환경적인 덕질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 이 활동가는 “팬 사인회 당첨을 목적으로 과도한 앨범 구매를 줄이고 갖고 싶은 특정 굿즈가 있다면 친구들과 같이 공유하는 등 불필요하게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과도한 음원 순위나 조회수 경쟁도 점차 완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친환경 행보
팬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기업들도 점차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획사들은 특히 앨범 제작에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앨범의 구성품을 간소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콩기름 잉크, 수성 코팅 등과 같이 버려지더라도 분해되기 쉬운 친환경 소재로 음반을 제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여러 국내 기획사들이 친환경 앨범과 굿즈를 만들고 환경 관련 협약을 맺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팬들의 요구가 많아지자 이에 기획사들도 발맞추기 시작한 것”이라 설명했다.

음원 플랫폼 역시 스트리밍 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 규모 음원 스트리밍 기업 M사는 ‘액티브 그린 이니셔티브’란 기후 위기 원칙을 만들어 오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음원 제작사 G사는 지난 6월 글로벌 캠페인 아르이(RE)100에 음원 기업사 최초로 가입했다. 아르이100이란 오는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기업을 운영하잔 세계적 캠페인이다. 이를 두고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관계자는 “아직 해외 기업의 여러 선례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국내 기업도 환경 문제를 인지하고 조금씩 긍정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문화로 발전해 나가려는 꾸준한 노력이 이뤄져 한류의 파급력이 친환경적으로 전파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친환경적인 케이팝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기업과 개인 모두의 꾸준한노력이 필요하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케이팝 문화 형성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강희정<중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이다연<케이팟포플래닛> 활동가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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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2 00:01:21
친환경을 고려한 케이팝 문화 형성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팬들의 과소비적 덕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인식하고, 친환경적인 덕질 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들이 눈에 띕니다. 기업들의 친환경 행보와 음원 플랫폼의 탄소중립 발표는 긍정적인 발전입니다. 팬들의 덕질 습관 변화와 기획사의 친환경 앨범 제작도 환영할 만합니다. 지속가능한 케이팝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개인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과 협력이 계속해서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