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뇌절’ 하지 않으려면
[칼럼] ‘뇌절’ 하지 않으려면
  • 문성호<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 승인 2022.09.19
  • 호수 1553
  • 7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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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호<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요즘 대학생들은 웃자고 설정된 상황인 줄 알겠지만, 필자처럼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매우 친숙한 상황이다. 이는 매주 월요일 아침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학급별, 학급번호 순대로 종대 정렬해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받을 때의 상황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당시의 어린이들은 상대성이론을 스스로 증명하듯 1초가 마치 1시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왜 시간이 길게 느껴졌을까? 바로 듣기 싫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재밌고 당시 어린이들이 듣고 싶어 한 연설이었다면 지루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정치판에서도 나타난다. 선거 운동이나 당내 행사 혹은 국민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정치인들의 연설이 그렇다. 요즘은 이런 상황에서 자주 오가는 덕담이 있다. 바로 ‘이보게, 뇌절 하지 말게’다. 

뇌절은 일본의 유명 소년만화 나루토에서 등장한 말이다. 나루토엔 카카시란 닌자가 등장하는데, 그가 사용하는 술법이 바로 뇌절이다. 본래 명칭은 치도리지만 그의 대사 중에서 번개를 잘랐다는 증언이 있어 뇌절(雷絶)이라고도 표현했다.

이는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새로운 의미가 붙었다. 디시인사이드 만화갤러리에서 카카시란 인물의 술법을 비웃는 글이 계속 올라오자 ‘1절, 2절도 모자라서 카카시 뇌절까지 하네.’라며 비판한 것이 최초의 용례로 알려졌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말을 눈치 없이 이어간다는 점에서 △사골 △오버 △꼬리물기와 비슷한 뜻의 신조어로 자리 잡은 것이다. 

불필요한 덧붙이기를 지속해 상대방에게 피로감을 유발하기에 뇌절은 사회인으로서 가장 조심해야 할 특성이다. 유명 케이블 채널 히스토리에 ‘최강의 검, 더 마스터’란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민간 도검장 출연자들이 정해진 주제와 조건에 맞춰 자신만의 독특한 도검을 단조해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들 중 일부는 꼭 제작진이 제시하지도 않은 요소를 추가하다가 탈락하곤 한다. 24만 인기 유튜브 채널인 안협소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일본 최악의 협소주택으로 선정된 곳을 소개하는 코너인데, 집을 짓는데 과한 개방성을 둬 최악의 사례로 선정되곤 한다. 

뇌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면 된다. 과거 교장선생님께서 지루해하는 어린이들의 반응을 살피셨다면 그런 부정적 인식은 없었을 것이다. 탈락한 도검장이 딱 제작진이 요구한 것만 해냈다면 우승했을 수도 있다. 의뢰인이 원한 만큼만 개방감을 구성했다면 뇌절한 건축가도 오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소통의 부재, 타인에 대한 공감의 부재가 뇌절을 불러온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연인 사이에도 사소한 것에 뇌절하면 바로 싫증이 나서 이별까지 직행하는 법이다. 

뇌절하지 않으려면? 어쩌면 이 문구가 약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박수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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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2 00:05:33
"뇌절"이라는 개념은 상대방에게 피로감을 유발하는 불필요한 덧붙이기를 지양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사회적으로 조심해야 할 특성으로 꼽히며, 소통과 공감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반응과 요구를 살피며 뇌절을 피하고 적절한 대화를 이어가야 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올바른 의사소통이 중요한 시대에서 이 문구는 경고와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