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너 방금 되게 우영우 같았어"
[장산곶매] "너 방금 되게 우영우 같았어"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2.09.05
  • 호수 1552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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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휘경<편집국장>

가히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난달 18일 종영했다. 이 드라마 속 대사가 각종 밈으로 만들어져 유행한 것은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는 등 극적인 효과를 낳았다. 게다가 주인공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 배우가 1년을 고심한 후 출연을 결정한 시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한창인 시기와 맞아떨어져 한국 사회에 장애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단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건 남겨진 우영우다. 우영우 신드롬 끝에 남은 ‘우영우 같다’란 비유적 표현이 남았다. 이제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크고 작은 강박증과 고민할 때 내는 ‘음’ 소리,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행위 등 모두에 비유되고 있다. 우영우라는 드라마 속 캐릭터는 현실에서 조각난 캐릭터성으로 향유된다. 귀여운 우영우, 천재 우영우, 장애를 가진 우영우, 그리고 이상한 우영우. 문제는 특정 행위에 대해 ‘우영우 같다’라고 표현할 때, 어떤 우영우를 빗댄 것인지 모호해졌단 것이다.

한창 드라마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을 때, 한 유튜버가 우영우의 행동을 모방해 비난을 샀다. 그러나 이후 U고등학교 학생이 드라마 속 우영우의 패션과 외형을 따라한 채 찍은 졸업사진이 공개됐을 땐 사뭇 다른 반응도 제기됐다. 장애인을 희화화한 것이 아닌 단순 코스프레에 해당한단 것이다.

우영우를 모방한다는 건 도대체 뭘까. 수많은 드라마 성대모사, 패러디는 허용되면서도 우영우를 따라하는 건 어쩐지 묘하게 불편한 느낌을 준다. 다른 드라마 주인공들은 같은 옷을 계속 입지도, 같은 음식을 매일 먹지도,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지도 않기 때문 아닌가. 그 모든 것은 우영우의 장애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 아니었던가.

드라마 주인공은 흔히 작품 안에서 시청자와 다른 환경에 놓이고, 다른 인간관계를 맺어 만들어진 성격과 특징들로 캐릭터가 형성된다. 이때 우영우는 이미 작가가 전면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특징을 내걸어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드라마의 의의로 삼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주인공이 장애라는 특징을 가졌기에 마주하는 경험들로 채워져 있다. 게다가 배우 또한 작품 세계관 안에서 우영우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대본과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서적을 두 손에 들고 캐릭터를 흡수해갔다. 돈이 돼야 하는 대중매체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귀엽고 천재적인 캐릭터, 미모의 배우가 조합된 것은 불가피한 장치였을 뿐이다. 

우영우라는 캐릭터성은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작품의 의도와 완전히 분리되긴 어렵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가진 장애란 특징을 끌어안고 자기 자신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나간다는 스토리 전개를 봤을 때도 그러하다. 장애는 작품 속에서도 극복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서 한 명의 인간을 구성하는 특징이다.

이 때문에 하물며 우영우의 관찰자로 자리하는 드라마 밖 시청자들은 더더욱 캐릭터를 쪼개고 쪼개 입맛대로 소비할 순 없다. 우영우와 비슷한 단발머리나 옷차림을 보고 우영우 같다고 말하는 것과 우영우를 부러 모방하는 것, 또는 우영우와 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우영우 같다는 말을 건네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누군가가 우영우와 비슷한 말투를 구사했을 때 무심코 우영우를 떠올리고 ‘우영우 같다’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귀여운 우영우를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이는 상대방의 특징을 우영우라는 캐릭터로 대체해버린다는 점,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우영우의 특징을 단순히 비유를 위한 장치로 소비한다는 점, 심지어 드라마에서 의도적으로 표현해낸 특징이 장애라는 특징과 완벽한 분리를 이루진 못한단 점에서 삼갈 필요가 있다.

하나의 작품 속 인물은 그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삶을 이어나간다. 수많은 곡해를 넘어, 봄날의 햇살과 고래가 춤추는 그 세계에 우영우는 우영우로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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