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를 만나다] 전통을 잇는 다양성과 경험의 총체, 문화인류학과
[학과를 만나다] 전통을 잇는 다양성과 경험의 총체, 문화인류학과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09.05
  • 호수 155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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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과

문화인류학과는 전국에 14개밖에 없는 학과다. 수도권엔 △덕성여대 △서울대 △연세대 3개를 합쳐 총 4개밖에 없으며 국내에선 서울대를 이어 설립돼 유서가 깊다. 최경철<국문대 문화인류학과> 학과장은 문화인류학과를 소개하며 먼저 학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는 사립대학 중 최초로 1982년에 설립됐죠.” 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본교 문화인류학과는 미국의 학제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문화인류학과는 사회학에서 연구방법론을 달리하며 분리돼 조직됐지만 본교 문화인류학과는 전통적인 문화인류학이 추구하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그 뿌리가 오래된 만큼 전통을 공고히 할 만큼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교 문화인류학과는 유일무이한 학과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 학과장은 문화인류학에 대해 “세상의 인간이 닿는 모든 곳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학문”이라 소개했다. 문화는 인간으로부터만 발생해 문화인류학의 주제가 너무나도 폭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문화인류학의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모든 하위 분야의 공통된 연구 목표는 인간으로 귀결된다”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문화인류학 안의 연구를 진행하는 주요한 방법론이 있다면 다양성과 경험주의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일례로 △고고학 △음식인류학 △음악인류학 △의료인류학 △정치인류학 △젠더인류학 △체질인류학 등 인류학엔 무수한 하위 분야들이 있어요. 이들은 서로 다른 주제와 목표로 연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인간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죠.”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으로서 문화가 존재하지만 결국 문화인류학의 목표는 세상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탐구하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인류학과의 중심적인 목표가치로써 ‘경험’을 언급한 최 학과장은 곧바로 이에 관해 설명했다. “문화인류학과에선 이론뿐만 아니라 경험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강의 안에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수업이 많아요. 외부 실습을 포함하는 강의가 많습니다. 당장 학생들에게도 강의실에서 배우기보단 나가서 직접 보고 오라고 말하죠.” 학부생, 대학원생 가리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며 매 학기 진행되는 현지 조사를 최소 6번 이상 참여해야 졸업할 수 있는 문화인류학과의 졸업요건도 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는 학과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과는 다문화 연구에서도 학과만의 특색을 자랑하고 있다. 문화인류학과 산하의 ‘글로벌 다문화 연구원’의 연구가 학교가 위치한 안산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산의 반월산업공단의 공원 숙소가 있던 원곡동 일대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주민 집단 거주 지역이다. 이곳엔 공단에서 일하는 약 2만 3천 명의 등록 외국인이 머물고 있다. 이른바 ‘국경없는 마을’로 불린다. 또한 한대앞역이 위치한 고잔동엔 사할린 귀환 동포 1세들이 거주지인 ‘고향마을’이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우리 학교 문화인류학과는 이곳에서 안산의 ‘다문화’란 의제를 따라 ‘다문화 거버넌스’ 및 ‘사할린 귀환 동포의 디아스포라’와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다문화 거버넌스’ 연구는 이주민 지원 사업에 대한 담론이 지역 안에서 형성된 양상을 다루고, 안산 내 이주민 관련 단체의 활동에 중심을 둬 거너번스 활동의 실효성을 검토 및 파악했다.
 

이는 다문화도시로 대두되는 안산의 이주민을 연구한 결과를 도출하며 이주민 인권 상황을 기록만 하기 보다 안산시 내 이주민의 상황을 제고할 수 있는 제언을 마련했다. 글로벌 다문화 연구원의 정병호<국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연구원의 연구자들과 함께한 이 연구에서 다문화 이주민들의 실상만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나아간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 교수는 해당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국가적 사업에도 참여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으로 ‘이주민 인권가이드라인’ 실태조사를 진행해 국내 이주민의 인권 실태를 제고할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본교 문화인류학과의 연구자들이 안산을 조사하고 제시한 제언이 국가적인 권고사항으로 수렴된 것이다.

문화인류학과는 이러한 현지 조사 프로그램 외에도 고고학의 안신원<국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실천인류학 분과의 정병호 교수가 평화디딤돌이란 외부 조직을 구성해 함께한 현장 조사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발굴을 위한 한일 대학생 공동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1997년 조성돼 한일 양국 시민들이 이뤄내는 유골 발굴과 송환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운동임과 동시에 한일 민간차원의 교류였다. 이는 지난 2018년까지 이어졌다. 이 활동은 강제 노동자 유골 발굴과 평화적 실천을 슬로건으로 삼아 큰 틀의 문화인류학적 연구로써 고고학에선 발굴, 실천인류학에선 의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워크숍에서 △한국인 △재일조선인 △일본인의 삼자 간의 만남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평화적 행위를 도모하고자 했다. 워크샵은 주로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골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 일본의 홋카이도와 오키나와의 등지에서 진행됐다. 이 워크숍에선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골을 발굴하고 이때 발굴된 희생자의 령을 달래는 작업을 수행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가 희생된 조선인 징용자의 유골 115구를 국내로 봉환하기도 했다. 민간의 노력으로 유골이 100구가 넘게 봉환된 것은 최초였다. 이는 한일 양국의 대학생이 과거사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발굴 △추모 △역사적 사실 학습 △국제적 교류를 한 것으로 유골 발굴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고고학적인 학습 외에도 역사적이며 실천적인 의의를 지닌다.

이와 같이 문화인류학은 앞으로의 사회연구에서도 차지할 비중이 커질 거라 예상한 최 학과장. 하지만 문화인류학만큼 글로벌한 사회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잇는 매개로 역할하는 학문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역사상으로 오랜 기간 단일 민족국가로 지내와 다문화국가로서의 자각이 아직까지는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국내에 들어온 이주민들과 토착민들이 섞이며 서로의 문화에 대해 헤아리고 이를 소화해야 할 과정이 있을 거에요. 이때 다양성과 상대주의를 강조한 문화인류학이 사회의 필수적인 학문이 될 겁니다.” 그가 읽은 흐름과 같이 문화인류학이 필수적인 학문으로서 세상 속 다양한 인간과 문화를 이해하는 학문으로서 큰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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