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를 흔드는 AI 아티스트
예술계를 흔드는 AI 아티스트
  • 윤재은 기자
  • 승인 2022.09.05
  • 호수 1552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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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기계도 예술을 한다!
세계적인 명작으로 알려진 도서 「해리포터」의 ‘해리’,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가 실제 인물이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영화 속 주인공 캐스팅이 잘됐다 해도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인물의 모습과 달라 아쉬웠던 독자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곧 사라질 지 모른다. 최근 인공지능(이하 AI)이 원작 소설을 읽고 이해한 것을 토대로 인물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져 왔던 예술의 영역에 AI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AI 아티스트, 예술계를 흔들다
AI는 주어진 상황을 계산하는 △사고력 △판단력 △학습력을 갖춘 소프트웨어다. 그동안 주로 산업계에서 활용되던 AI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예술가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타인의 작품을 모방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직접 예술 작품을 창작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표적인 AI 아티스트로는 지난 4월에 개발된 ‘달리2(DALL-E 2)’가 있다. AI 화가인 달리2는 다양한 화풍을 사용해 더 정교하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어 지난 7월에 개발된 초거대 AI ‘칼로(Karlo)’는 반도체 기업 S사와 협업해 노트북 커스텀 스킨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지난 8월엔 AI 시인 ‘시아(SIA)’가 직접 쓴 시집이 출간되기도 했다. 시아는 1만 편이 넘는 시의 작법을 익힌 후 이를 종합해 새로운 문체로 시를 집필하며 현재도 각종 분야의 문학에 도전하며 습작을 이어가고 있다.

 

▲ AI 아티스트 칼로가 만든 그림인 「Neo Brain Tiger – Hero」이다.



기술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AI 아티스트는 공통적으로 ‘멀티 모달 AI’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미지 △음성 △동작 △시선 등 여러 정보를 동시에 입력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기존의 AI가 언어를 통해서만 정보를 학습할 수 있었다면,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활용해 언어의 맥락을 여러 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AI는 과거에 비해 보다 정밀한 묘사가 가능해졌다. K사가 제작한 칼로의 경우 학습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해석하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김수환<카카오브레인 전략기획팀> 리더는 “멀티모달 AI에 수억 장의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학습시켜 문장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새로운 작품을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 칼로가 디자인한 그림을 통해 제작한 휴대폰 케이스와 노트북 스킨이다.
▲ 칼로가 디자인한 그림을 통해 제작한 휴대폰 케이스와 노트북 스킨이다.


AI 아티스트, 예술에 숨을 불어넣다
툭 하면 척하고 만들어내는 AI 아티스트는 현재 모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상을 떠난 화가의 화풍을 고스란히 학습해 이를 재현 할 수 있으며, 이들의 화풍을 응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19세기 인상파 화가인 △르누아르 △모네 △반 고흐가 살아있었다면 현재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AI 화가는 이들의 화풍을 사용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최연욱 서양화가는 “모작의 결과물만 봤을 땐 AI와 모작가의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시간과 비용의 측면에서 AI 아티스트가 만드는 모작 방식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많이 활용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통해, 훼손되거나 분실된 작품을 AI 아티스트를 통해 복원시킬 수 있단 장점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반 라인’이 그린 세계적 명화 「야경」이 AI 아티스트를 통해 복원된 바 있다. 과거 해당 작품을 암스테르담 시청의 두 문 사이에 걸기 위해 일부 잘라낸 형태였으나, 렘브란트의 화풍과 색상 등의 패턴을 분석해 훈련한 AI가 이를 복원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양헌 미술평론가는 “작품을 분석하고 그림을 조합하는 건 AI 기술이 사람보다 뛰어나다”며 “인간이 볼 수 없는 부분을 포착해낸단 큰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AI 아티스트로 변화할 예술계
예술가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단 것도 AI 아티스트의 장점이다. 실제로 현재 다수의 예술가는 AI와 협업하고 있다. 그중 두민 화가는 국내 최초로 AI와 협업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9년 ‘이메진AI’와 협업해 독도를 소재로 한 작품 「Commune with...」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두민 화가는 “AI가 미술계에 어떤 식으로 쓰일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AI는 하나의 입력값에 대한 다양한 결과물을 출력해 예술가에게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신선한 자극제이자 조력자로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술계는 앞으로 AI가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또한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 서양화가는 “AI가 만든 그림이나 이미지를 통해 영상 제작도 가능해진다면 구현될 수 있는 상상력의 폭이 매우 넓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AI가 독자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처럼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시간과 비용 부담은 절감하면서 예술성은 더욱 부각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기존 영상의 틀이나 촬영기법을 깨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단 기대도 나온다. 최 서양화가는 “AI가 만들 영화에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또 다른 영화의 장르를 만드는 등 선순환이 생겨 예술계에 다양성과 새로움을 불어넣을 것”이라 전망했다.
 

▲ 지난 2019년 두민화가와 이메진AI가 협업한 작품 「commune with...」이다.
▲ 지난 2019년 두민화가와 이메진AI가 협업한 작품 「commune with...」이다.


AI 아티스트, 더 완벽해지려면
AI의 작품에 대한 예술적 가치와 아티스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예술은 독창성과 철학을 중요한 요소로 여기기 때문에, 학습한 정보를 토대로 ‘명령’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예술로서 인정할 수 있을진 미지수란 것이다. 최 서양화가는 “독창성은 자율적인 주체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AI의 작품엔 많은 사람의 노동이 숨어있기 때문에 AI란 기술을 아티스트로서 인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미술평론가도 “AI가 계속 발전하며, 새로운 화법의 개발이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수준까지 온다면 아티스트로서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아직 AI 아티스트를 하나의 주체적인 아티스트로 볼 수 없단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AI를 아티스트라고 볼 순 없어도, AI가 만든 작품 자체는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최 서양화가는 “인간중심주의를 깨는 것이 현 예술의 화두인데 AI 아티스트는 이를 구현할 수 있다”며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이질적이며 이상하기도 하고 새로워 보인단 점에서 앞으로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AI 아티스트의 작품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저작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단 점은 숙제로 남아있다. AI의 작품이 많아지면서 △개발된 AI를 예술 분야로 학습시킨 관리자  △기술을 구입해 보유하고 있는 소유자 △AI를 개발한 기술자 등 작품에 관한 이들 모두 저작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훈<한국저작권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저작권법상 저작권은 인간에게만 부여돼 AI는 그 주체로 볼 수 없다”며 “AI의 창작물에 대한 논의가 많아짐에 따라 권리 귀속 주체 및 보호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감각 △느낌 △생각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AI 아티스트. 이들의 행보로 인해 변화할 예술계를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도움:김수환<카카오브레인 전략기획팀> 리더
두민 화가
박정훈<한국저작권위원회> 선임연구원
이양헌 미술평론가
최연욱 서양화가 
사진제공:김수환<카카오브레인 전략기획팀> 리더
두민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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