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반려식물 보러올래?
우리집 반려식물 보러올래?
  • 윤재은 기자
  • 승인 2022.08.29
  • 호수 1551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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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볕과 적당한 바람에 꾸준히 물을 주면 어느새 새잎이 돋아나는 식물. 최근 이러한 식물이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평안함을 얻는 ‘식집사’가 등장하고 있다. 식집사란 식물을 모시는 집사란 뜻으로 반려식물이 인기를 끌자 만들어진 신조어다.

빛을 받기 시작한 반려식물
반려식물은 말 그대로 인생의 짝꿍과 같이 일상을 함께 보내는 식물을 의미한다. 과거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 여겨졌던 식물에 ‘반려’란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식물을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교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분재원을 운영하는 박슬기<더본사이> 대표는 “정신적인 교감과 애착을 갖고 식물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50대, 60대가 주 고객층이었지만 이젠 20대나 30대도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식물 우울한 마음에 꽃 피우다
이처럼 반려식물이란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반려’할 수 있는 존재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려자 혹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길 희망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반려식물에 눈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3년 째 50여 가지 품종의 반려식물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김설아<성남시 수정구 32> 씨는 “겁이 많아 동물은 키울 수 없었지만, 식물은 키움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답했다. 김 씨에게 반려식물은 동물과 같은 존재이자 인생의 동반자로서 사랑으로 돌보고,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유미경<농업기술센터> 원예치유강사는 “식물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씨앗부터 본연의 모습까지 자라며 성장을 거듭하는 존재”라며 “이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보호자처럼 지켜보는 것을 지속적으로 하면 정서적 교감을 경험할 수 있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식집사에게 반려식물이란?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처음 입문하게 됐을까. 기자는 지난 1월부터 반려식물과 생활하고 있는 채로운<서울시 송파구 28> 씨를 만나 반려식물과 함께 하는 일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는 “식물로 집을 꾸미는 ‘플렌테리어’를 위해 식물을 한 개, 두 개 데려오다 식물의 푸른 신록에 반해 매력에 빠지게 됐다”며 “특히 외형이 각양각색이고 필요로 하는 서식 환경과 식사 주기도 다양한 희귀식물에 관심이 갔다”고 답했다. 이어 “그중에서도 멕시코의 다육식물인 난봉옥은 품종마다 변이가 일어나 같은 종이라도 똑같은 것이 하나 없어 특별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식물을 기르며 우울증을 극복하기도 했다. 채 씨는 “그저 물만 주며 기르고 있지만 어떤 존재보다 큰 힘이 되고 안정감을 주는, 내게 빠질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고 전했다.
 

▲ 채로운 식집사가 키우는 백조난봉옥인 ‘행복옥’이다.
▲ 채로운 식집사가 키우는 백조난봉옥인 ‘행복옥’이다.

더 안전하게, 더 건강하게
이처럼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와 관련한 여러 이색적인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그 중 인공지능을 활용해 식물 종의 물의 양과 일조량 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앱이 있다. 이종석<플랜트그램> 대표는 “초보 식집사들이 많이 하는 실수인 과한 물주기가 있는데, 앱을 통해 식물이 시드는 것을 방지하고 오래도록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다”며 “물주기 알람을 통해 바쁜 생활 속에도 잊지 않고 적정량의 물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앱과 더불어 집을 비울 때 식물을 맡길 수 있는 ‘반려식물 호텔’까지 등장했다. 이곳에선 식물의 상태 판단을 위한 진단서를 작성 후 플랜트 매니저가 그에 맞게 식물을 돌봐준다. 조민희<가든 어스> 플랜트매니저는 “집을 장기간 비우게 되거나 이사를 가는 등 식물 관리를 하기 어려워질 때 대신해서 물과 영양제를 주고 잎도 정리해주는 등 식물 케어를 도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반려식물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식물병원’도 있다. 이곳에선 병든 반려식물을 식물 전문 의사와 원예사가 치료해준다. 식물병원엔 일반 병원처럼 치료실, 입원실도 있어 상태에 따른 정밀 진단이 가능하다. 이강미<허밍그린> 대표는 “식물과 흙을 살펴보고 현미경으로 벌레가 생기지 않았는지 들여다보며 어디가 아픈지 상담을 통해 도와준다”며 “아픈 식물에 대한 상담을 원해오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김도아<건국대 조형예술학과 21> 씨는 “선물 받은 식물이 아파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식물병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며 “반려식물을 진찰해줘 어디가 아픈지에 대해 알고 치료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식물호텔 가든어스의 내부 모습이다. 

 

 

▲이강미<허밍그린> 대표가 아픈 식물을 진찰하는 모습이다.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날수록 식물에 대한 관심은 커진다. 식물의 매력에 빠져 나도 모르게 어느새 ‘식집사’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지친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친구가 될 수 있는 반려식물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박슬기<더본사이> 대표
유미경<농업기술센터> 원예치유강사
이강미<허밍그린> 대표
이종석<플랜트그램> 대표
조민희<가든어스> 플랜트매니저
사진제공:이강미<허밍그린> 대표
조민희<가든어스> 플랜트매니저
채로운<서울시 송파구 28>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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