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정의하다, 원정의 강사
영어를 정의하다, 원정의 강사
  • 임민영 기자
  • 승인 2022.08.29
  • 호수 155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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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의 강사

이제 국내에서 영어는 간단한 회화 정도는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기본 소양이 된 지 오래다. 나아가 국가시험, 취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언어인 영 어. 본교 출신의 원정의 동문은 현재 수능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토익부터 수능까지, 10대부터 60대 까지, 다양한 시험과 연령층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친 그. 영어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찬 그가 가진 강사로서의 지난날과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영어와 함께한 학창 시절
원 동문의 학창 시절은 영어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고교 시절 10개월 동안 다녀온 교환학생 경험은 그의 활기찬 성격에 밑바탕이 됐다. 17살, 미국 텍사스주에서 홀로 지내며 쌓은 자립심은 귀국 후에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이때 생긴 자신감으로 그는 학급 임원이 돼 학내 활동에 참여했고 교외 스피치 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그의 태도는 특히 영어 수업에서 돋보였다. 당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건 그가 느낀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는 “영어 실력이 꾸준히 향상한단 것은 뿌듯하면서도 자신감을 얻는 일이었다”며 “영어 과목의 성적이 언제나 좋다 보니 계속해서 영어를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영어에만 매몰됐던 그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어와 거리를 둘 마음으로 영어 관련 학과보단 다른 학과에 관심이 쏠렸던 원 동문은 당시 신문방송학과였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09학번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평생 좋아한 영어를 마냥 멀리할 순 없었다. “결국 제가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건 영어였어요. 대학 시절 학과 공부에 대한 만족감은 영어 공부할 때 느꼈던 희열감보다 덜했어요.”

다시 영어의 세계로
‘2010년 1월 5일’은 원 동문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강남의 한 토익학원에서 조교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이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강생들이 강의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어요. 그 강의실에 마침 스크린이 고장 나 저는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고치고 있었죠. 기계를 만지는데 갑자기 화면이 켜지더니 모든 수강생들이 한순간에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모두가 저를 쳐다보는 그 모습에 소름이 돋았어요. 가만히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지식을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단 마음이 생겼죠.” 강의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일제히 자신을 쳐다봤던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남아있단 원 동문. 

그렇게 자연스레 강사가 돼야겠단 다짐을 한 그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교환학생 파견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이후 그는 2학년이 되자마자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사실 교환학생도 하루 만에 결정한 일이었어요. 국제처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바로 다음 날인 1월 6일에 마감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꽤 즉흥적이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꿈을 위해 돌진한 원 동문은 졸업 후 토익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소위 말하는 ‘일타 강사’가 된 것은 아니다. 원 강사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 수강생들에게 더 좋은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그는 사소한 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준비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모든 걸 계획해서 강의하는 편이에요. 항상 빈 강의실에서 미리 연습하면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수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수강생들이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곤 해요.” 완벽한 수업을 위해 강의 중 할 멘트까지 순서대로 준비하는 건 물론, 수강생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시간까지 예상해 그에 맞는 농담까지 마련한단 원 강사. 이런 그의 습관은 토익 강사 생활 6년이 지나 9년차 강사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열띤 강의 후 원 동문이 남긴 판서 모습이다.
▲ 원 동문이 수능 강의 준비를 위해 연습한 판서의 모습이다.

매 수업을 악착같이 준비한 그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강사 생활 초반에 본인이 터득한 공부법과 수강생에게 효과적인 공부법이 달라 대안을 고안해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교환학생 시절 동안 자연스레 영어를 접해서 그런지 구문 독해는 생소한 영역이었다”며 처음 강단에 나섰을 때의 당혹스러운 기억을 회상했다. 이외에도 특강반을 가르칠 때 한 수강생으로부터 최하점의 강의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일 이후 수업에 몰입도가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돼 평소보다 힘을 덜 쏟기도 했단 그. “지금 생각하면 한 평가에 매몰돼 다른 수강생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단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며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심지가 단단해져 수업에 더욱 열심히 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6년간 토익 영역에서 일타 강사로 이름을 날린 그는 지난 2021년부터 영역을 옮겨 수능 영어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돌연 분야를 옮긴 계기를 묻자 그는 “6년 동안 토익을 가르치면서 뿌듯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자리에만 계속 머물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외부 자극이 크게 없으면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 힘든 편이라 어느 순간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며 토익에서 수능으로 영역을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원 강사는 “교육의 핵심인 수능을 가르친단 건 힘든 일이지만 즐거움이 더 크다”고 밝히며 현재 직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성장하는 강사
토익과 수능 영어 두 가지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원 강사. 영어를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그는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꾸준히 연습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얼마든지 실력은 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험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그는 학생들에게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이것 하나로 자신을 너무 옥죄지 말아야 한다”고 응원한다. 이런 조언을 항상 학생들에게 전하는 그는 앞으로도 학생들을 생각하고 같이 성장하는 강사로 지내고 싶다고 밝혔다.

영어는 원 동문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도구라고 한다. 강의에 쓰이는 영어 교재의 지문에 나오는 여러 분야의 정보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답한 그. 더 좋은 강의를 위해 그는 매번 철저히 공부하고 갖은 논문을 찾곤 한다. 앞으로도 많은 학생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멋진 영어 강사로 일하길 기대한다.


사진 제공: 원정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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