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가주망, 아방가르드, 그리고 연극
앙가주망, 아방가르드, 그리고 연극
  • 한대신문
  • 승인 2006.11.06
  • 호수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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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 (1898-1956) 서거 50주년을 맞아

19세기 유럽문명의 찬란함과 그림자, 그리고 20세기 미국식 대량소비사회의 풍요와 갈등이 서로 교차하는 1920년대의 독일 베를린, 그곳은 현대 연극사에 길이 남을 천재적 탕아, 해방의 열정과 사유의 차가움으로 번득이는 전위적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 의 도시였다. 세계 1차대전의 비참함과 부조리를 체감한 이 젊은 예술가는 아버지세대 교양의 관념적 이상, 예술의 쾌락적 유미주의를 냉소하고 풍자하고 뒤집어 버린 뒤, 대중의 시대, 과학과 기술의 시대, 그리고 계급과 정치의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연극을 만들려는 꿈을 품는다. 이 꿈은 1928년 <서푼짜리 오페라>의 성공으로 현실이 되었고, 그 후 망명으로 점철된 1930-40년대를 거쳐 일련의 작품 실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브레히트의 이 새로운 연극을 일컫는 ‘서사극 das epische Theater’은 세익스피어 연극의 가치에 맞먹는 현대연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정받으면서, 그의 죽음을 넘어 오늘날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무대로 다시 살아나고 또 관객과 만나고 있다. 
브레히트의 몇몇 대표작들을 일별해보면 그의 연극세계가 어떤 지적인 문제들과 대결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서푼짜리 오페라> (1928), <억첨어멈과 그 자식들>, <갈릴레이의 생애> (1939), <사천의 선인>,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 (1941) 는 각각 자본주의사회의 도덕적 허위, 전쟁의 상업성, 과학의 도덕적 책임, 도덕적 개인주의의 한계, 독재자와 그 권력집단을 주제로 삼는다. 전통적 연극이 극중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공감과 동일시를 유도해 주인공의 감정곡선에 동승하는 체험을 추구하는데 반해, 브레히트의 연극은 현실의 중요한 도덕적 갈등, 사회적 지적 문제들에 대해 유쾌한 성찰을 유도하는 미학적 전략을 구사한다. 브레히트의 관객은 말하자면 문제의식을 갖춘 쿨한 두뇌, 유머의 자유, 미적 형식에 대한 감수성을 소유하고, 무대 위에 형상화되어 펼쳐지는 기호들의 맥락과 명멸하는 의미들을 이해하고, 느끼고 향유하는 그런 ‘모던’한 관객이다.
구 동베를린 지역, 브레히트하우스 옆 도로테아 묘원에 브레히트가 안치된 지 50년의 시간이 지났다. 브레히트 서거 50주년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브레히트 공연 및 기념행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한국에서도 흥미로운 무대와 전시회, 강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레히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 한국브레히트학회가 성균관대학교 성균갤러리에서 준비한 <브레히트 전시회>에서는 브레히트 생애를 소개하는 자료들과 독일 공연실황 영상물을 볼 수 있다.(오후 4시 이후) 또 11월 15일부터 12월 3일 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는 브레히트가 헬레네 바이겔과 함께 이끌었던 <베를린 앙상블>의 최고 연출가 중 한명인 홀거 테쉬케가 국내연극인들과 함께 만든 <서푼짜리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다.

탁선미<국문대·독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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