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감(共感) 상실의 시대
[칼럼] 공감(共感) 상실의 시대
  • 이연수<일반 대학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21 졸업>  동문
  • 승인 2022.06.07
  • 호수 1550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연수<일반 대학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21 졸업>  동문

“요즘 이 채널 봤어?”, “이 사람 알아?” 즐거운 대화를 하기 위해 흔히 건네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런 게 유행이라고?” 금시초문인 경우가 많아진다. 유튜브의 첫 화면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의 둘러보기, 네이버 뉴스 메인화면 등 같은 플랫폼을 동 시에 켜도 이용자에 따라 다른 콘텐 츠로 구성된 인터페이스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 해주는 개인화 서비스,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만들어 낸 일상이다.

맞춤형 추천 서비스는 모바일 마케팅 영역에서 꽃을 피웠다. 맞춤형 광고는 일반 광고에 비해 7-8배 정도 높은 효율을 보이지만 개인정보 침해라는 부정적 이슈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혜택을 수집할 수 있다면 기꺼이 데이터를 제공받겠단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맞춤형 광고가 유용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수용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알고리즘으로 음악을 추천해주는 스포티파이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맞춤형 광고가 TV로 외연을 확장한다. TV 맞춤형 광고인 어드레서블 TV 광고의 국내 도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가구별 시청 이력, 선호 채널과 관심사 데이터를 수 집하여 가구마다 다른 광고를 송출한다. 마치 유튜브 광고처럼 말이다. 매스의 상징인 TV에 맞춤형 광고가 도입된 것이다. 개인화의 범위가 가구의 단위로 확대되는 셈이다.

TV가 곧 메시지였을 때, 광고는 그 자체로 콘텐츠 역할을 해 밈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됐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를 흉내 내고, 구아바가 망고 를 유혹한 내용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지상파에서 디지몬 어드벤처를 시청한 친구이든, 케이블 TV에서 도라에몽을 시청한 친구든 모두가 같았다. ‘어제 그거 봤어?’라는 물음으로 웬만한 사람들과 끝없는 대화가 가능했다.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누비는 사람들은 아마도 포켓몬스터가 지상파에서 방영했던 당시 TV 앞에 앉았던 동시 시청자들의 모임일 것이다.

미디어와 콘텐츠의 탈중앙화 시대다. 지금은 ‘누구나 좋아할 콘텐츠’ 보다 ‘누군가 분명히 좋아할 콘텐츠’ 가 더 중요하다. 각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수집하는 환경이 ‘디폴트’ 값이 됐다. 이로 인해 깊은 취향을 형성할 수 있고 그 ‘누군가’들이 모여 세분된 집단의 ‘우리’가 구성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우리’가 아닌 다 른 집단과 공감의 교집합은 상실된다. 문화적인 공유와 공감을 위해 다른 취향을 찾아보는 일이 불필요하다. 이미 자신의 세상을 향유하기 위한 정보와 대상이 차고 넘친다. 그렇 게 세대 간 공감대가 단절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며, 세대라는 틀 안에서도 수많은 층으로 구분 지어진다. 이는 MZ세대를 규정하는 외부의 시선에 당사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 판매 수량이 제한된 포켓몬스터 빵을 구하기 위해,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게시물이 화제였다. 그 영상을 보며 필자는 생각했다. 알고리즘과 초개인화 시대의 흐름에 서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누구’와 공감하고 있을까. 10년, 20년 뒤 이 시대의 어떤 순간을 함께 반가워하며 추억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