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防民之口甚於防川
[취재일기] 防民之口甚於防川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2.05.23
  • 호수 154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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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대학보도부> 차장

방민지구심어방천(防民之口甚於防川), 대중의 소리를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 이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폭군 중 한명인 서주(西周)의 여왕(厲王)에게 직언한 신하 소목공의 말이다. 그리고 이는 필자가 수습기자 지원서의 시작을 연 성어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주화 이전 우리나라에서도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언론을 숱하게 통제했다. 그러나 대중의 소리를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어려웠다. 

필자는 이 성어를 보자면 자연히 떠오르는 두 명의 젊은 기자가 있다. 바로 신성호<중앙일보> 기자와 윤상삼<동아일보> 기자다. 이들은 당시 권력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생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생 이한열 군의 사망 사건’을 보도했다. ‘진실’과 ‘알 권리’를 향한 그들의 용기는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을 놓았고 민주화를 위한 우리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은 그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자유와 정의를 향한 위대한 변혁이 바로 그들의 펜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신의 두 손으로 세상을 바꾸고 공익에 기여하는 그들의 정의로운 모습은 필자가 기자라는 직업에 가슴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언론인’이라는 가슴 뛰는 꿈을 품게 됐다. 

이 같은 꿈과 소신을 품고 한대신문의 기자로서 활동한지 어느덧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 이제 단 한 번의 발간만을 앞두고 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필자는 지금 이 순간까지 당차게 신문사의 문을 열어 제치며 들어온 그 순간의 초심을 여전히 기억한다. 

지난해 8월 너무나 뜨거운 여름이었다. 왕십리와 답십리 일대에서 가출 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조직이 있단 말을 듣게 됐다. 선배기자가 남기고 간 실마리였다. 이에 필자는 동료기자인 이휘경<대학보도부> 부장과 연합 취재에 나섰다. 그때 우리에겐 선배기자가 과제처럼 남겨두고 떠난 약간의 단초와 취재를 향한 집념만이 있었다. 연일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이틀간 왕십리와 논현동 일대의 파출소와 경찰서의 형사부까지 들쑤시고 다녔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무척이나 ‘무모한 짓’처럼 보이지만 이는 필자가 생각한 ‘기자다움’이자 신념의 발로였다.

지금 이 순간, 이곳 한대신문엔 22명의 기자가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단 하나의 실마리만 있다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발로 뛰고자하는 신념으로 매순간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필자에게 ‘한양의 교정에서 가장 열정적인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단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한대신문’이라 말할 것이다. 그리고 63년간 이어져온 이 같은 위대한 역사의 붓은 영원토록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학언론의 위기란 말이 너무나 숱하게 들려오는 요즘, 대학언론인으로서 꿋꿋이 힘찬 붓 줄기를 이어갈 동료, 후배기자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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