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산 넘어 산이지만 그래도 가보자고
[장산곶매] 산 넘어 산이지만 그래도 가보자고
  • 임윤지 편집국장
  • 승인 2022.05.09
  • 호수 1548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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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지<편집국장> 

이번 학기 필자는 한대신문 편집국장직과 함께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에서도 회장직을 동시에 맡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언회에서는 30개가 넘는 학보사에서 자신들의 현안을 주기적으로 브리핑하고 필요할 경우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식으로 매 회의가 이뤄진다. 한 학보사의 편집국장으로서, 나아가 서언회의 회장으로서 대학 언론에 조금이나마 몸담으며 느꼈던 몇 가지 단상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일단, 좋은 기사가 나오기 위해선 학교의 충분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다만, 필자는 어리석게도 처음에는 기자의 능력만 충분하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고, 그렇게 해서 학보사의 인지도가 올라가면 학교의 지원이 늘어날 거라 순진하게 믿었다. 물론 기자 개개인의 취재·작문 역량이 중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보고 다른 학보사의 사정을 들어보기도 하며, 현실적으로 학교의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능력 좋은 기자라 해도 기계적인 지면 채우기식 기사만 양산해 낼 뿐이라는 걸 여실히 깨닫게 됐다.

그렇다고 여기서 말하는 지원이 애초에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무작정 지원을 더 해달라고 학교에 떼를 쓰는 것도 아니다. 언론은 비판기능을 통해 집단에 기여하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론의 자유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점까지 후퇴해 있는 대학도 더러 있다. 장학금이나 원고료 예산을 운운하며 학생 기자들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어떠한 비판 보도를 하는데 간섭하고 눈치 보게 만드는 건 정상적인 학교의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또한, 30년 넘게 대학 언론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곳에 속해 있으며 깨달았던 점은, 진짜 위기는 ‘대학 언론’이기보다 ‘대학 언론의 위기’라는 문구 자체가 학생 기자들이 학보사 생활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들의 열정을 무력하게 하다시피 앗아간다는 데 있었다. 무슨 난관에만 부딪히면 ‘대학 언론이니까 어쩔 수 없지’, ‘태생적으로 학교에 종속된 기구니까 어렵겠지’ 생각하고 포기하는 패배주의가 대학 사회에 만연한데, 이러한 마음가짐이 더 위기를 키운다고 본다.

이쯤 되면 그냥 저 문구는 한 귀로 듣고 흘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위기는 위기대로 인정하고 내 할 일에만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발로 뛰고, 가치 있는 소식을 지면에 담아내는 임무에 충실히 임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학보사 기자들에게 이런 어려움을 떨쳐내고 일어나자고 쉽게 말이 나오진 않는다. 이들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외압으로부터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알기에. 서언회 회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들의 고충을 듣고 공감해주는 것뿐이다.

끝으로,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학보사끼리는 그래도 꾸준히 서로의 현안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선뜻 서로 도와 오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필자는 대학 언론에 얕게나마 몸담으며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따뜻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추신. 이번 개교창간특집호에도 주변의 여러 대학 언론인들이 함께 해주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기꺼이 축사를 써준 서언회 부회장 김경민<대학주보> 편집장과 조유진<서울여대학보> 편집국장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처음 외부로부터 받아보는 독자위원회에 흔쾌히 응해 건설적인 피드백을 해준 박건우<대학신문> 편집장에게도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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