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밥줄 타고 줄다리기, 이젠 멈춰야 한다
[사설] 밥줄 타고 줄다리기, 이젠 멈춰야 한다
  • 한대신문
  • 승인 2022.05.09
  • 호수 1548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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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점차 나아지면서 학생들의 식사권 문제가 조명되고 있다. 대면 수업이 재개되며 학내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상황이 많아졌음에도 학생들의 학식 이용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식은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학내에서 식사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권리임에도 점차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우리 학교는 2년 동안 폐쇄 상태였던 학생 식당을 재개하지 않고 연구실로 그 용도를 변경했다. 이로써 약 600석에 달하는 학생들의 식사 공간이 사라졌다. 서울대를 비롯한 다수의 학교에선 학식 가격이 올라 학생들이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학생 식당의 운영 구조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대학 내 학생 식당은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 생협) 또는 외부 급식 업체에 위탁해 운영되는 곳이 많다. 대학 생협의 경우 비영리법인이면서도 소상공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국가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적은 임대 수익으로 인해 대형 프랜차이즈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또, 외부 급식 업체의 경우 학내에서 운영되는 만큼 학교 일정에 따라 영업 이익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와중에 학생 식당이 사실상 잠정 중단됐던 기간 동안 물가는 상승했고, 일시적으로 학내 식수 인원 또한 급감해 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학교 본부의 적극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식당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외면으로 오히려 학생 식당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며 어려워진 대학 생협 및 학내 입점 업체의 재정 피해를 그대로 학내 구성원들이 겪게 할 것이 아닌, 학교가 책임지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학교에선 학생의 정당한 권리인 식사권 확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학교는 임대료 인하 등의 재정 지원, 직영화와 같은 해결책을 전혀 강구하지 않고 있다. 물가 인상 및 코로나19 손실 등은 더 이상 학생들이 정당히 누려야 할 권리를 외면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한편, 일부 대학에선 본부가 직접 나서 학생들의 저렴한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순천향대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통해 아침 시간 동안 천원에 학식을 제공한다. 인천대 또한 대학 생협 사무국장 주도 아래, 위와 같은 지원금과 각종 제휴를 통해 ‘100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기도 했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내고 학생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근본적으로 대학은 학식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학식을 단순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내 영업 이익만으로 바라본다면 대형 프랜차이즈가 학생 식당 자리를 대체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물가 상승이 그대로 학내 물가에 반영돼 학식은 더 이상 학생들의 식사권을 지켜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학교는 학식을 가운데 둔 줄다리기를 멈추고, 이를 중요한 학생 권리임을 분명히 인식해 학생 식당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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