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법 개정 이후 지속되는 대학-정부 간 충돌, 학생에게 피해 가진 않을까
지방세법 개정 이후 지속되는 대학-정부 간 충돌, 학생에게 피해 가진 않을까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2.04.11
  • 호수 1546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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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지방세법 개정에 대학 세금 ‘폭탄’
대학과 정부, ‘형평성’과 ‘세금 납부 가능 여부’란 두 쟁점을 두고 팽팽한 논쟁
결국 화살은 학생에게로··· 대학들, 학생에 부담지지 않으려 ‘노력 중’

올해부터 대학법인 소유 토지에 대해 개정된 지방세법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은 늘어난 세금을 부담할 예정이다. 많은 대학은 가중된 세금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개정안을 철회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여기서 문제는 이들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우리 학교 역시 막대한 세금을 부담할 것이며, 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로 갈 우려가 있단 점이다.
 
지방세법은 토지 및 주택 등에 대한 과세의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지난해 12월 9일, 지방세법이 개정됨에 따라 학교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비교육용 토지에 대한 과세 방식이 바뀌게 됐다. 지방세법이 개정되기 전 학교는 비교육용 토지에 대해 분리과세가 적용된 세금을 납부했으나, 법안 개정 이후 합산과세로 납부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 A씨는 “이번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비교육용 토지는 모두 합산돼 세금이 계산된다”며 “재산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의 특성상 많은 토지를 보유한 대학들은 이전보다 더 높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올해는 비교육용 토지 중 골프장이나 호텔과 같은 고수익 사업에 활용되는 토지만 세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향후 5년 동안 △건축물 부속토지 △나대지 △향후 수익 사업으로 전환 가능한 유휴 토지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는 이번 개정된 법안에 의해 대부분의 대학이 이전보다 4~5배 더 높은 세금을 내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 관계자 B씨는 “한양대의 경우 기존에도 세금을 많이 내는 편인데 지방세법 시행령으로 인해 약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천대의 경우 지난달 22일, 약 4억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바 있다. 이 역시 지방세법 개정에 따른 결과다. 학내 연구개발 건축물 공사의 지연으로 교육용이었던 관련 토지가 미사용 토지, 즉 비교육용 토지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대학과 정부는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지방세법 개정에 대한 첫 번째 쟁점은 ‘형평성’이다. 행안부는 형평성의 측면에서 개정이 필수적이었단 입장이다. 학교법인만을 제외하고 사회복지법인이나 종교단체와 같은 다른 비영리 단체들은 전부터 합산과세를 적용받아 왔기 때문이다.
 
또한 행안부는 개정 전 지방세법이 지난 1995년 이후에 개교한 학교엔 합산과세를 매기면서, 그 이외의 학교엔 분리과세 혜택을 주었단 사실을 강조했다. A씨는 “같은 교육 기관인데도 어느 곳엔 혜택이 적용되고 다른 곳엔 적용되지 않는 상황 자체도 형평성에 어긋났다”며 불공평을 시정하기 위해 이번 지방세법 개정은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안부의 주장에 대학은 납득할 수 없단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은 「대학설립·운영규정」 제8조에 따라 수익의 80%을 교육 투자 자금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비영리단체와 학교를 같은 위치 선상에 놓고 논의해선 안 된단 것이다. 또한 B씨는 “우리나라엔 1995년도 이후에 설립된 대학이 많지 않다”며 “해당되는 대학들은 소유한 땅이 많지도 않아 합산과세에 대한 세금 부담도 비교적 적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이유로 분리과세로 세금을 납부하던 학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결론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두 번째 쟁점은 ‘세금 납부의 가능 여부’다. 행안부는 ‘토지를 매각하거나, 면세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용 토지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연간 수익률이 0%인데도 비교육용 토지를 계속 갖고 있는 것은 그 토지를 교육에 대한 투자 목적보다 땅 투기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비판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건물 △예금 △증권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보유할 수 있는데, 대학은 유독 토지를 소유하려 한단 것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은 막대한 세금을 납부할 만큼의 재원이 없단 입장이다. 대학법인이 보유한 토지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적은 수익조차 80%를 교육에 사용하도록 법령에 명시돼있으며, 대부분의 토지는 목장이나 나대지 상태로 매각되지 않아 난감하단 것이다. B씨는 “학교가 소유한 토지는 매각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만 더 납부하게 되니 빚을 질 수 밖에 없다”며 “면세를 위해 당장 교육용 토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학생들에게 돌아갈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세금 부담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B씨는 “예를 들어 한양대가 세금을 100억 원을 내게 된다고 하면, 학교는 그만큼 법인 수익이 줄어들었다고 봐야한다”며 “100억 원 중 80억 원은 본래 연구비 등의 교육 투자에 전출될 자본이었으나 세금으로 납부하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와 대학은 형평과 손실의 측면에서 서로의 팽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문제는 사립대의 재정난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로 돌아간단 점이다. 결국 학교는 증가한 세금을 부담하느라 기존 학교 예산을 줄여, 학생들에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학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B씨는 “수업의 질적 측면뿐만 아니라, △교수 임금 감소 △장학금 등 지원제도 축소 △학교 시설 투자 미비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학교는 교육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표했다.
 
이에 대학에선 학생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행안부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비교육용 토지에서 생기는 수익 중 교육에 투자될 예산은 세금을 공제하는 방향을 교육부와 검토 중이다. B씨는 “현재 대학은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인 ‘지방세특례제한법’이 발의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전국의 대학 총장들이 나서 지방세법의 문제점에 대해 끊임없이 알릴 것”이라 밝혔다.
 
지방세법 개정은 정부와 대학 중 누구도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정부와 대학은 하루빨리 원만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도움: 채수민 수습기자 chch898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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