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믹스(OMICS)·와셋(WASET) 사건 이후 4년, 여전히 끝나지 않은 ‘부실학술지’ 논란
오믹스(OMICS)·와셋(WASET) 사건 이후 4년, 여전히 끝나지 않은 ‘부실학술지’ 논란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2.04.04
  • 호수 1545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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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하 과기연)의 건전학술활동 지원시스템(이하 지원시스템)에 3건의 부실학술지 의심사례가 접수됐다. 이 중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학술단체에 한국인 저자 여럿이 부정한 방법으로 논문을 게재한 사실을 적발했으며, 이가 정부연구비 부정수급, 논문 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연구 부정행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었다. 신고자는 ‘본 학술단체에선 논문이 아닌 것을 정식 논문처럼 보이게 하는 눈속임도 의도적으로 이뤄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본 지원시스템은 부실학술지와 부실학술단체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 학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실학술지란 △대량발행학술지 △약탈적 학술지 △위조학술지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통상적으로 정상 학계에서 지키는 절차와 방식을 따르지 않는 부실학술단체에 의해 연구논문으로 채택된 것을 말한다. 즉, 부실학술지란 가짜 학술단체에 의한 가짜 학술 논문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부실학술지’는 지난 2018년 오믹스(OMICS)·와셋(WASET) 사건으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국내 대학 연구진과 기업인, 정부 부처 소속 인사 총 1천 8백여 명이 국제사회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부실학술단체로 알려진 오믹스·와셋에 논문을 대량 투고한 것이다. 
본 사건이 발생한지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지원시스템엔 관련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학계에선 부실학술지를 퇴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과기연은 각 분야의 석학들과 함께 부실학술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전학술 활동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김재수<과기연> 원장은 행사 개회사에서 “부실학술지는 학술출판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릴뿐더러 국가 경쟁력을 저하하는 것”이라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부실학술단체는 오로지 게재료 수입만을 목적으로 하기에 정상적인 심사를 거치지 않고 논문을 무분별하게 출판하곤 한다. 돈만 내고 논문을 투고하면 엄연한 학술 논문처럼 눈속임할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오믹스·와셋에 논문을 기고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기자가 100유로(한화 약 13만 원)에 달하는 게재료만 지불했다면, 볼품없는 기자의 과제도 정식 논문으로서 충분히 기고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오믹스·와셋 사건으로  당시 △서울대 115명 △연세대 74명 △성균관대 34명의 연구진이 부실학술단체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우리 학교의 경우 24명의 연구진이 있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부실학술지
4년 전의 부실학술지가 우리 학계에 가져다준 ‘오명’은 오늘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달을 기준으로 오믹스·와셋에 우리 학교 연구진 11명이 여전히 특별활동기여자로 버젓이 이름을 올려두고 있었다. 우리 학교 연구진들은 △영문학 △응용물리학 △의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한양대 연구진(Hanyang University)’으로 등재된 상태다. 그리고 이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소속 연구진들의 이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환경부 산하의 국가연구기관인 ‘K-water’의 연구진들도 더러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부실학술지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통계치가 공개됐다. 과기연이 ‘건전학술포럼’에서 부실학술지 의심사례의 하나로 언급한, 스위스 학술전문출판사 ‘M사’의 Wos(Web of science) 학술지와 관련된 통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제약 없이 누구나 연구 성과물을 공유할 수 있다는 오픈 액세스 방식을 표방하는 학술지다. 본 학술지 역시 여타 부실학술지와 마찬가지로 돈만 내면 쉽게 논문을 투고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투고된 논문에 대한 심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본 학술지에 논문을 대량으로 투고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본 학술지에 우리나라 연구진이 투고한 논문은 1천 2백여 편이었으나, 지난해엔 그 수치가 10배에 달하는 1만 편을 웃도는 상황이다. 김완종<과기연 오픈액세스센터> 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상업 오픈 액세스 출판사의 영리행위를 곧 부실학술지를 의미한다고 규정할 수 없으나, 최근 급격히 증가한 논문 수에 대해선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통계만 두고 보더라도, 본 학술지에 논문을 싣고자 우리나라에서만 최대 329억 원가량의 게재료가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는 “본 학술지는 최종 심사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하지 않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다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과기연도 자체 보고서를 통해 ‘M사와 같은 오픈 액세스의 확산을 틈타 전세계적으로 매년 40여 만 편의 부실 논문이 양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이인재<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논문 수에만 초점을 두고 연구자의 역량과 업적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며 “이 시스템 하에서 쉽게 논문 편수를 늘리고자 하는 연구자의 윤리 의식 결여와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출판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일들이 학문 자체를 오염시켜 학계 전반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만큼 확실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11월 개최된 ‘건전학술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지난해 11월 개최된 ‘건전학술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회성에 불과했던 후속 조치
그러나 이미 한차례의 사건을 겪은 뒤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부실학술활동에 대한 주의와 예방을 위한 노력이 비교적 최근에서야 본격화됐다”며 “연구자들이 부실학술활동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차원의 후속조치 역시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지난 부실학술지 파동 이후 정부와 교육부 차원의 대처가 이뤄지긴 했지만, 실상은 그저 ‘땜질 처방’에 불과했던 것이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는 당시 사건이 연구비 유용 등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부실학술지에 대한 조사와 처리를 각 대학과 출연연구기관에 떠넘겼다”며 “이는 사실상의 직무유기였고, 부실조사를 자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연구기관 간 책임공방 속 수십억 원의 공적 연구비는 부실 해외학술단체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가속화되며 교육부는 △출연연구소 △4년제 대학 △4대 과학기술원 소속 연구자의 최근 부실학회 참석 및 관여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으나, 이 역시 일회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부실학술활동과 관련된 교육부 공시가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이뤄지지 않았단 사실을 미뤄 봤을 때, 이는 정부의 부족한 문제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서태설<한국과학편집인협의회(KCSE) 정보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부실학술지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신고 시스템 운영 및 지침서 발간 등을 지속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정부기관이 매년 부실학회 목록을 자체 제작해 자국의 학계를 보호하고 있다.

이어 국회에서도 오믹스·와셋 사건 당시 부실학술지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 법안 마련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단지, 입법조사처 차원의 조사만 있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국회 교육위원회 서기록을 확인한 결과, 최근까지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전무했다. 박 의원은 “여전히 부실학술지, 부실학술행사에 대한 문제가 학계에 도사리고 있다”며 “국회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잘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한창이던 때, 우리 학교 역시 교육부 전수조사로 적발된 10여 명의 연구진에 대해 총장명의의 주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역시 당시에 국한된 조치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후 관리 감독과 징계를 위한 시스템이 별도로 마련되지도 않았다. 정부와 국회의 미흡한 후속조치가 학교의 대처에 있어서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청정 연구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시간이 흘러 부실학술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정부 △국회 △대학 차원의 후속조치도 미흡했던 와중, 부실학술지는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서 위원장은 “우리 학계가 연구진의 연구 성과를 평가할 때, 정량적으로 바라보기보단 정성적 요소를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 경우 연구자는 부실학술지에 대한 유혹을 덜 받게 될 것”이라 답했다. 또한 백창현<고려사이버대 기계제어공학부> 교수는 “부실학술지 문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연구진들의 윤리의식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란 말이 있다. 부실학술지 파동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불씨는 남아있었다. 작은 불씨가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리기 전, 우리 학계의 진정한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도움: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창현<고려사이버대 기계제어공학부> 교수
서태설<한국과학편집인협의회(KCSE) 
정보관리위원회> 위원장
이인재<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사진 출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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