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인문소프트웨어융합전공, 전공과목에 이수제한만 수두룩
갈 곳 잃은 인문소프트웨어융합전공, 전공과목에 이수제한만 수두룩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2.03.21
  • 호수 1544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문소프트웨어융합전공(이하 인소융)의 교과목 논란이 또다시 일어났다. 200~300단위 전공과목으로 인정되는 교과목 중 일부가 설강학과 이수 제한으로 아예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문대와 공대 사이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학생들은 해당 전공으로 졸업이 불발될까 걱정을 표하고 있다.

인소융은 지난 2017년 인문학 진흥을 목적으로 한 국가의 CORE 사업(이하 코어 사업)으로 학교에 미래인문융합학부가 신설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학내에서 사업이 종료됐는데, 문제는 이 시점부터 인소융 학생들이 공대에서 설강하는 전공과목을 원활히 듣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해당 전공은 △다중전공 △부전공 △마이크로전공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각각 △36학점 △21학점 △12학점을 이수해야 전공 이수로 인정된다.

그러나 이 중 공대에 개설된 일부 교과목에 이수 제한이 걸려있어, 본 수강 신청 기간에 인소융 학생들은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운영체제’ 교과목의 경우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이하 컴소)는 본 전공 외 △데이터사이언스전공 △바이오소프트웨어융합전공 △자동차-SW융합전공을 대상으로만 이수 허용을 해뒀으며, 이 중 인소융은 없다. 그 외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융합전자공학부 등에 개설돼 있는 다수의 교과목도 주 전공 및 공대 소속 관련 전공 학생들 외엔 모두 이수 제한이 걸려있다.

전공명에 걸맞지 않게 다수의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과목을 이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인소융을 하면서 소프트웨어 관련 과목을 듣길 희망했지만 이수 제한 문제로 인해 듣지 못했다”며 “졸업을 위해 반드시 공대에서 개설하는 과목을 들어야 했고 사정을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수강이 어렵단 답변만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인소융과 공대의 여러 학과 간 전공과목 이수에 대한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해당 과목을 들어야만 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이와 관련한 전달 체계조차 없어 학생들은 인문대와 공대 행정팀, 교과목 담당 교수까지 직접 연락을 돌리고도 해결책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미래인문학융합학부장인 이상욱<인문대 철학과> 교수는 “코어 사업이 시행될 당시엔 컴소 측과의 협의를 통해 관련 전공과목 이수 허용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사업이 종료되고, 공대 소속 학과장도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매년 일일이 이수 제한 해제를 요청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교과목을 설강하는 컴소는 정원 문제로 인해 이수 제한을 풀긴 어렵단 입장이다. 컴소 학과장인 권태수<공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우리 학과도 정원은 늘어나는데 교과목 및 교수는 한정돼 있어 이수 제한을 풀긴 어렵다”라며 “인소융 측 요청이 있다면 고려해볼 순 있지만 학과 사정상 쉽진 않다”고 전했다. 

코어 사업을 필두로 인문학에 대한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진 인소융. 그러나 사업 초반과 달리, 종료 이후 인소융은 학교의 후속 조치 및 지원이 끊긴 채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인문대는 해당 전공에서 AI-X 교과목을 전공과목으로 인정해주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일각에선 이 같은 해결책이 전공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교양 필수로 존재하는 ‘창의적프로그래밍’, ‘창의적컴퓨팅’ 교과목 수준으로 배운다면 본 전공을 선택할 이유가 없으며, 교양 과목의 경우 수강 신청에 실패하면 수강 허용 요청이 더욱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는 교무처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전공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소융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오는 29일 인문대 총장 보고회 때 학교 차원에서 이들을 구제하고자 이수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 전했다.

학생들은 지금과 같은 대책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휴학한 후 교과목 담당 교수가 변경되어 수강 허용을 받을 수 있게 되거나 부전공으로 변경하는 방법밖에 없다. 해당 전공을 유지하기 위해선 학과 간의 협의가 시급하다. 더 이상 학문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의 갈대 같은 학교의 사업 기조에 피해 보지 않도록 신속히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도움: 백세빈 기자 baekseb@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