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공연 예술의 한 축이 되다
창작뮤지컬, 공연 예술의 한 축이 되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2.03.21
  • 호수 154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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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최된 우리나라 최대 뮤지컬 시상식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레드북」과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각각 3관왕과 4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엔 「마리퀴리」가 5관왕, 지난 2020년엔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 8관왕을 차지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국내에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동안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도하던 뮤지컬 시장에 국내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창작 뮤지컬, 해외 작품 독주에 제동을 걸다
뮤지컬은 작품 제작 주체에 따라 △라이선스 △오리지널 △창작으로 구분된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국내 제작사가 해외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재가공한 것을 말하고, 오리지널은 해외 원작 그대로 국내에서 공연하는 작품을 뜻한다. 창작은 앞선 두 뮤지컬 형태와 다르게 창작부터 유통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것을 의미한다.

최근 창작 작품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동안 라이선스 작품이 주도하던 국내 뮤지컬 업계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약 70%였던 라이선스 뮤지컬의 매출 점유율은 지난해 44%로 하락했다. 반면 창작 뮤지컬은 같은 기간 26%에서 38%로 상승하며 국내 뮤지컬 산업을 양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박병성<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은 “뮤지컬을 직접 창작하고자 하는 여러 노력과 환경이 맞물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 전했다.

인재 육성과 기다림으로 완성된 창작 뮤지컬
창작 뮤지컬이 이처럼 성장한 데엔 활발한 전문 인력 육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1년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큰 성공을 거두자 뮤지컬 학과, 아카데미 등 교육 기관이 설립돼 뮤지컬 전문 인재 육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뮤지컬 산업에 등장해 제작 과정에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원종원 공연평론가는 “교육 기관을 통해 뮤지컬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이들이 수년간 뮤지컬 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대중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창작 작품 발전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지원 사업, 제작 부담을 덜어주는 도움의 손길
국가와 기업의 지원 사업들도 창작 뮤지컬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지원 사업을 통해 무대에 오른 작품은 약 2백50여 개에 이른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을 거둬 흥행이 보장된 라이선스 작품과 달리 창작 뮤지컬은 제작비 투자 위험이 크다”며 “지원 사업들이 흥행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 작품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올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을 휩쓴 「레드북」과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역시, 이런 지원 속에 탄생했다. 후자를 제작한 표상아 작가는 “작품을 내세울 곳이 없는 젊은 창작자에게 이런 사업은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 지원사업을 통해 무대에 오른 작품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의 공연 모습이다.
▲ 지원사업을 통해 무대에 오른 작품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의 공연 모습이다.


창작 뮤지컬, 뮤지컬 산업 발전에 앞장서다
창작 뮤지컬의 성장은 제작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콘텐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흥행 대비 수익률이 다소 낮은 경향을 보여 왔다. 제작비 이외에도 △대사 번안 비용 △외국 스태프 인건비 △저작권료 등 부가적인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창작 뮤지컬은 부수적인 지출이 적은 데다 작품 판권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문화 산업 전반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작 뮤지컬을 찾는 이가 많아지고 해외 판권 판매가 증가하면서 이전보다 활발한 제작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제작자들이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장르의 다양성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동시 중계, IT 기술을 접목한 무대 장치 등 여러 시도가 이뤄져 국내 뮤지컬 전반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전보다 창작 뮤지컬 흥행 성공률이 높아져 작품 제작 과정에서 과감한 시도가 가능해진 것”이라 덧붙였다.
 

▲ IT기술을 통해 뮤지컬 배우를 가상 인간 형태로 만든 모습이다.
▲ IT기술을 통해 뮤지컬 배우를 가상 인간 형태로 만든 모습이다.


창작 뮤지컬,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창작 뮤지컬의 성장세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서울에 과밀된 뮤지컬 공연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의 71%가 서울에서 진행됐다. 서울에 존재하는 공연장 개수가 전체 38%에 불과한 것을 생각한다면 과밀 현상이 심각하단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많이 공연되다보니 각 작품들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평론가는 “해외는 한 작품이 다양한 지역을 거쳐 10년 이상 공연돼 꾸준한 수익 창출과 폭넓은 소비층 확보가 이뤄지는데, 국내는 길어야 3개월 정도밖에 공연되지 못한다”며 “지방에서의 뮤지컬 공연을 활성화해 작품의 완성도와 다양한 팬층이 확보돼야 지금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 설명했다.

대중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뮤지컬에 우리나라만의 색깔이 담긴 창작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통해 앞으로 더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도움: 이윤서 수습기자 yoonseo0627@hanyang.ac.kr
박병성<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
원종원 공연평론가
표상아 작가
사진 제공: 신스웨이브
표상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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