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의 과도기에서 피해 보는 고학번, 졸업은 어떻게 하나
교육과정의 과도기에서 피해 보는 고학번, 졸업은 어떻게 하나
  • 지 은 기자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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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사이에 낀 고학번
졸업 고민에 한숨 ‘푹’
열리는 과목 다 들어야 졸업
그것조차 듣기 어려워···

매년 발생되는 과목 부족 논란
학생들 수업권 제대로 누려야

올해 4학년이 되는 서울캠퍼스 사회대 소속 18학번 학생 A씨는 걱정이 많다.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공심화 과목 6개를 수강해야 하는데 올해 개설된 전공심화 과목이 1개뿐이기 때문이다. A씨는 “4학년 전공심화 과목이 1개밖에 개설이 되지 않아 3학년 수업을 겨우 신청했다”며 “현재 학과 내에선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해 다중 전공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공핵심 과목이 충분히 개설되지 않은 학과의 사례도 존재한다. 이처럼 많은 학과에선 전공심화 과목이나 전공핵심 과목이 부족해 졸업요건을 이수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캠에서 일어난 위 같은 상황은 지난 2020년 교육과정이 변경된 데에서 비롯됐다. 20학번 신입생부터 졸업 요건이 달리 적용되는 것이다.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엔 전공심화, 전공핵심과 같은 ‘이수 구분’에 따른 수강 여부가 중요했다면, 교육과정 개편 이후엔 100~400단위와 같은 ‘이수 단위’의 수강 여부가 졸업요건이 된 것이다. 따라서 20학번부턴 전공심화·핵심에 따른 수강 여부가 졸업사정과 무관하다.

하지만 문제는 강의를 개설하는 데 있어 새로 변경된 교육 과정만 고려됐단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교육 과정에 따라 이수 단위만을 중심으로 교과목이 개설되다보니 기존 이수 구분에 따른 전공심화·핵심의 비율 혹은 개수가 맞춰지지 않은 것이다. 졸업 요건은 입학시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전공심화나 전공핵심 강의 개수가 부족해짐에 따라 19학번 이상의 학생들은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행정학과에선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학생들이 서명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행정학과 소속 학생 B씨는 “이번에 3학년과 4학년을 통틀어 개설된 전공핵심 과목은 단 1개였다”며 “갑자기 올해 모든 전공핵심 과목이 2학년에만 열려 다수의 3학년과 4학년이 2학년 수업을 듣길 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다른 학과나 다른 학년에 개설된 과목을 듣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모든 전공과목은 지정된 학과와 학년 외 학생에겐 수강 인원이 5명 이내로 적게 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과에선 이와 같은 피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19학번 이상 학생들의 직접적인 호소가 있어야만 겨우 해결되는 실정이었다. 교수 C씨는 “졸업 요건에 있어 전공 이수 구분이 중요해지지 않아 실제 과목의 난이도를 주로 고려하여 전공핵심 과목과 전공심화 과목을 결정했다”며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강의를 개설하다 보니 세심하게 비율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많은 학과에서 이수 단위를 위주로 하다보니 교육과정 변경 전 입학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목 개수가 고려되지 않은 채 이수 구분이 정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걱정이 쏟아졌다. 본지 취재 결과, 전체 60개 학과 중 44개 학과에서 전공심화 과목과 전공핵심 과목 중 하나의 이수 구분 과목이 충분히 개설되지 않았다. 몇몇 학과를 제외하곤 모두 전공과목 개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44개 학과 중 10여개의 학과에선 아예 특정 이수 구분의 과목이 한 학년에 1개 이하로 부족하게 개설됐다. 특히 한 학년 당 정원이 40명 미만인 소수학과에선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각 이수 구분이 전 학년에 1~3개 정도의 과목에만 지정된 것이다. 학과마다 상이하지만 전공핵심과 전공심화 과목 모두 매학기 평균 3개 이상 개설됐던 지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개설되는 과목 개수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 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다른 학년의 과목을 듣거나 다른 학과의 과목을 들어야만 졸업 요건을 이수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44개 학과 중 30여 개의 학과는 개설된 각 이수 구분의 모든 과목을 수강해야 겨우 졸업 요건을 이수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는 과목 선택권이 전혀 없이 졸업 요건 충족만을 위해 학과에 개설된 모든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더해 만일 특정 이수 구분의 강의가 충분히 개설이 됐다 하더라도 수강 정원이 부족하거나 1~2학년 위주의 강의라면 학생들은 더욱 수강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 수많은 학과에선 전공핵심이나 전공심화 과목이 적절하게 개설됐다고 해도 적은 수강 정원으로 매 수강신청 기간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각 학과 측에선 이러한 문제들을 그동안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 학과장 교수는 “전공 핵심이나 전공 심화 과목이 부족해 피해를 겪는 학생들이 많을 줄 몰랐다”며 “수강 정원을 늘리거나 다른 학년에게 열린 과목도 수강하게 하는 등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예정”이라 말했다.

그러나 학과에서 이미 충분히 인지할 수있었단 의견도 존재한다. 매년 학생들의 민원이나 학생회 차원의 건의를 통해 전공 과목 개설이나 증원 요청은 계속돼왔고 실제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변경의 과도기 속에 19학번 이상 학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좋은 조건 속에서 걱정 없이 수업권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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