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도입된 ‘취업 진로 세미나’, 졸업 불발될까 우려 제기돼
갑작스럽게 도입된 ‘취업 진로 세미나’, 졸업 불발될까 우려 제기돼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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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ERICA캠퍼스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필수 교과목인 ‘취업진로 세미나’의 신설을 알렸다. 본 게시물은 해당 교과목이 4학년 1학기 때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이라며, 말미엔 ‘이를 이수하지 않을 시 졸업이 불발될 수 있으니, 수강 신청 시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필수 교과목의 신설이 그 어떤 논의과정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에 대해 반발했다. 실제로 졸업을 눈앞에 둔 4학년 학생들은 졸업 불발을 운운하며 도입된 본 교과목으로 인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도입된 ‘취업 진로 세미나’는 학생들에게 밀착 진로 지도를 제공해 취업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과목이다. 이는 △온라인 강의 △일반 강의 △초청 강의 △프로젝트 활동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제흥<한양인재개발원 커리어개발센터> 특임교수는 “본 교과목은 공채소멸과 고용절벽 속 극심한 취업난 극복을 위해 개설됐다”며 “본격적인 취업 준비 단계에 진입한 4학년 학생들에게 교수-학생 간 유대를 강화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4학년 학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학기 시작을 얼마 안 남긴 시점에 ‘안 들으면 졸업 못 한다’는 식으로 기습 통보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당장 학생들 개개인의 일정에도 차질 발생이 불가피해졌다. 학생 B씨는 “여유를 주지 않는 일방적인 공지로 학생들에게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올해에 한하여 교과목 필수화에 유예를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차원의 대응도 발 빠르게 이뤄졌다. ERICA캠 비대위원장 홍정표<경상대 경영학부 17> 씨는 “‘너무 당황스럽고, 일방적이다’라는 학생들의 여론이 계속 이어졌다”며 “학교 차원의 대안 마련을 요구할 필요성이 있어 학생처와의 면담을 진행했다”고 발언했다.

반면, 학교는 불거진 논란에 대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태도를 보였다. 먼저 교과목이 불통 속 개설됐단 주장에 학교는 소통이 있었단 입장을 취했다. 실제로 면담을 통해 도출된 협의문엔 ‘이미 본 교과목의 도입과 관련해 ‘희망 수업 만들기 TF’를 거치는 등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해왔다’며 ‘학생들의 우려와 달리 불통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 필수 교과목 신설로 인해 발생할 학생들의 부담에 대해선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 ‘최대수강 신청 학점을 초과해 신청 가능’ 등의 이유를 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학교 측 주장에 B씨는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희망 수업 만들기 TF’ 등의 과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과목 도입 직전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충분한 소통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학교는 한시적으로 본 교과목의 계절학기 및 2학기 수강을 가능하게 하겠단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로서 이는 명확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교과목 수강신청 및 개설 여부는 교과목 연구 기관과 교무처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나 아직까지 계절학기 및 2학기 수강에 대한 커리어개발센터와 교무처간 실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 교과목의 계절학기 수강비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다. 학생 C씨는 “계절학기 수강이 가능하게 될 경우, 수강료 면제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역시 현실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많아 보인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계절학기 수강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수강료 면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타과목과 동일하게 본 교과목 역시 8만 원가량의 등록금을 납부해야 이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교환학생 △인턴 △현장실습 등 기초수업이 면제되는 경우, 본 교과목 역시 동일하게 면제 처리될 예정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당장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의 일정을 송두리째 무시한 이 같은 갑작스러운 통보 방식은 다분히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본 교과목의 이수와 관련해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측은 면밀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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