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오늘] 달콤한 사탕 대신 파이(π)를 나누길
[그때의 오늘] 달콤한 사탕 대신 파이(π)를 나누길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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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커플이 사탕을 주고받을 때, 같은 시각 다른 곳에선 하나의 주제로 유쾌한 논쟁이 오가는 곳이 있다. 누군가에겐 농담거리로 지나칠 수 있는 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세상에 수많은 발전에 기여한 도구를 기념하는 날인 3월 14일. 이번 시간엔 ‘파이(π)데이’에 대해 알아보자.

수학기호로 파이를?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원의 둘레와 넓이를 구하기 위해 상수 ‘3.14’로 배운 ‘파이’. 수학기호인 파이는 원주율을 뜻한다. 원주율이란 원주와 지름의 비율이자, ‘3.1416…’로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인 무리수다. 단순한 수학 기호일 수 있지만 사실 파이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론 △통계학 △해석학 등의 분야에서 사용될 뿐만 아니라 공학·과학 기술의 발전에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파이가 불러온 인류사의 발전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3월 14일은 파이데이로 제정됐다.

세계 곳곳에서도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미국 MIT대에선 3월 14일에 대학합격자를 발표하는 전통이 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탐험박물관에선 3월 14일 1시 59분 원주율의 탄생을 축하하며 3분 14초 동안 묵념한다. 국내에선 지난 2000년 처음으로 포항공대의 수학연구동아리 마르쿠스가 파이데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파이로 풀어낸 대화
기자는 파이데이를 기념하고자 주미경<사범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찾아갔다. 먼저 교수님께 파이에 관한 일화를 여쭤보았다. 주 교수는 학부 시절 교수님이 강의안으로 내어주신 자료의 쪽글로 있었던 만화를 떠올렸다. 3.14를 뭐라고 부르는지 묻는 교사의 질문에 학생이 “쿠키? 타르트?”라고 말하는 만화의 장면이 재밌었다는 그녀. 동시에 주 교수는 “원주율의 근삿값을 얻기 위한 수학자들의 노력이 담겨있는 게 파이인데, 현실은 단순한 수학 기호로만 기억되고 이를 암기하고 계산하는데 급급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파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 교수는 “인간의 호기심에 대한 역사”라고 답했다. 무리수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 파이란 인간이 풀어내지 못한 난제였다. 파이의 값을 구하기 위해 인간은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다. 주 교수는 “아르키메데스의 방법론부터 무한급수 활용 그리고 드 뷔퐁의 바늘문제까지, 이를 완벽하게 구하기 위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상상력은 순수 학문을 향한 호기심에서 기인했다”며 “파이데이가 학생들이 학문을 향한 지적호기심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파이를 기념하는 건 단순한 수학기호를 기념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파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3월 14일 하루만이라도 마음 한켠에 파이에 관한 유구한 역사를 한 번쯤 떠올리고, 이에 담긴 학자들의 학문에 대한 진심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 주미경<사범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파이데이를 기념해 파이를 건네받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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