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스니커즈 그게 뭔데?
한정판 스니커즈 그게 뭔데?
  • 문세찬 기자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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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으로 발매하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기 위해 발매 전날부터 백화점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며 김영진<서울시 송파구 24> 씨는 한정판 스니커즈의 인기를 전했다. 최근 한정판 스니커즈는 단순히 패션 아이템,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업인 코웬엔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 규모가 해마다 약 20%씩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의 눈부신 성장
국내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를 시작으로 성장했다. 모상일<유튜브 상자의신발상자> 크리에이터는 “한정판 스니커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가 국내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의 시초”라며 “당시에도 유명한 신발들을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하는 ‘리셀’ 문화가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대중적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에 열풍의 방아쇠를 당긴 건 지난 2019년에 등장한 리셀 전문 플랫폼의 공이 컸다. 해외직구를 통해서만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가 가능했던 제약이 풀리자, 보다 편리하게 이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 크리에이터는 “국내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해외 소재의 리셀 플랫폼도 국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해외 유명 리셀 플랫폼 S사는 국내 스니커즈 시장이 전년도 대비 134% 증가하자 한국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30세대가 쏘아올린 한정판 스니커즈 열풍
한정판 스니커즈가 인기를 끈 주요인은 ‘한정판’이 가진 ‘희소성’ 때문이다. 여러 브랜드에선 이 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매 인원을 제한해 추첨방식으로 발매를 진행하거나, 선착순으로 구매한 고객들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스니커즈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한정판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신발’을 신을 수 있음을 강조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평소 한정판 스니커즈에 관심이 많은 김 씨는 “한정판 스니커즈는 일반 스니커즈와는 달리 모두가 정가에 구매할 수 없고, 같은 디자인이더라도 색다른 소재와 다양한 컬러를 사용해 나만의 고유한 개성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길 선호하는 MZ세대의 소비 심리와 맞물려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엑스엑스블루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전체 회원 중 80% 이상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는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는 일종의 ‘경험 소비’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브랜드에 자주 노출돼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는 자신의 만족과 개성 표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2030세대의 심리에 영향을 미쳐 이들이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는 주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판 스니커즈의 다양한 매력 
 

▲ 미국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협업한 N사의 ‘에어조던1’의 모습이다.
                          ▲ 미국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협업한 N사의 ‘에어조던1’의 모습이다.

여러 스타일의 한정판 스니커즈 중에서도 일상복과 조화롭게 신을 수 있는, 일명 ‘꾸안꾸’ 스타일이 인기다. 화려한 색을 이용하거나 난해한 디자인의 신발보단 일상에서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게 멋을 연출할 수 있는 신발을 선호한다. 소비자 A씨는 “한정판 스니커즈라고 해도 결국 매일 신게 될 신발이기 때문에 평소 스타일에 맞춰 신기 좋은 디자인에 눈길이 많이 간다”고 전했다. 모 크리에이터는 “이전엔 과거에 처음으로 발매했던 한정판 스니커즈, 소위 ‘근본신발’이라 일컫는 것들이 인기였지만, 최근엔 얼마나 일상에서 잘 어울리게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미국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N사와의 협업 제품 ‘오프화이트 덩크 lot 46’의 모습이다.
              ▲ 미국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N사와의 협업 제품 ‘오프화이트 덩크 lot 46’의 모습이다.

오늘날 한정판 스니커즈는 특정 브랜드의 단독 제품보단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명인들과 협업을 진행해 희소성에 이어 특별함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가 단순한 신발 한 켤레가 아니라 문화적 가치가 녹아든 하나의 예술이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명 브랜드들이 앞 다퉈 세계적인 운동선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려는 이유도 신발에 스토리텔링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예술성을 더하기 위함이다. 모 크리에이터는 “N사의 ‘온 에어 프로젝트’는 세계 각 도시의 상징과 의미를 신발에 새겨 예술적 가치를 담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의 밤거리를 상징하는 네온사인과 태극무늬를 운동화에 녹여 문화적 예술품으로 탄생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정판 스니커즈의 특징은 소비자들의 ‘득템’ 심리를 자극한다”며 “구매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우월감과 성취감은 한정판 스니커즈의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통해 재테크를 할 수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의 인기로 인해 이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신발 가격을 이용해 재테크를 하는 일명 ‘스니커테크’에 뛰어든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스니커테크’란 스니커즈와 재테크를 결합한 신조어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한 후 가격이 오르면 이를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투자 방법이다.

지난달 기준, A사의 발매가 28만9천 원인 스니커즈가 120만 원에 거래된 것이나, N사의 발매가 19만 9천 원인 스니커즈가 75만 원에 거래된 것만 보더라도, 한정판 스니커즈의 수익성은 여느 재테크보다 훨씬 높은 편에 속한다. 이 교수는 “전통적인 재테크 방식인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스니커테크는 단순히 발매가격의 신발만 구매하면 되는 직관적인 방식이라 더욱 인기가 많은 것”이라 답했다. 이어 이 교수는 “스니커테크는 기존의 재테크 방식에 비해 공급, 즉 신발의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높은 수요와 맞물려 수익성과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한정판 스니커즈의 올바른 문화 정착을 위해선
한정판 스니커즈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한편, 관련 업체의 불공정한 약관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리셀업체인 K사와 S사 등 5개 국내 온라인 업체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이들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고팔 수 있게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업체의 대응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과 손해는 모두 소비자가 떠안아야 했다. B씨는 “리셀 플랫폼에서 구매한 한정판 스니커즈의 미흡한 검수로 인해 불량 제품을 받았다”며 “해당 업체가 과실을 인정해 환불받긴 했지만, 같은 신발을 다시 구매하려 하니 이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업체의 과실로 인한 피해라 판단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환불 이외의 추가적인 보상은 불가하단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토로 했다. 

한정판 스니커즈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값비싼 신발을 부당한 방식으로 독점하는 ‘백도어’가 등장했다. 백도어를 자행하는 이들은 정식 발매 이전에 온·오프라인 발매처 직원을 통해 미리 제품을 선점하거나 아예 공장에서부터 제품을 가져와 판매한다. 브랜드가 홍보 차원에서 유명인들에게 미리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개인의 인맥과 자금력으로 특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부산에 위치한 N사의 가맹점 직원이 아직 발매되지 않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부당 취득해 리셀 플랫폼으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모 크리에이터는 “백도어가 일어나는 매장은 대부분 직영점이 아닌 가맹 계열사”라며 “현재로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 방안이 미비한 상황이라 이를 악용하는 이들을 규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사 차원의 지침이나 관련 법률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한정판 스니커즈와 관련한 편의점 상품이 등장하거나, 백화점 등지에서 직접 보기 힘든 한정판 스니커즈를 전시하고 체험해볼 수 있게 하는 등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성장도 계속되고 있다.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던 한정판 스니커즈는 이제 패션뿐만 아니라, 투자 상품으로도 인식되는 시대가 찾아왔다. 패션과 재테크가 혼합된 이 문화가 앞으로 어떤 흐름을 만들어나갈지 주목해보자.


도움: 모상일<유튜브 상자의신발상자> 크리에이터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는 방법

▲ 지난해 11월, 기자가 수원의 한 매장에서 에어조던1에 당첨돼 받은 문자의 일부이다.
                 ▲ 지난해 11월, 기자가 수원의 한 매장에서 에어조던1에 당첨돼 받은 문자의 일부이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기 위해선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나 리셀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신발의 발매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일정을 확인한 뒤 응모에 참여하면 첫 관문은 마쳤다고 보면 된다. 이때 발매처가 국내일 경우 온라인 설문 양식에 따라 △개인정보 △매장 방문 일자 △사이즈 등을 작성하면 된다. 앞선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입력할 경우, 당첨이 돼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오타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 입력해야한다. 해외 발매처의 경우엔 △결제할 카드 번호 △배송받을 주소 △사이즈 등을 입력하면 된다.

위 과정을 마친 후엔 초조한 나날을 보내면 된다. 발매처별로 당첨자 발표 일자가 다르기 때문에 △문자 △메신저앱 △이메일 등의 알림을 항시 켜고 있는 것이 좋다. 기자는 지난해 수원의 한 매장에서 N사의 한정판 스니커즈 당첨 문자를 받았고 이를 수령하러 다녀온 적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당첨돼 구매할 때엔 △본인 명의의 카드 △본인 확인을 위한 신분증 △전송받은 문자의 원본 등이 필요하다. 이중 하나라도 없으면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니 집을 나서기 전 확인, 또 확인하자. 온라인 당첨의 경우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정해진 기간 내에 행복한 마음으로 접속해 결제만 하면 된다.

당첨된 한정판 스니커즈는 본인이 신어도 되지만, 보통 발매 후 리셀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리셀 플랫폼에서 구매한 신발의 시세를 확인해 판매 여부를 결정해도 된다. 한정판 스니커즈는 중고 제품과 신제품의 가격이 맞물려 상승하기 때문에, 맘에 드는 신발이라면 충분히 이를 신으며 즐긴 후 판매해도 최초 구매 가격보다는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 기자는 당첨된 스니커즈를 충분히 신고 향유한 후에 판매하는 것도 이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천한다.
 

커스텀을 통해 나만의 한정판 스니커즈 만들기

▲ 안 대표가 범고래 스니커즈에 불꽃 모양을 그려 ‘불타는 범고래’로 커스텀한 모습이다.
              ▲ 안 대표가 범고래 스니커즈에 불꽃 모양을 그려 ‘불타는 범고래’로 커스텀한 모습이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도화지 삼아 나만의 특별한 스니커즈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해 가수 GD와 N사의 협업 제품인 ‘권도’는 이를 직접 자신이 꾸미는 ‘커스텀’ 스니커즈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정판 스니커즈 커스텀 문화는 본래 신발의 수선 및 복원에서 출발했다. 안재복<비펠라스튜디오> 대표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전문적으로 모으던 이들이 닳고 해진 신발을 더 오래 신기 위해 수선하던 것이 현 커스텀 문화의 시작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정판 스니커즈 열풍이 불면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면 누구라도 한정판 스니커즈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염증을 느낀 오랜 스니커즈 마니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커스텀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자신의 정체성을 한정판 스니커즈에 녹여낼 수 있단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커스텀을 진행한다”며 “한정판 스니커즈 자체도 수량이 적지만, 커스텀을 통해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신발을 가지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그는 “기존 제품의 스토리와 커스텀하는 주체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커스텀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입히더라도 기존 제품의 스토리는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한정판 스니커즈에 색다른 특징을 덧칠해 자신만의 신발을 가지는 커스텀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커스텀을 통해 자신만의 색다른 스니커즈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안재복<비펠라스튜디오> 대표
사진 출처: 비펠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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