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NO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이다영 기자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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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중학생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 카페에서 중학생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49세 이상 손님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지난 2019년 신림동 소재의 한 식당에선 중장년층은 손님으로 받지 않겠단 문구를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특정 연령대를 콕 집어 문화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일명 ‘NO존’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13세 이하 유아 및 어린이의 출입을 금하는 카페와 식당 △중학교 3학년 이하는 이용을 제한하는 스터디카페 △노인 출입을 금지한 캠핑장 등 다양한 형태로 누군가를 배제하는 공간은 이제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NO존,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살펴보자.

NO존, 쾌적한 시설을 위해 필요
NO존의 시작은 노키즈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강남이나 홍대 등 상업지구의 카페와 식당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어린아이의 소란스러운 행동과 부모의 방관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곤란한 상황을 사전에 막고자 한 것이다.

노키즈존은 자영업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해당 방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천 명 중 약 70%가 노키즈존 운영에 찬성했다. 지난 2015년부터 홍대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창업 당시엔 노키즈존을 도입할 계획은 없었지만 서빙 중 뛰어다니는 아이와 부딪혀 사고가 발생하거나 과한 소음이 발생하는 등 어린아이의 행동으로 인한 손님들의 불만이 잦았다”며 “어쩔 수 없이 도입한 방식이지만 이후 손님이 늘어 가게 매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시니어존 역시 비슷한 이유로 등장했다. 일부 노인의 미숙한 기계 이용과 큰 목소리 등과 같은 특정 행위들이 가게 분위기를 저해한단 것이다. 노량진 소재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운영 중인 B씨는 “빠른 주문 순환을 위해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는데, 주문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간대에 장년층 손님이 오면 몇몇 분은 기계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된다”며 “손님에게 키오스크 이용 방법을 안내하러 직원이 홀에 나가느라 일손이 줄어 노시니어존이란 방식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카페를 방문할 때 노키즈존 여부를 확인하는 김현주<서울시 강남구 22> 씨는 “소비자로서 쾌적하고 조용한 장소를 누리고 이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별을 밟은 채 누리는 편리함, 바람직한 방식이라 볼 수 있을까
NO존 운영 자체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연령에 따라 문화시설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란 것이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선 노키즈존에 대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명시된 아동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주장하며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해당 권고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나이는 개인이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 후천적으로 수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이를 근거로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어른이란 이유로 아이를 제재하는 차별적 행위”라 설명했다. 이어 “NO존 확산 현상은 훗날 나이뿐만 아니라 장애 여부 혹은 성별에 따른 공간 제한으로 그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김지학<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NO존은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거나 편리한 시설을 누리는 데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을 쉽게 배제하려는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공간”이라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NO존 확산 현상은 개인이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의 상태로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NO가 향하는 지점이 달라져야 할 때
NO존을 둘러싼 논쟁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나도 언제든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단 인식’이다. 김 소장은 “편리함으로 묵인한 차별은 결국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다”며 “이를 인지하지 않는다면 NO존을 둘러싼 논쟁은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NO존을 없애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업주와 소비자의 만족을 위해선 무언갈 향해 ‘NO’라 외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해결책으로 특정 ‘대상’을 제한하는 방식 대신, 금지 ‘행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단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경아<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여러 이유로 NO존을 찾을 순 있지만 NO존은 개인의 인권보다 이권이 앞선 방식”이라 답했다. 김 소장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선 업주와 소비자 간의 상호 노력을 통해 가게 이용 수칙을 준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조용한 공간을 원합니다’와 같이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문구로 수정한다면 점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설명했다.

그동안 편리함과 무엇을 맞바꿔 시설을 이용해왔을까. 모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향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김지학<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신경아<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 출처: 네이버 법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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