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신화가 만나다 - 올드보이와 오이디프스 신화
영화와 신화가 만나다 - 올드보이와 오이디프스 신화
  • 한대신문
  • 승인 2006.10.31
  • 호수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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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가 테베를 덮치자 오이디프스 왕은 누구 잘못 때문에 이러한 재앙이 들이닥쳤는지 알려고 신탁을 들으러 간다. 선왕인 라이오스를 살해한 자를 찾아내 내쫒으면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탁이 내려지자, 오이디프스 왕은 테베에 숨어있는 그 살인자를 색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살인자는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의 침대에서 잘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이디프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가 친부모인 줄 알고 운명의 덫에서 벗어나려고 부모 곁을 떠났다. 그는 외나무다리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가로막는 노인을 사고로 죽였다. 그런데 그 노인이 바로 라이오스 왕이었다. 또한 오이디프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해결함으로써 괴물의 압제로 고통 받는 테베를 해방시키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테베의 왕이 되었던 것이다.
오이디프스 왕은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 과정에서 바로 자신이 바로 ‘그’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였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4명의 아이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충격을 받은 그는 자신의 눈을 후벼 판 후 테베를 떠난다.
박찬욱 감독은 의식적으로 “올드보이”에서 오이디프스 신화를 상기시키는 상징적인 장치들을 배열해놓은 듯하다. 우선 오이디프스와 유사한 발음의 오대수, 몬스터는 바로 스핑크스를 상기시키며, 소문을 퍼트린 장본인 노주환이 오이디프스왕처럼 절음발이라는 사실 등이 오이디피스 신화를 상기시킨다. 또한 “올드보이”의 근친상간이라는 테마는 바로 오이디프스의 테마가 아닌가. 오이디프스와 오대수가 눈을 후벼 파고·혀를 잘라내는 등 상징적인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 갱생의 길을 걷는 것 또한 유사하다. 
오이디프스가 테베에 도착했을 때 테베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던 스핑크스가 던지는 수수께끼, “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발로, 저녁에는 세발로 걷은 것은 무엇인가?”는 바로 "인간, 너는 누구냐"에 대한 질문이다. 프로이트가 오이디프스 신화에서 발견한 인간 욕망의 진실 또한 바로 “인간, 너는 누구인갚에 대한 답이다. 오대수가 15년 동안의 이유 없는 감금생활에서 풀려난 후 하는 첫 번째 질문은 “누구냐? 너”이다. 그리고 “누구냐? 너”를 밝혀내는 종착점에서 오대수가 만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올드보이”가 “오이디프스 신화”를 만났을 때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만난다. 이 두 이야기는 숨겨진 낯선 ‘나’를 만나러 떠나는 여행에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누구냐? 너.” 

이인숙<국문대·불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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