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PBL과 비전설계’가 뭐 하는 과목인가요?
‘IC-PBL과 비전설계’가 뭐 하는 과목인가요?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2.03.02
  • 호수 154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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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과목이라고 해서 일단 신청하긴 했는데, 수업을 단 한 차례도 한 적이 없어요”, “그거 그냥 교수님들이랑 밥 한 끼 먹는 수업이라고 하던데요” 지난해 ‘IC-PBL과 비전설계(이하 비전설계)’를 수강한 학생들의 말이다. 매년 ERICA캠퍼스에선 신입생들의 수강 신청을 앞둔 시점, 공통 IC-PBL이 무엇을 위한 교과목인지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IC-PBL이란 학습자 스스로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 우리 학교만의 교육 모델이다. 그리고 이는 각 전공 수업 현장에서 활용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공 IC-PBL’ 강좌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ERICA캠엔 전공 IC-PBL 외 또 하나의 IC-PBL이 있다. 바로 ‘공통 IC-PBL’이다. 이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매년 1개씩 이수해야 하는 기초 필수 교과목으로,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공통 IC-PBL 총 세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공통 IC-PBL 교과목엔 1학년 ‘비전설계’와 2학년과 3학년 때 각각 이수해야 하는 진로 계발과목인 ‘IC-PBL과 취창업을 위한 진로탐색(이하 진로탐색)’, ‘IC-PBL과 역량개발(이하 역량개발)’이 있다. 

전공과 공통 IC-PBL 교과목 모두를 이수한 학생 A씨는 “전공 IC-PBL의 경우 어느 정도 만족스럽지만, 이와 달리 공통 IC-PBL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라 주장한다. 이에 본지에선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학생들에게 공통 IC-PBL의 실효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학생들은 해당 교과목에 그다지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전 없는, 비전설계
신입생의 경우 1학기 때 ‘비전설계’를 이수해야 한다. 본 교과목을 관장하고 있는 IC-PBL센터는 ‘비전설계로 신입생의 대학 생활 적응과 전공 이해, 그리고 진로 비전의 설계를 돕는 것이 목표’라 설명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본 교과목을 이수했던 60.2%의 학생들이 비전설계가 이 같은 취지를 달성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담당 교수에 따른 교과목 진행 편차가 심함 △무엇을 위한 교과목인지 잘 모르겠음 △형식적인 커리큘럼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음 등을 꼽았다. 학생 B씨는 비전설계에 대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은, 왜 있는지 모르는 교과목”이라며 “담당 교수가 누군지에 따라 수업의 진행 여부 및 필수과제의 제출 여부가 제각기”라 비판했다. 

이러한 중구난방식 교과목 운영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공 IC-PBL의 경우 명확한 체계가 있는 반면, 공통 IC-PBL의 경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본 교과목은 형식적인 주차별 강의계획만 있을 뿐 그 외로 관리되고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 C씨는 “전공 IC-PBL 경우 IC-PBL센터 차원의 컨설팅이 있는 반면 비전설계 과목엔 이 같은 지원이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는 수업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비전설계 과목의 담당 교수가 누구인가에 따라 수업의 질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한 학기 동안 담당 교수에 의해 몇 차례의 실질적인 지도를 받은 적이 있냐는 물음에 학생들은 △학기 중 한 차례도 없었음(24.2%) △학기 중 1~5번(59.6%)이라 답했다. 16주 동안 ‘매주 지도가 있었다’라 응답한 학생은 단 8.6%에 불과했다. 기초 필수 교과목임에도 전교생의 80% 이상이 담당 교수에 의한 지도를 5회 이하로 받을 뿐이었다.

필수과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과목 P/F 조건에 있어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과 달리 본 과제는 교수에 따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식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필수과제를 하지 않았다’라 응답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교수에 의한 별도의 과제 안내가 없어서 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그 이후엔 ‘본 과제의 제출 여부가 교과목 이수 여부에 실질적으로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자칫 성적 부여에 있어 형평성 문제까지도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체계적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담당 교수들의 무관심까지 겹쳐 비전설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과목이 돼버렸다. 이 같은 본지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본 ERICA캠 IC-PBL센터장 김병호<공학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지적한 문제들의 개선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또한 김 교수는 “수업 운영 시 발생하는 편차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시 타 기관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갖고 비전설계를 진정으로 신입생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으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진로 계발교과목에서도 불만은 속출…
학생들의 불만은 ‘비전설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커리어개발 센터에서 관장하고 있는 ‘진로탐색’과 ‘역량개발’ 역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이라 응답한 학생이 각각 56%, 46.9%로, 절반 가량이 회의적 의견을 내비쳤다. 학생들은 그 이유로 △커리큘럼이 현실 취업과 동떨어진 원론적 수준에 그침 △모든 전공을 고려하지 못함 등을 꼽았다. 실제로 B씨는 “현재 교과목 콘텐츠는 형식적인 측면이 강해 원론적 이야기를 늘어놓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며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보단 진로 관련 교수와의 상담과 같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두 과목을 이수한 58.5%, 53%의 학생들은 필수과제 역시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론 △교수의 피드백 부재 △형식적인 과제 등을 언급했다. 게다가 학생 D씨는 “포트폴리오 제작 과제의 경우, 주어진 양식이 인문 및 이공계열에만 한정된 것이라 예체능계열의 취업준비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수업 내용과 과제 모두 학과별 특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유제흥<한양인재개발원 커리어개발센터> 특임교수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단위 수업이란 점과 객관적이고 검증된 자료에 기초해야 하는 정규 교과목이란 특징으로 강의 내용이 다소 일반화된 내용으로 수렴되는 측면이 있다”며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주차별 강의 구성에 있어 앞으로 전공과 직무에 따른 특화 콘텐츠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더 나은 공통 IC-PBL을 위해선
우리 학교는 지속적으로 IC-PBL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본지 신년사에서 김우승<한양대학교> 총장은 “학생들은 IC-PBL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구성해냄으로써 새로운 기회와 미래를 발견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IC-PBL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의 관심이 온통 전공 IC-PBL에 쏠린 나머지 공통 IC-PBL은 마치 찬밥신세가 된 것만 같다. 공통 IC-PBL이 그저 교과목명에 IC-PBL만 붙은 과목으로 남아선 안 되며 이를 위해 학교 측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선해, IC-PBL의 취지를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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