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난 해결하는 대학들, 소통도 지원책도 미비
일방적인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난 해결하는 대학들, 소통도 지원책도 미비
  • 지은 기자
  • 승인 2022.03.02
  • 호수 154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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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재정난 악순환에 
돈줄된 외국인 유학생

유학생 지원책 미비한 채 
이를 핑계로 등록금 올리기도 해

날치기 진행 유명무실 등심위 
유학생과도 충분한 소통 필요해…

지난 1월, 여러 대학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일괄적인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같이 의결한 학교는 우리 학교를 비롯한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다. 이 중 우리 학교를 포함한 4개 대학에선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의 5% 이상을 인상한다. 그 외에도 한국외대는 지난해 등심위를 거쳐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6%를 인상했으며, 서울시립대는 올해부터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2배 인상하겠다고 결정했다. 

등록금 인상 결정의 공통된 주요 원인은 적자 상태인 재정을 복원하기 위함이다. 실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하는 학교들 중 6개 학교의 등심위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다수의 학교가 적자 해결을 이유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우리 학교도 그중 하나다. 서울캠퍼스 강범수<기획처 예산팀> 팀장은 “유학생 등록금을 올려도 재정난이 전부 해결되진 않는다”라며 “여러 외국 대학 사례에 비하면 많은 증가는 아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방세법이 개정되며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납부액이 증가해 대학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임승현<한국대학법인협의회> 총무과장은 “지방세법이 개정되면 한 대학마다 평균적으로 540억 이상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높이려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국인 유학생에게 재정난을 전가하는 것은 ‘등록금 차별’이라 주장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만 올려 재정을 확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국인 학생 등록금의 경우 법적으로 등록금 인상률 상한이 규제돼 있는 것에 반해 ‘정원 외’인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등록금은 법적 책정 기준이 없다. 그렇기에 현 구조에서 대학들은 사실상 법망을 피해 내국인 학생의 등록금 대신 규제가 없는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으로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캠 총학생회장 정지호<산업융합학부 19> 씨는 “코로나19와 적자 문제에 대한 부담을 외국인 학생에게만 부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유학생 등록금 인상안은 학생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도 않고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등록금 인상의 근거가 모호하단 의견도 있다. 여러 사립대에서 정해진 유학생 등록금 인상률의 책정 기준이 부재하단 것이다. 이는 우리 학교를 비롯한 모든 대학의 등심위에서 제기된 문제이기도 하다. 뚜렷한 예산안과 근거 없이 미리 정해온 인상률 ‘숫자’를 허가받는 방식으로 등심위가 진행된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시성<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올리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예산안을 학교 측에서 준비하고, 학생 등심위원은 이를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며 “학교의 재정을 회복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악순환 구조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외국의 사례에선 대학 재정 타개책으로 유학생의 등록금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강 팀장의 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일부 대학에선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등록금 인상은 자연스러운 결과라 전했다. 실제 성균관대와 한국외대의 등심위 회의록의 내용에 따르면, 두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위해 각각 5%, 6%의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외국인 학생들의 자가격리에 대한 지원, 병행되는 비대면과 대면의 수업 방식으로 인한 수업 격차 해소 등 부차적인 비용이 드는 코로나19 상황에선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단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외국인 유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지원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타 대학 외국인 유학생 A씨는 “이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등록금을 올린다고 했어도 막상 비대면 수업 속에 체감되는 지원은 느낄 수 없었다”며 “외국인 유학생에게 필수적인 공지조차 제때 올라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데 기본적인 지원이 되는지부터 의문”이라 말했다.

또한 모든 대학에선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올릴 때 장학·인프라 확대와 상담·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약속했다. 그러나 인상된 등록금의 어느 정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예산안이 미비한 상태다.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한 8개 대학의 등심위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모두 외국인 유학생 지원을 늘리겠다곤 했지만 등록금 사용 방안에 대한 뚜렷한 예산안을 마련한 경우는 2개 학교뿐이었다. 이마저도 총학생회 차원의 지속적인 대응 이후에 학생들에게 공유된 것이었다. 다른 대학 예산팀 관계자 B씨는 “매년 유학생 지원 예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지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단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이 예산으로 집행되는 행사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 해당 지원이 와닿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장밍캉<사회대 정치외교학과 21> 씨는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과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모두가 책임져야 할 사안에 대해 외국인만 대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건 무리가 있고, 등록금을 올린다면 그에 맞는 서비스가 보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총학생회장 역시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유학생들에게 합당한 근거가 제시된 적이 없다”며 “앞으로는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실제 교육부의 재정 구조 특성상 국내 세금과 재원에 의존하기에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을 배제한 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 재정구조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학교 측의 모든 결정에 활발한 소통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동등하게 대우받으며 원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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