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작은 사람, 큰 권리
[아고라] 작은 사람, 큰 권리
  • 이다영 기자
  • 승인 2022.03.02
  • 호수 154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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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영<문화부> 부장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필자가 넬슨 만델라의 이 문장과 우연히 만난 것은 김희경 작가의 책 「이상한 정상가족」에서였다.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개인과 공동체 △도덕성 △인간성 △질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잔 요청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필자에게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분노와 답답함으로 차오르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몇 번을 쉬어가며 읽었다. 특히 첫 챕터에 실린 아동 학대 사건은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바로 ‘인천 11살 소녀 학대 사건’, 지난 2015년 말 인천에서 부모의 감금과 학대를 피해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열한 살 소녀의 사건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소녀는 두 번의 탈출을 시도한 끝에 한겨울에 반팔을 입고 음식에 집착하는 모습을 수상쩍게 여긴 마트 주인의 신고에 의해 구조됐다.

해당 사건으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여린 꽃과 같은 아이들이 성인의 △방임 △폭력 △폭언에 의해 분분히 낙화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국 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총 3만 905건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85명의 아이들이 학대 받았고 그중 절반 이상이 구조되지 못한 채 끝내 사망했다.

책의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주원인을 ‘체벌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라 주장한다. 학대와 살인으로 번질 가능성이 다분한, 체벌을 허용하는 사회에선 아동 학대가 결코 근절될 수 없단 것이다. 애통하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 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선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사랑의 매’가 허용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이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된, 부모 중심, 성인 중심의 해석일 뿐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체벌의 교육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를 보여줄 뿐이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해 ‘내 자식 내가 때리는 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와 지나친 체벌과 학대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그럴 수 있지, 사정이 있겠지’라 생각하는 인식. 공통적으로 그 기저엔 아이에게 체벌은 괜찮단 통념이 있고, 더 깊숙한 곳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라 여기는 시선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는 결코 누군가에게 얽힌, 누군가에 의해 살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는 그 사전적 정의처럼 ‘작은 사람’일 뿐, 작은 사람이니 권리도 작게 보장돼야 하는 건 아니다. 그들 역시 사람이며 성인과 같은 권리를 보장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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