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멈춘 ‘창의관 승강기’ 확실한 후속조치 필요해
또다시 멈춘 ‘창의관 승강기’ 확실한 후속조치 필요해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2.01.03
  • 호수 1541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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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ERICA캠퍼스 기숙사 중 하나인 창의관의 승강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학생 A씨는 “승강기가 10층과 11층 사이에서 멈췄다”며 “관리자가 승강기 안에 사람이 갇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같은 건물에서 승강기 멈춤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기숙사 거주 학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날은 기숙사 퇴사일로, 많은 학생들이 승강기를 이용했기에 자칫 또 다른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 역시 농후했다.

지난해 11월 ERICA캠에선 창의관 승강기가 멈춰, 한 학생이 승강기 내부에 10시간가량 갇힌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승강기는 2층과 3층 사이에 멈춰있었으며, 상록경찰서 수사 결과 승강기 사고 발생 초기 가장 중요한 비상통화장치마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으로 기숙사 승강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공중파 뉴스에까지 보도돼 학내구성원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걱정을 샀다. 창의관은 학생 1천 4백여 명을 수용하는 곳인 만큼 만에 하나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하 안전공단)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승강기 사고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사고로 규정돼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사고 이후 학교는 사과문을 통해 철저한 점검과 시설보수로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비슷한 사고가 재발한 것에 대해 A씨는 “연달아 발생한 승강기 사고로 기숙사와 학교 행정부처에 대한 믿음이 전부 사라졌다”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창의관 승강기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은 단지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학생 B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5년 전 창의관 승강기에 동기와 함께 갇힌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최소 5년 전부터 승강기에 이상이 있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취재 결과, 「승강기안전관리법」에 의해 지난해 하반기 시행된 안전공단 검사에서 ERICA캠 창의관 승강기 6기 중 단 1기만 합격판정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조건부’ 합격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승강기 운용에 있어 부분적인 결함이 확인됐으나 별도의 계도기간을 준 후 조건부로 운행을 허가한 것이다. 안전공단 보고서의 주요 지적 사항으로는 지난해 11월 사고로 드러난 ‘차량 내 비상통화장치 작동상태 불량’뿐만 아니라 ‘주 로프-도르래 간 끼임으로 안전검사기준 부적합’까지 거론됐다.

한 달에 한 번 유지보수업체에 의해 시행되는 자체검사에서도 사고 발생 이전인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6기 중 4기가 ‘지적’에 해당하는 등급을 받았다. 주로 감속기 및 관련 부품의 노후화 항목에서 지적을 받았으며 첫 번째 멈춤 사고가 발생한 동관 2호기는 ‘도르래 홈의 마모상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의관찰 판정까지 받았다. 이처럼 창의관 승강기의 멈춤은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창의관 승강기는 모두 지난 2005년 당시 설치돼 15년을 훌쩍 넘긴 상태다. 관련법에 따르면 25년 이상된 승강기부터 ‘노후 승강기’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한다. 그러나 창의관의 경우 많은 인원이 상시 이용해 이미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된 상황이며, 이에 걸맞은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승강기를 비롯해 교내 설비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관계자인 ERICA캠 박지정<총무관리처 관재팀> 팀장 역시 승강기의 노후화에 대해 시인했다. 박 팀장은 “통상적으로 승강기는 20년가량 사용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빈번하게 이용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승강기 사용 가능 연한을 5년 단축해 15년으로 정했고, 이에 따라 창의관 승강기 6기 전부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세부 계획에 따르면 오는 2월부터 동관 2호기를 시작으로 6기 모두 점진적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덧붙여 그는 “승강기 전면 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 수시로 점검을 진행할 것”이며 “유지보수업체 역시 새롭게 선정하는 등 학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안전공단 관계자 C씨는 최근 우리 학교에서 승강기를 둘러싸고 발생한 일에 대해 “확실한 점검과 보수, 또 자체적인 승강기 안전 교육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학교 측은 보다 안전한 학교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본 사고를 계기로 기숙사뿐만 아니라 교내 승강기 전반에 대해 더 꼼꼼한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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