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긴 연기, 심금을 울리는 연기
진심이 담긴 연기, 심금을 울리는 연기
  • 나병준 기자
  • 승인 2022.01.03
  • 호수 154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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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배우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좋은 사람」은 고등학교 교사 ‘경석’ 역을 맡은 김태훈 배우의 연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본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1997년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단원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드라마 △연극 △영화 속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란 평가를 듣기도 했다. 영화 「좋은 사람」을 촬영하면서 ‘좋은 사람’임과 동시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배우로서 지내온 지난 20여 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뒤늦게 깨달은 연기의 맛
김 동문의 친형인 배우 김태우 씨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준비했던 것과 달리 그는 학창시절 광고 연출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그는 “상상만 했던 것들을 내 뜻대로 표현하고픈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라 답했다. 그렇게 김 동문은 본교 연극영화학과를 전공하며 미래의 광고인을 꿈꿨지만, 최형인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수업이 지금 연기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연기할 때 진심이 느껴지도록 인물과 교감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1997년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단원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김 동문. 처음 연기했을 때를 회상하며 그는 “막연한 긴장감과 재미, 설렘이 공존해 새로웠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엔 이러한 감정을 느낄 새 없이 연기에만 몰두했었던 것 같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배우로 홀로 서기 위해 일본에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비록 유학 기간에 연기할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귀국 전 우연히 일본 독립영화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간절히 바라면 기회는 찾아온다’는 것을 체감한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으로
배우는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인물과 세계를 접하는 직업이다. 그 역시 60여 편 이상의 △드라마 △연극 △영화 속 수많은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지금도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하기 전 항상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일까’에 대해 생각해요. 상대 배우와 함께 제가 맡은 캐릭터가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얘기하면서 인물을 이해하는 데 노력하죠.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작품 자체가 매력적이라면 규모나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임하고 있다. 특히 작품 선정 시 시나리오를 비중 있게 본다는 김 동문. 시나리오를 읽고 계속 기억에 남거나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을 주로 선택한다고 전했다. “저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는 시나리오엔 마음이 가지 않아요. 좋은 연기를 선보일 자신도 없고요. 그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연기한다면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한 물음에 그는 수많은 작품 중 지난해 9월에 개봉한 독립영화 「좋은 사람」을 꼽았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1만 명 이상의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많은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매 순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란 질문을 계속 되뇌며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고도 전했다.

▲ 지난해 9월, 김 동문이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좋은 사람」의 한 장면이다. 고등학교 교사 ‘경석’ 역을 맡은 그는 이 영화에서 선보인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 지난해 9월, 김 동문이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좋은 사람」의 한 장면이다. 고등학교 교사 ‘경석’ 역을 맡은 그는 이 영화에서 선보인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진심을 담아 연기하다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는 대중으로부터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할 따름이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진심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내 연기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연기한다는 건 궁극적으로 관객을 만나기 위한 작업이에요. 예전엔 관객과 교감에 실패했다고 느끼면 좌절했는데, 지금은 느릴지라도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요샌 이런 고민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임하려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진심이 전해질 순간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로 활동 중이지만 연기에 대해선 “여전히 어렵고 모르겠다”고 답한 그는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욕심은 점점 더 커진다고 말한다. “특정 장르나 역할에 대해 생각한 건 없지만, 아직도 못해 본 역할들이 많기에 더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끝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멋이 묻어나는 사람이자 배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퀸메이커」와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최종병기 앨리스」 등 색다른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할 예정인 김태훈 동문. ‘좋은 연기란 진심이 담긴 연기’란 그의 말처럼 올해에도 진심이 담겨 있는 그의 연기를 통해 벅찬 감동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자이자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한다는 그.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지금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김 동문은 스스로를 '잘살고픈 놈'이라 표현했다.
▲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자이자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한다는 그.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지금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김 동문은 스스로를 '잘살고픈 놈'이라 표현했다.

나병준 기자 songforyou@hanyang.ac.kr
도움: 권민경 수습기자 mingyung@hanyang.ac.kr
사진 제공: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김태훈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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