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꼴 한 번 좋다
나라 꼴 한 번 좋다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6.10.31
  • 호수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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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간지들의 사설을 보고 있자면 현 정부와 여당의 인사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요즘 같아서는 훗날 내 자식은 절대 정치시키지 않을 것 같다. 무능력하고 한심하다는 표현을 쓰는 신문은 양반이다.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말은 예사고 신문 지면이 아니라면 벌써 육두문자가 튀어나왔을 판이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본디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창했다. 맹자의 말대로라면 모든 사람은 측은지심이라는 본성을 타고 났기 때문에 곤경에 빠져있거나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이들에 대한 동정심이 발동해야 한다. 하지만 맹자의 말은 틀렸나보다. 최근의 정부와 여당을 보면 ‘당해도 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니 말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북핵 사태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고위관료들이 도망치듯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게다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역시 UN사무총장 선출에 따른 사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교라인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참여 정부의 정책기조가 일관성을 상실한지 오래됐지만 최근의 이 같은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부동산 정책의 혼선으로 부동산값을 요동치게 만들고 교육부총리의 잦은 교체로 인한 교육정책의 실패로 죄 없는 어린 학생들을 친구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입시지옥으로 내몰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정부는 여당의 당의장으로부터 ‘당정분리로 인해 역사상 가장 무능한 정부와 여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당의장은 개성공단에서의 춤 파문으로 인해 제1야당의 집요한 공세를 받고 있다. 그만 하면 천만 다행이다. 야당의 제3대권후보에게 ‘대통령은 송장’이라는 소리를 듣질 않나 집 나온 친정으로부터는 ‘어차피 없어질 정당’이란 이야기를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렇다고 그들 역시 고개 똑바로 들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한쪽에서는 높은 지지율에 잔뜩 취해 횡설수설하고 있는가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떻게든 집 나간 부자아우를 달래서 불러들이려고 혈안이 돼 있다. 좀 다른 줄 알았던 사람들은 북핵 사태 이후 국민들 눈치 보느라 바빠서 목이 잠겨버린 상태다.
어쨌든 참여정부가 이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든 데는 정책 일관성의 부재라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명제가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자리에 후임으로 윤광웅 국방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그야말로 돌려막기 식 각료임명이다. 그리고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을 정부부처로 자꾸 불러들이는 것은 대체 무슨 심보인가. 그 사이 생기는 입법부의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이며 야당과의 감정적인 충돌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그야말로 나라 꼴 한 번 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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