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꿋꿋이 버티는 이들에게 박수를
[아고라] 꿋꿋이 버티는 이들에게 박수를
  • 나태원<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1.11.29
  • 호수 154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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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원<문화부> 정기자

요즘 들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 담은 이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어떤 분야에서 처음 그 일을 맡았을 때의 난감함, 잦은 실수에서 오는 불안함, 좌절감, 그 외에도 뜻하지 않게 겪는 여러 어려움까지. 갖가지 시련이 그들을 덮쳤을 텐데도 자신의 위치에서 꿋꿋이 버텨나가는 이들이 존경스럽다.

필자는 이번 학기부터 한대신문 문화부 정기자로 활동했다. 한 학기의 수습기자 활동을 마친 후 맞이한 여름 방학 동안의 방중 회의는 필자에겐 무척 벅찼다. 앞서 언급한 난감함, 불안함, 좌절감 등의 감정이 필자를 감쌌다. 기획안 작성은 고사하고 소재 선정부터 어려웠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필자는 그 정도가 심했다. 번번이 제출 기한을 맞추지 못할 땐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제출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글을 쓸 때면 떨어지는 기사의 완성도는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스포츠 기자가 되겠다고 제 발로 걸어 들어온 한대신문에서 필자는 진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학보사 활동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신문사의 모두가 기성 언론 기자는 아니기에 아마추어 무대라 여겼다. 그러다 문득,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면 얼마나 더 힘들까’ 덜컥 겁이 났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길 위에서, 그 목표가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쉽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벽이 갑자기 높아 보였다.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가시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벽을 묵묵히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주위의 동료 기자들뿐만 아니라 필자보다 한, 두 학기 먼저 활동한 선배 기자들, 이미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신문, 방송 기자들도 있었다. 이 생각은 점차 확장돼 다른 분야 종사자에게도 이르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인터뷰이들은 이미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전문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이미 이 과정을 지났기에 여유로워 보였다. 이들 또한 필자와 같은 고뇌를 겪었을까. 아마 겪어왔을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것보다 훨씬 더한 상황도 이겨냈을지 모른다.

그래서 필자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 담은 이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이들도 필자와 같은 순간을 지나쳤을 것이며, 앞으로 필자가 겪어갈 어려움도 이미 경험했을 테니 말이다. 

벼랑 끝에서 나타난 이런 생각의 흐름은 필자의 마음에 약간의 여유를 가져다줬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이해하니 스스로 위축되는 일이 적어졌다. 필자는 스스로를 괴롭혔던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지워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이 버텨왔으니 나 역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심스레 피어오른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냈다.

고작 학보사 한 학기 해놓고 감상이 다소 과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누군가는 가소롭게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필자에게 이번 한 학기는 삶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듯하다. 자신의 자리에서 도망가지 않고 온갖 어려움에 맞서 꿋꿋이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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