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없는 사립대학 자체감사,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되지만···
감시 없는 사립대학 자체감사,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되지만···
  • 최시언 기자
  • 승인 2021.11.22
  • 호수 1539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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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된다. 이는 주기적으로 교육부 장관이 학교법인에 대한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로 대학 자체감사가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에서 자체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법인의 재산 상황과 회계, 이사회의 운영 등을 감사하는데 이를 통해 대학 재정 운영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취지와는 다르게 대학 자체감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던 도중 대학 자체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교육부 종합 감사를 통해 밝혀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교육부는 최근 1년간 16개 사립대학의 종합 감사결과를 발표했고, 해당 대학들은 교육부 감사에서 총 509건을 지적받았다. 이에 반해 교육부의 지적을 받은 사립대의 최근 3년간 대학 자체감사 지적사항은 32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전체 16개 대학 중 11개 대학은 자체감사 지적사항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이같은 상황 속 지난해 9월 고려대에선 일부 교수가 교내연구비와 행정용카드를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사건과 입시과정에서 모집요강을 어긴 사례가 교육부 감사를 통해 적발된 바 있다. 또한 홍익대에서도 학교법인 임원이 업무추진비 수천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퇴직자에게 금품을 지급하는 등 각종 비리가 드러났다. 결국 △임면 관련 부적정 △자금 부적정 △학사운영 부적정 사례가 즐비한 모습임에도 자체감사에선 한 건도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학 자체감사가 실효성 없는 ‘봐주기 감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폐단을 잡아내고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마련됐지만 동시에 해당 제도에 대한 한계도 지적됐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자체감사 4년과 감사인 지정 2년의 주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결국 자체감사의 비중을 줄일 순 있지만 이를 둘러싼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본 제도는 자체감사의 기존 형식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기보다 그 비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당 제도가 본연의 목적이었던 자체감사의 허점을 제대로 보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래<교육부 사학감사관> 서기관은 “자체감사가 지금처럼 유명무실하게 진행된다면 일정 기간만 정상적인 감사가 이뤄질 뿐”이라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모든 대학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자체감사와 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 본다”고 답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전 대학에 주기적으로 감사인을 지정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존과는 차별화된 정책”이라 답하면서도 “자체감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의 필요성은 여전히 강조된다”고 답했다.

또한 자체감사의 경우 감사인을 학교법인 내부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독립성이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가 이를 극복할 수 없단 지적이 이어지자 박 의원실 관계자는 “대학의 또 다른 주체인 학생과 그들이 선정한 외부 감사인이 포함된 자체감사 조직을 구성하는 등 차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오랫동안 문제시돼왔던 사안인 만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답했다.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를 통해 대학 자체감사의 민낯은 이미 공론화됐다. 더 이상 대학이 각종 부조리와 비리로 얼룩지지 않도록 대학 내부적인 변화와 함께 내부감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도움: 김영래<교육부 사학감사관>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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