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학생생활관, ‘살 만한 곳’인가
서울캠 학생생활관, ‘살 만한 곳’인가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1.11.22
  • 호수 1539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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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생 외부 모습으로 곳곳에 오염된 자국이 현저하다. 생활관 행정팀은 2생에 이어 차례로 외벽 도색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 1생 외부 모습으로 곳곳에 오염된 자국이 현저하다. 생활관 행정팀은 2생에 이어 차례로 외벽 도색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같은 캠퍼스 안에 신본관과 같은 화려한 시설과 학생생활관 같은 주거 사각지대가 공존한다는 게 믿기 어렵습니다”

생활관에 1년째 거주 중인 조성민<정책대 정책학과 19> 씨의 말이다. 지난 4일, 제1‧3학생생활관(이하 1생, 3생)에 바퀴벌레가 대량 출현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생활관 시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전부터 학내 커뮤니티에선 기숙사와 관련한 불편 호소가 다수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20년 전 리모델링 이후 그대로
1생의 경우 지난 1985년에 지어진 후 1999년에 한 차례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그 후 20년 동안 노후화된 시설에 대해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활관 건물 외벽은 오염 자국이 현저하며, 내부 벽 또한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철제 방문과 층간 문의 노후화로 인해 여닫을 시 소음이 발생해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다수였다. 학생 A씨는 “층간 문이 방화문이라는데 여닫을 때마다 소리가 너무 커서 밤에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더불어 철문 곳곳엔 녹슨 부분이 가득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1생 4층 화장실의 경우, 화장실 타일이 파손돼 지난 1학기 한 차례 공사가 진행됐지만 또다시 파손돼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제2학생생활관(이하 2생) 또한 문틀 곳곳이 녹슬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 씨는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임에도 책임감 있는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변기도 고장이 잦고, 샤워실이 청결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방 내부 시설도 열악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1생 학생들은 각 방에 설치된 팬코일 난방 기기 내부에 쌓인 먼지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학생 B씨는 “난방 기기 청소를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문의했으나 예산이 따로 책정돼 있지 않아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먼지가 쌓이는 게 보일 정도라 황사 필터를 끼우고 사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소음 문제 역시 본지에서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호흡 및 맥박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50dB을 넘어 수면에 영향을 주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 1생 4층 화장실 벽면 타일이 떨어져 접착제가 그대로 노출된 모습이다.
▲ 1생 4층 화장실 벽면 타일이 떨어져 접착제가 그대로 노출된 모습이다.
▲ 1생 내부 난방 기기에 먼지가 쌓인 모습이다.
▲ 1생 내부 난방 기기에 먼지가 쌓인 모습이다.
▲ 2생에 거주하는 조 씨가 제공한 사진으로, 공용 샤워실 문틀 한 쪽이 모두 녹슬어 있다.
▲ 2생에 거주하는 조 씨가 제공한 사진으로, 공용 샤워실 문틀 한 쪽이 모두 녹슬어 있다.

해충과 석면, 논란 후 대응
학교는 바퀴벌레가 대량 출현한 사건으로 논란이 발생하자 대대적인 방역에 나섰다. 조 씨는 “기숙사 내외부, 심지어 호실 내부에 바퀴벌레가 침입하는 일이 잦음에도 논란이 되기 전까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석면 공사도 마찬가지다. 생활관에 석면이 다량 포함돼 있어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자 행정팀은 생활관 일정을 조율해 석면 해체 공사 일정을 만들었다. 지난 8월, 2생에서 LED 교체 공사 시 천장 분진이 떨어진 일이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한 학생이 이를 석면 분진으로 보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공사가 진행 중이던 1층 천장은 석면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사건은 공사 미신고로 인해 학교가 과태료를 납부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 사이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져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를 인지한 행정팀은 다음 해 여름 방학 기간 동안 2생 석면 해체 공사를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생활관 공사 계획 어디쯤...
학생생활관 행정팀도 내부 시설 정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관재팀 및 시설팀과의 일정‧예산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난방 기기 청소의 경우, 지속적인 학생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청소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간의철<학생생활관 행정팀> 팀장은 “생활관의 기존 예산으로 집행될 수 있었다면 진행했을 것”이라며 “팬코일은 시설팀에서 관리하고 있어 예산 조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난방 기기 청소가 이뤄진다고 해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중앙 제어 방식과 소음이  해결되진 않는다. 이에 난방 기기는 전면적 교체가 요구되는 상황이나 시설팀 관계자는 건물의 개보수나 증축이 고려될 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행정팀은 녹슨 철제 방문 교체, 내외부 벽면 도색 등 큰 예산 집행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 정책적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민원이 우선 접수돼야 시설팀에 수리 의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충 방역 작업은 다음 해부터 강화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간 팀장은 “관재팀에 해충 관련 특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달한 상태”라며 “이번 해충 대량 출현을 계기로 학교 통합상황실에서도 방역을 따로 분류하여 민원 대응에 준비 중”이라 전했다. 

석면 해체의 경우 다음 해 여름부터 2생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허진<학생생활관 행정팀> 과장은 “내년 여름 방학에는 석면 해체 공사를 위해 관생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 전했다. 석면안전관리인 김의환<관리처 시설팀> 과장에 따르면 1생은 8천 5백㎡, 2생은 7천㎡의 석면이 들어가 있다. 이미 석면 해체 공사가 진행된 3생의 경우 약 2천 6백㎡의 석면이 제거되는 데 공사 기간만 2주, 인허가부터 마무리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이를 고려하면 모든 석면을 제거한다고 가정했을 때 2생 석면 해체는 두 달에 걸쳐 진행될 전망이다. 김 과장은 “석면 해체를 하루빨리 하고 싶지만 학생 및 행정팀과의 조율이 필요한 상태”라며 “1생의 경우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 주거권, 환경권 지켜져야
조 씨는 “학교는 생활관 거주 학생을 최소한 주거 서비스 이용자로 보고, 학생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거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제35조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 학생생활관은 ‘싼 맛에 어쩔 수 없이 산다’는 여론이 주된 상황이다. 학생들의 주거권과 환경권을 위해 학교는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활관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제공: 조성민<정책대 정책학과 19>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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