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실습 한 학기로 확대 … 제대로 된 준비 없인 그림의 떡 된다
교육실습 한 학기로 확대 … 제대로 된 준비 없인 그림의 떡 된다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1.11.08
  • 호수 153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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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짧은 교육 실습에 아쉬운 점이 많긴 해요. 그렇지만 교육부 계획대로 실습 기간을 한 학기로 늘린다고 해서 이를 사범대 학생들이 마냥 반길 수만은 없을 거 같아요. 개편안에는 임용 고시 준비를 병행하는 실습생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실습 교육을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해요”

다음 해 임용 고시를 준비하는 양정민<경북대 교육학과 18> 씨의 이야기다. 교육부는 지난 7월,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시안)’을 공개하며 실습학기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하는 4주간의 교육 실습을 한 학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 해 2학기부터 시범 운영돼 오는 2028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 실습은 대학 교육 과정 내에서 예비 교원들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주라는 단기 과정으로 마련돼 있어 실습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들과의 라포 형성과 수업 및 학생 지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실습학기제 도입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단순히 기간을 늘려 시범 운영에 도입하기엔 제대로 된 논의가 부족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4주조차 원활하지 않았던 현실
지금의 교육 실습은 중·고등학교-대학과의 연계가 부족해 실습처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단 문제점이 있다. 대학에선 교육부 방침에 따라 교육 실습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명시했으나, 이는 곧 실습 학교에 실습생 교육이란 업무 가중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실습처 확보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교육부는 실습처 확보와 실습지도 강화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교사 △교사연구회 △교원 등과 교육청 간의 실습 협력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체계를 자발성에 기대기엔 실습 학교에서 부담해야 할 업무량이 이미 과도한 상태다. 류형주<백운고등학교> 교사는 “한 달 남짓한 동안 실습생에게 학교 업무 전반을 가르치고 실습생의 수업 지도를 매일 평가해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기존과 변함없는 매뉴얼을 바탕으로 실습 기간이 한 학기로 늘어나면 교사의 업무 강도가 너무 세질 것”이라 말했다.

이 같은 문제에 부딪혀 대학 입장에선 모든 실습생을 현장에 보낼 수 있는 학교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에 따라 중등교원 임용 평균 경쟁률은 10대 1에 달할 정도로 예비 교사 수가 많은 데에 반해, 실습처가 될 수 있는 학교 수는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박주호<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미 사범대 학생들은 과잉 공급되어 있는 데 이 상황에서 실습학기제를 논하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우리 학교만 해도 몇백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실습처를 구해야 하는데 주변 학교들과 협력하는 것만으로는 수용이 어렵다”고 전했다. 

기존의 실습처 연계에 있어 행정적 처리 과정도 복잡하다. 김태임<한민고등학교> 교사는 “대학마다 교육 실습생을 보낼 때 공문 발송 시기도 다르고, 양식도 제각각이라 이에 대한 행정 업무가 매우 많다”며 “실습처 연계 기간을 정해주거나 지역별로 공문을 통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취지는 이상적, 계획은 미흡
실습학기제가 지금까지 시행돼 온 4주 실습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는 4주 실습의 문제점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한 학기동안 진행되는 실습생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제대로 마련해두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실습학기제 계획안에서 실습 학기 운영을 위해 주 3~4일은 현장실습을 하고, 주 1~2일은 대학에서 실습 연계 강의 이수 등의 운영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교육 실습에 있어 이론과 연계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교육 실습을 나가본 학생들은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 학교 동문 A씨는 “직접 교육 실습을 나가보면서 교육 과정이 학기 중에도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일주일 단위로 학습한 이론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운영 모델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 전했다. 게다가 학생들은 이론을 실습에 적용하는 연습이 되지 않은 채 현장에 나서게 된다. 류 교사는 “일부 대학에서 실습에 대한 준비 없이 학생을 보내는데 학생이 현장에 와서 제대로 교육 실습을 받으려면 대학 교육 과정 내에 실습 준비 과정으로 한 학기 과목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 업무를 배우는 데도 마찬가지다. 양 씨는 “한 학기로 교육 실습을 나가게 되면 실습생 위치가 굉장히 애매해질 것”이라며 “4주 실습 때는 실습생들끼리도 담당 교사에 따라 내용이 달랐는데 한 학기로 늘어나면 수업 및 행정 업무 권한을 얼마나 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김 교사는 실습생들이 한 학기동안 학교에 상주할 경우 따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학교마다 준비가 되지 않은 곳도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는 실습생 교육을 위한 다각도의 체계적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습학기제가 실현되려면
전문가들은 실습학기제가 도입되기 위해선 사범대 정원 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혁규<청주교대> 총장은 “현재 학교 대비 예비 교원들이 너무나 많아 사범대 교육 과정 자체도 교사 양성보다 교사가 되지 못했을 때 다른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실습학기제 이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정원 조정부터 해야 교육 과정 개편과 함께  장기 실습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실습학기제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교수와 교사 사이 협력도 필요하다. 실습지도 교사는 실습생의 현장 교육과 평가를 담당하게 되는데 이론을 가르치는 교수와의 소통 창구가 현재 전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이론과 현장을 제대로 연결 시켜 효과적인 실습 교육을 받긴 어렵다. 이 총장은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실습 교육’만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축적해둬 꾸준히 실습 과정이 발전해왔지만, 우리나라는 실습생 교육이 몇십 년 전과 전혀 달라진 바가 없다”며 “실습학기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실습 자체를 위한 생태계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 강조했다.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사범대 교육 과정도 이에 발맞춘 변화가 요구된다. 박 교수는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학기 중 학생들이 교육 실습으로 자리를 비워 수업 진행이 어려웠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 학기 실습을 하면 기존의 교육 과정대로 학사 운영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전했다. 이어 “실습 학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기존의 학사 과정에서 추가 학기를 운영하거나 인턴제로 운영하는 등의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사범대의 교육 과정이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과 맞물려 돌아가려면 새로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부 계획상에는 이러한 장기적인 계획이 부재한 채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임용 고시 병행 등 해결할 과제 많아
실습학기제의 취지에 학생들은 공감하지만 임용 고시와의 연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하반기에 진행된 사범대학생회간담회에서도 교육 실습이 임용과 연계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양 씨도 “‘실습’의 취지에 맞는 적당한 양의 업무와 권한, 자율도가 갖춰져야 임용과의 병행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 전했다.

이에 더해 실습생이 인턴처럼 한 학기동안 학교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도 필요해 보인다. 류 교사는 “단순 업무가 아닌 이상 교육 실습생들에게 열정 페이만으로 여러 학교 업무를 요구하긴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A씨도 “실습학기로 전환되면 실습 업무와 학업으로 인해 반 년 동안 경제 활동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실습학기제는 사범대 학생들이 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한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예비 교사들을 위한 ‘실습 교육’에 오롯이 투자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박 교수는 “진정한 실습 교육이 이뤄지려면 실습 교육에 대한 학교 문화와 교육에 참여하는 교사, 교수 등 실습 공동체가 함께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실습학기제가 도입되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반부터 다져져야 하는 것이다. 교사가 되는 과정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직업인만큼 멀고도 험하다. 이를 감내하며 사명을 갖고 교사가 되는 여정을 걷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부는 제도적으로 조력할 필요가 있다. 

도움 : 김태임<한민고등학교> 교사
류형주<백운고등학교> 교사
양정민<경북대 교육학과 18> 씨
이혁규<청주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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