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2년 차, 서울캠 실험실습비 어디에 쓰였나
비대면 2년 차, 서울캠 실험실습비 어디에 쓰였나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1.10.11
  • 호수 153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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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1년 넘게 실험‧실습을 포함한 일부 과목이 비대면 수업 체제에 맞게 온라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대면으로 진행돼야 할 실험이 온라인 영상 시청으로 대체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듯 여러 실험‧실습 과목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됐지만 실험실습비로 책정된 예산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는 실험실습비 잔액에 대한 질의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학교 측은 실험실습비 책정과 집행은 단과대 소관이기 때문에 구체적 사항은 단과대를 통해 확인하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실험실습비엔 실험 및 실습에 필요한 △수업 운영비 △실험‧실습실 기자재 △재료‧물품 전반을 포함한다. 해당 금액은 학교 본부로부터 책정된 단과대 예산에 포함돼 있다. 우리 학교는 총예산에서 △교원 수 △건물 면적 △학생 수 등에 따라 단과대 예산을 책정하며 단과대는 매년 11월에 예산운영위원회를 거쳐 다음 해 예산을 계획한다. 해당 예산은 학과별로 배분돼 지출 용도별로 관리되며 학과장 주도하에 집행된다. 특히 실험‧실습 과목의 경우 교육과정 개편에 의한 변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험실습비 항목은 학과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되기도 한다. 이 비용은 원칙적으로 실험‧실습과 관련된 항목에 우선적으로 지출돼야 하지만 미사용액이 발생했을 경우 교육환경개선비로 이월해 바로 사용하거나 단과대에서 학교 본부에 단과대용 건축기금으로 적립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지난 2019년에 책정된 지난해 예산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계획된 바에 따라 사용되지 못해 일부 전용됐다. 우선 단과대 예산은 그 안에서만 사용돼야하는 것이 규정이지만 발열 체크 인력 충원, 손 소독제 구비 등 새로운 학교 운영 재원이 필요해지자 실험실습비를 포함한 각 단과대 예산 중 15%가 본부에 반납됐다. 또 올해엔 단과대 예산으로부터 보충된 금액이 긴급 코로나19 장학금 마련에 사용되기도 했으며 현재 실험실습비의 30% 예산은 유보된 상태다. 나머지 예산은 단과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집행됐다.

실험실습비가 가장 많이 책정된 공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수업 인원수을 줄여 대부분의 실험‧실습 과목이 기존 방식대로 진행됐다. 일부 미사용 금액은 단과대 공용 라운지 기자재를 정비하는 데 쓰였으며 △건축학과 △기계공학과 △도시공학과의 경우 경진대회나 설계대회 등 비대면 행사에 지출됐다.

자연대에선 실험실과 강의실을 정비했다. 자연대 행정팀 관계자는 정기적인 실험실 재료 구비와 함께 그동안 노후화된 실험실 누수 공사 및 도색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수학과의 경우 전산 실습실 투명칸막이를 새로 구비하기도 했다.

생활대 식품영양학과는 지난해부터 소수 단위로 실습을 진행하고 촬영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실습비가 그대로 집행됐다. 의류학과의 경우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추가로 구매했고, 실내건축디자인학과는 실험실습비 미사용액 대부분을 실습실 냉방기 신규 구입에 사용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월된 금액으로 6층 Fab Lab에 환기시설을 구축했다.

사범대의 경우 응용미술교육과에서 일부 실습 과목이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사범대 행정팀 관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시각멀티미디어실 내부 인테리어 △휴게실 수유실 공사 △PBL 강의실 구축 등의 정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실습 과목이 진행되지 못한 대신 적립된 사범대 건축기금으로 대면 수업이 이뤄지기 전까지 필요한 공사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예체대에선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이 부족해지자 단과대 독서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이에 단과대 건축기금으로 독서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이렇듯 실험‧실습 과목이 대면으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많은 단과대에서 자율적인 판단과 집행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미사용 금액이 지출됐다. 서울캠 강범수<기획처 예산팀> 팀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일부 실험‧실습 과목이 온라인으로 진행돼 안타깝다”며 “예산을 집행하는 데 있어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단과대 내에서 미사용 금액이 전용될 경우 학생들을 위해 쓰이도록 철저히 감수하고 승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실험실습비에 대한 규정이 없어 학생 대표의 요청이 있어야만 이 같은 내역이 공개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실험실습비 사용에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학생들의 정당한 교육권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앞으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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