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 도시구조에 부는 새로운 바람
15분 도시, 도시구조에 부는 새로운 바람
  • 이다영 기자
  • 승인 2021.10.11
  • 호수 153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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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도시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 15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이면 △상점 △직장 △학교 등 각종 시설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15분 도시’가 도시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도시를 소규모 생활권 단위로 나눠 15분 내로 일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환경을 의미한다. 현재 15분 도시는 파리를 비롯해 △디트로이트 △멜버른 △바르셀로나 등 세계 각지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15분 도시, 왜 등장하게 됐을까
15분 도시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단거리 생활권 조성의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최소한의 반경으로 움직이거나 공용 시설에 발길을 끊는 등 접촉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대중교통의 이용률 추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시에 의하면 지난해 대중교통 이용객은 지난 2019년에 비해 34% 감소했다. 이는 지난 8년간 전례 없던 최고 수치의 감소율이다.

또한, 단거리 이동에 적합한 교통수단이 활성화된 것 역시 15분 도시가 각광받는 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도보로 이동하기엔 멀지만 차량으로 이동하기엔 가까운 애매한 거리를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퍼스널 모빌리티란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1인용 이동수단으로 전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의하면 퍼스널 모빌리티의 이용 건수는 지난 1~7월 기준 11만 3천여 건으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진유<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활성화로 이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15분 도시가 지향하는 근거리 생활권을 조성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녹색도시에 대한 관심이 대두된 것 역시 15분 도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녹색도시란 전 세계가 환경 보전을 위해 도시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현하고자 지난 1992년에 도시개발 분야에서 고안된 개념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자동차와 대중교통 사용을 줄여 도보나 자전거와 같이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활용하는 15분 도시는 녹색도시를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15분 도시의 현주소는?
15분 도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으며 지속 가능한 도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26일, 부산시는 ‘부산 먼저 미래로, 15분 도시 부산’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15분 도시를 만들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부산시는 15분 도시의 핵심 구성 요소인 △근접성 △생태 △연대 △참여를 기본으로 하며 이에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15분 도시 공감정책단’을 만들어 지역의 특성과 현황을 익히 알고 있는 주민이 직접 도시계획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다. 15분 도시 공감정책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부산이 15분 안으로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된다면 교통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보나 자전거전용도로를 통해 장애인도 이동하기 편리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했다. 

대전시에서도 지난 9월부터 15분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15분 도시를 위한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기획 및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이경호<대전환경운동연합회> 처장은 “시민 모두가 만족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15분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적극적으로 주민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15분 도시와 같은 N분 도시가 선거공약으로 등장한 바 있다. 지난 1월 26일,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서울시를 ‘21분 도시’로 만들 것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일한 선거 후보로 출마했던 김진애<열린민주당> 전 의원 역시 지역 내 근거리 생활권 조성을 목표로 ‘10분 동네’란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15분 도시의 긍정적 효과
15분 도시가 정치권에서 선거공약으로 제시되고 각 지역에서 이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15분 도시만이 갖고 있는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15분 도시는 단순히 생활권을 좁혀 각종 편의시설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지닌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5분 도시가 구현된다면 도보나 자전거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이동하느라 불필요하게 소모된 교통비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절감된 교통비로 여유자금이 마련되면 시민은 이를 자기계발과 여가생활에 투자할 수 있다. 도시구조의 개편만으로 시민 복지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15분 도시는 일상에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을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도심지에 몰려있던 주요 시설을 분산시킨다. 이는 균등한 지역 성장을 이룰 수 있단 이점을 가져온다. 이에 대해 김도훈<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15분 도시는 지역 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 시설물을 밀집시켜 놓음으로써 지역 간의 경쟁이 불필요해지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지역 격차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15분 도시가 직면한 현실
하지만 15분 도시가 제시한 이동 수단이 모두를 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보와 자전거 활용을 우선시하는 15분 도시는 이를 이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도시들의 지형과 시설물은 여전히 보행자보다 자동차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김진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회사들이 몰려있어 통근을 위해선 보도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 지적했다.

또한, 보도와 자전거전용도로 역시 많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남과 같이 보행자가 많은 도로에선 보행자 한 명이 이용하는 면적이 자동차 도로 면적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자전거는 임시 자전거전용도로가 늘어난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주차공간이 부족하거나 자전거전용도로의 폭이 좁은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한계가 종합돼 곧 15분 도시가 유순하게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15분 도시는
15분 도시가 이론을 넘어 현실에서 구현 가능할지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는 사람들의 이동 패턴에 최적화된 도시 계획이며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진유 교수는 “현재 15분 도시의 한계점으로 제기된 문제점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15분 도시가 도입 초기 단계임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양수인<건축설계 회사 삶것> 소장은 15분 도시의 전망에 대해 “미시적으로 보았을 때 15분 도시란 단거리 생활권 내에서 일상을 해결하는 공간이자, 거시적으론 사람을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재편하려는 태동”이라며 “이는 지속 가능한 도시구조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등장한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도시의 모습은 변하고 있다. 15분 도시의 등장은 바람직한 도시구조와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도 15분 도시와 같이 어떤 도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해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도움: 김도훈<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김진유<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이경호<대전환경운동연합회> 처장
양수인<건축설계 회사 삶것>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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