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대면 모임의 현재와 미래
[칼럼] 비대면 모임의 현재와 미래
  • 홍원준<조선비즈> 부장
  • 승인 2021.10.11
  • 호수 153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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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원준<조선비즈> 부장

안방에선 엄마가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대학생 아들은 방에서 수업을 듣고, 거실에서 아빠는 거래처 사람들과 온라인 회의에 참여한다. 이는 필자의 가족에게 익숙해진 일상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학교도, 직장도, 여행도 못 가고 모든 만남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면서부터다. 사람을 만나는데 인원수와 시간제한이 생기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불편함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이젠 외롭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지난해 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했고, 대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처음엔 이것이 편하게 느껴졌지만, 그 편리함은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계속되는 온라인 회의에선 컴퓨터 화면에만 집중하니 더욱 피로감이 느껴졌다. 반면 가끔씩 회사를 나가거나 친구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대부분의 행사나 모임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같이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우린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같은 비대면 시대에서 모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비대면 모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모임의 본질이 더욱 중요해졌다. 바로 모임의 취지다. 예를 들어 학교 수업은 과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학습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는 온라인으론 대체할 수 없는 학교란 공간 안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되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린 교육의 본질과 온라인상의 장점을 살려 꼭 필요한 내용을 간단히 전달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온라인상에서도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교류해야 한다. 컨퍼런스도 마찬가지다. 모임의 목적과 주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사전에 전달해야 한다. 가능한 사족은 생략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서두에 전한 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온라인에 접속한 사람들의 환경이나 상황이 강의실에 다 같이 준비된 상태가 아니므로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째, 오프라인에서와 같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 CES 전시회엔 전 세계의 약 18만 명이 참석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는데, 참여기업과 사람들의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현장의 생생함과 예상치 못한 만남, 대화하는 즐거움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온라인 모임에선 온라인에서 가능한 새로운 경험과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만드는 것이 좋다. 특별한 지식이나 이야기, 온라인에서 가능한 게임을 하며 즐거움을 줘야 한다. 이런 특별한 경험은 우리를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예로,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SK텔레콤 팀 회식에선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 진행됐다. 이는 각자 자신의 집에서 일정 물건을 빨리 가져온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집이란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사람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다. 결정적으로 비대면 시대의 모임에선 왜 모이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코로나19 시대에서 모든 이들이 슬기롭게 비대면 모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큰 기회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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