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 보존서고에 자리잡지 못한 도서들
ERICA캠 보존서고에 자리잡지 못한 도서들
  • 최시언 기자
  • 승인 2021.09.27
  • 호수 1536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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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기준 ERICA캠퍼스 학술정보관 내 동·서양 보존서고엔 총 32만 3천여 권의 도서가 보관되고 있다. 도서자료실 공간이 한정된 만큼 신간도서가 학술정보관에 입고되면 발행연도가 오래된 책이나 이용 빈도가 낮은 책들은 보존서고로 이동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ERICA캠 학술정보관 보존서고는 포화상태였으며 이에 따라 도서 관리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ERICA캠의 김정욱<학술정보관 학술정보팀> 직원은 “자료열람실 서가에 책이 80% 정도로 유지돼야 학생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맞춰 보존서고로 책이 내려간다”며 “일반서고와 도서 분류에 있어 큰 차이는 없지만 공간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옮겨지는 것”이라 보존서고에 관해 설명했다. 보존서고의 도서 대부분은 출판된 지 오래돼 절판, 구판 등 소장 가치가 있는 자료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의 연구자료, 학위논문 등 다양한 기록물이 보존서고에 보관되고 있다. 

보존서고는 자료열람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학내 구성원들이 이용해왔다. 김 직원은 “교수들이 서적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거나 수업에 자료로 사용하는 등 보존 서적의 활용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존서고에 비치된 서적들을 쉽게 폐기할 순 없는 상황이다.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대학 도서관의 경우 해당 대학에서 연구한 학위논문처럼 고유한 자료들이 존재한다”며 “보존서고의 가치는 그동안의 기록물, 서적들을 온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한 시기에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ERICA캠 보존서고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여유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동안 1만 권 정도의 보존 서적이 폐기됐다. 김 직원은 “신간도서가 유입되는 만큼 보존서고로 서적이 이동하는데 현재 한계치에 다다랐다”며 “자료 보존을 위해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1년 내 전체 장서 중 2.5% 이내 폐기’ 기준에 따라 우선 여러 권을 구매한 도서를 선별해 폐기하고 있지만, 이걸로도 부족해 단권 구매 서적까지 폐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답했다. 물론 대출 여지가 거의 없는 서적은 제적작업이 필요하나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공간 확보 없이는 버려지는 서적이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ERICA캠 학술정보관 1층에 위치한 보존서고의 모습으로, 서가 대신 바닥에 책들이 쌓여있다.
▲ ERICA캠 학술정보관 1층에 위치한 보존서고의 모습으로, 서가 대신 바닥에 책들이 쌓여있다.

한편 일부 대학에선 보존서고 관리가 이전부터 잘 이뤄져 왔다. 대표적으로 중앙대에선 보존서고의 포화율을 75%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개정판이 계속 나오는 책의 경우 더 이상 찾지 않는 구판과 소장 가치가 있는 책들을 선별해 보존서고에 보관한다. 또한 지속적인 도서 제적작업을 통해 새로 들어오는 책들의 공간 확보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ERICA캠에선 보존서고의 자료에 대한 온도, 습도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출판된 지 몇십 년 지난 보존서적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서울캠에선 도서관 전문 청소 업체에 의뢰해 보존서고의 습도 조절 장치를 마련한 상태며 먼지 제거 작업 등 정기적인 관리를 진행해왔다. 반면 ERICA캠에선 이러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ERICA캠 송양호<총무관리처 시설팀> 직원은 “보존서고의 습도 조절을 위한 장비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며 “자료실과 동일하게 기본적인 청소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선영<연세대 학술정보연구팀> 직원은 “보존서고의 책들은 보관한 지 몇십 년 지난 책들이므로 계절별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적절한 보존환경 마련을 위해 일정 범위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기엔 각 대학마다 예산 부족과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답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학교 측도 일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ERICA캠 학술정보관에선 대출률이 높을 시 같은 책을 여러 권 구매하던 기존과 다르게 도서 구매량을 줄이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외적 상황과 장서 수 증가에 대비해 전자책 비중을 늘리고 있다. 

보존서고의 이용은 적지만 꾸준히 이뤄져 왔다. 학교 측은 현재 논의 중인 대책 외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서고 이용을 도모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

도움: 최선영<연세대 학술정보연구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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